▲ 배우 이지훈은 '푸른 바다의 전설' 후반부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줬다. 사진|한희재 기자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푸른 바다의 전설’ 이지훈(29)의 첫 등장은 단조로웠다. 하지만 감정의 변화가 생길 때마다 변해가는 모습은 이전과 달랐고 강렬했다. 파국으로 치닫기는 했으나 드라마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해냈고, 많은 호평과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지훈은 최근 스포티비스타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인지도를 얻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쑥스러워하더니 “주변에서 좋게 봐주셨다고 하니 감사하고 영광스럽고, 또 책임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지훈의 지난 3개월은 빛났다.

그는 지난달 종영한 SBS ‘푸른 바다의 전설’(극본 박지은, 연출 진혁)에서 허준재(이민호 분)의 형인 허치현 역을 맡아 20부작 드라마를 이끌었다. 허치현은 강서희(황신혜 분)의 친아들로, 허준재와는 피가 섞이지 않은 형제였다. 양아버지인 허일중(최정우 분)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러지 못했고, 이 때문에 점점 폭주했다. 극을 사로잡는 악인의 탄생이었다.
 
이지훈은 허치현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해 고심했다. 그는 “연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헤어스타일이나 의상 등 외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허치현이라는 인물을 준비할 때 심적인 변화가 분명히 존재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를 어떻게 해야 조금 더 쉽게 내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까 고민했다. 사연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스토리가 어떻게 풀려갈지는 몰랐다. 그래서 앞부분에는 허치현이 선인지, 악인지에 대한 정체를 뚜렷하게 하지 않은 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선과 악을 뚜렷하게 놓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두 개가 같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게 맞는 답인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나쁜 면만 보여주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했다. 미워할 수 없게 섹시하거나 연민의 감정이 들거나, 고쳐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끔 만들고 싶었다. 시청자들이 봤을 때 그래야 풍성해 보일 것 같았다”고 말했다.

▲ 이지훈은 극 초반, 선과 악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연기를 하려고 했다. 사진|한희재 기자

마대영(성동일 분)이 허치현의 아버지라는 것이 밝혀진 뒤에는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지훈 또한 “대본을 받고 나서 마대영이 아버지라는 것을 알았다”며 “드라마를 볼 때 전생 이야기가 나오잖나. 젊은 강서희(오연아 분)가 전생에서 마대영의 부인으로 나오길래, 그러면 내가 마대영의 아들이 아닐까 생각하기는 했다. 헷갈렸다”고 밝혔다.

친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난 뒤의 허치현 감정에 대해서는 “치가 떨리게 싫었다”고. 이지훈은 “대사도 그랬다. ‘그 사람이 아버지라는 게 치가 떨리게 싫으니까요’라고 했다. 그만큼 싫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쉽지 않았지만 노력한 만큼 '푸른 바다의 전설'은 이지훈에게 큰 도움이 됐다.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함께 해보고 싶은 PD님, 작가님 작품을 하게 돼 좋았다. 행복했다”는 이지훈은 어쩌면 두 번은 오지 않을 기회를 얻게 됐다. 캐릭터로 연기를 인정받고, 덩달아 이름을 알리는 것은 물론 대중의 사랑까지 받게 됐으니 말이다.

“다시 이런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냐고요? 없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기도를 열심히 해보려고 해요. 꾸준히 연기를 하다 보면 언젠가 제 옷을 입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를 조금 더 잘 끌어내 주시는 감독님 그리고 제 캐릭터를 풍요롭게 써주실 작가님을 만나 뵙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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