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조작된 도시'를 연출한 박광현 감독. 제공|CJ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박광현 감독이 영화 조작된 도시로 충무로에 복귀했다. 지난 2005년 영화 웰컴 투 동막골로 호평을 받은지 12년만으로, 참으로 긴 공백이 있었다.

당연히 의도된 휴식은 아니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무려 12년이 흘렀으니 충무로도 큰 변화를 겪었다. 박광현 감독 역시 그 변화를 몸으로 느꼈다.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충격적이게도 20대의 무기력함이라고 했다. 소위 말해 젊은 세대만의 파이팅이 없었다.

이 시대에 가장 에너지가 넘쳤던 사람들이 약자가 돼 있다는 것은 박광현 감독에게 충격이었다. 안전한 선택을 하고, 같은 이유로 보수적으로 변해 있었다. 이런 20대들에게 기운을 주고 싶었고, 힘을 주고 싶었다. ‘조작된 도시는 이런 부분에서 시작됐다.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살인자 누명을 쓴 팀 리더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힘을 합쳐 싸운다는 설정은 한국형 히어로물 같기도 했다. 세상에서 그들의 인생을 보고 성공했다고 하진 않지만, 저마다 능력이 있다. 젊은 세대들이 그 능력을 가지고 경쟁이 아닌 화합으로 파이팅 넘치게 지냈으면 하는 박광현 감독의 바람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박광현 감독을 만나 영화 얘기를 나눴다.

Q. 정말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작품을 내놓으니 열심히 키운 딸을 시집 보내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고등학생 딸이 있다. 재미난 이야기도 하고 같이 예능 프로그램도 보면서 친하게 지낸다. 그런 느낌으로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게 애정을 갖고 키워도 남들은 평가를 한다. 그래서 마음이 막 편하지는 않다. 좋아해줘도 안심이 되는 것이 아니고, 질책하는 분들에게 내가 설명을 해도 간극이 좁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평가가 잔인하다는 생긱이 들기도 했지만, 감독의 숙명인 것 같다.

▲ 영화 '조작된 도시'를 연출한 박광현 감독. 제공|CJ 엔터테인먼트

Q. 캐릭터 설정이 상당히 독특하다. 스토리와 캐릭터 중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캐릭터와 스토리 설정은 동시에 이뤄진다. 어디에 주안점을 두느냐의 차이인데, 보통은 작가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구조를 짜고 사건을 배열하고 그 안에 캐릭터를 맞추더라. 나는 사건을 간단하게 설정하고, 그 사건에 인물을 던진다. 그 상황에서 캐릭터들이 반응하는 것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캐릭터를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Q. 캐릭터를 채워 나간 과정이 궁금하다.

주인공인 권유(지창욱 분)가 가장 먼저 나온다. 그 다음은 대척점이다. 그래서 민천상(오정세 분) 캐릭터가 나왔다. 만천상은 오프라인에서는 소심하고 능력이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신이 되는 남자를 만들고 싶었다. 권유는 게임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싸울 것이고, 모두 오프라인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서 민천상, 악당의 조력자를 만들었다. 그렇게 하나씩 캐릭터를 파생시켜 나간다.

Q. 각 캐릭터를 대변하는 인물이 있을 것 같다.

특정한 직업이나 사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12년 전과 지금이 뭐가 달라졌는지에 대해 생각했고, 굳이 나이로 따지자면 20대들이 너무 무기력해진 것을 느꼈다. ‘너희들은 왜 파이팅이 없냐고 이야기를 하는데, 어느 순간 그렇게 돼 있더라. 항상 이 시대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던 사람들이 약자가 돼 있는 것은 충격이었다. 보수적으로 안전한 선택을 하고, 어른들처럼 세상이 비열한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은 있지만 주류로 인정받지 못한 그들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주류 세계에서 말하는 성공이라는 기준을 들이 밀면, 전부 루저가 된다. 기준을 만든 사람을 이겨낸 이야기를 하면 공감과 함께 통쾌함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Q. 지창욱의 원톱 주연, 모험일 수도 있었다.

솔직히 스타들이 이 시나리오를 좋아하지 않았다. 모든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을 좋아한다. 권유는 대사가 거의 없어서 분량이 없어 보인다. 또 영화가 판타지스러운데, 현실적인 연기를 하는 배우와는 어울리지 않더라. 그러다가 찾은 배우가 지창욱이다. 투자 부분이 쉽진 않았지만 설득해서 진행이 됐다. 작품과 가장 닮은 사람이 출연하는 것이 가장 큰 안전장치라고 생각한다. 지창욱 씨는 우리 작품과 어울렸다.

Q. 영화에 게임을 넣은 것이 신선했다.

요즘 게임을 보면 정말 많이 발전했다. 군대보다 요즘 게임이 더 무서울 정도로 현실적이다. 게임 속 영웅은 진짜 영웅이 된다. 내가 알던 전자오락 세대가 아니더라. 중학생과 고등학생, 대학생까지 모두 먹히는게 게임이다. 권유라는 영웅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영화 '조작된 도시'를 연출한 박광현 감독. 제공|CJ 엔터테인먼트

Q.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얻어 갔으면 하는가.

이제 막 도약을 해야 하는 젊은 사람이나, 주류 사회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의기소침해지기 쉽다. 누군가로부터 주목받지 못하면 외롭고 소외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어른들은 경쟁만을 알려준다. 내 옆에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적이라고 알려준다. 우리가 진짜 강해지는 방법은 내 옆에 있는 친구의 손을 잡는 것이다. 팀플레이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온다. 그렇게 화합하면 훨씬 더 강력하고 창의적인 것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다. 기운을 냈으면 좋겠다.

Q. 정말 오랜만에 나왔는데, 차기작은 금방 만날 수 있나.

너무 오랜만에 하니까 주변 반응에 심장병이 걸릴 것처럼 힘들다. 하하.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의도적으로 오래 걸린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다음 작품은 좀 빨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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