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조영준 기자] 12척의 전선으로 적 함대 133척과 맞서 싸운 '명량해전'은 픽션이 아닌 역사적 사실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가장 빛나는 업적으로 평가받는 이 해전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을 꿈꾸는 현대인들의 교본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스포츠 역사를 볼 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같은 종합 대회에서 유독 효자 종목 노릇을 한 이들은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탁구선수들은 '만리장성'을 뛰어넘으며 '탁구 붐'을 일으켰다.

김연아(25)는 한국에서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챔피언이 나온다는 꿈을 현실로 바꿨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며 '우생순' 신화를 만들었다. 장미란(32)은 경쟁이 치열한 여자 역도 무제한급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는 신화를 이룩했다.

이렇듯 평소에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던 '비인기 종목'은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지난해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생애 처음으로 만원 관중들의 응원을 받은 이들이 있다.

세팍타크로 남자 단체전과 레구 그리고 여자 레구 결승전이 열릴 때 경기가 펼쳐진 부천체육관은 관중들로 가득 찼다. 그저 족구와 비슷한 종목으로만 알고 있었던 세팍타크로 대표팀이 세계 최강 태국을 상대로 선전했다. 그러나 국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선수층이 두터운 태국은 한국이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남자 단체전과 레구 그리고 여자레구는 모두 태국의 벽을 넘지 못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여전히 태국과 실력 차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태국은 아시안게임은 물론 국제대회에서 대부분 종목을 독식하고 있다. 하지만 챔피언 태국도 조금씩 성장한 한국을 만나면 긴장한다. 특히 남자대표팀은 중국, 일본을 압도하고 있고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강팀들과 비슷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잎과 줄기가 아닌 '뿌리'

남자 세팍타크로 선수들의 가장 큰 고민은 군 문제다. 세팍타크로는 국군체육부대 팀이 없기 때문이다. 군에 입대하면 한동안은 이 종목을 떠나야 한다. 남자 국가대표 주장인 전영만(32, 부산환경공단)은 "보통 남자 선수들은 제대 후 70~80%는 다시 선수로 복귀한다. 문제는 1년 동안 예전의 감각을 다시 익혀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태국과 많은 경기를 치러본 그는 "태국은 선수층이 두텁지만 우리는 이곳에 있는 대표선수들이 전부라고해도 될 정도로 실업 선수가 많지 않다. 우리도 최근에는 실력이 많이 올라왔다. 하지만 접전을 펼칠 때 태국은 여유가 있는 반면 우리는 결정적일 때 흔들린다"고 평가했다.

태국은 각 종목을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반면 선수가 부족한 한국은 더블과 레구를 겸하는 일이 태반이다. 가장 큰 고민은 튼실해야할 뿌리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영만은 "잘하는 후배들이 계속 올라와야 하는데 잘 안 된다. 뿌리만 튼튼하면 우리도 몇 년 안에 태국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태국이 못 넘을 벽은 아니다. 지금처럼 잘한다면 몇 년 안에 태국을 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킬러의 역동적인 공격, 테콩과 피더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

세팍타크로의 매력은 역동적인 공격이다. 특히 남자선수들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역동적인 몸짓으로 내리꽂는 공격은 이 스포츠의 백미다. 실제로 남자 대표팀 킬러들은 연습 중 '소림 축구'를 연상시키는 호쾌한 공격을 보여줬다.

공격과 함께 또 하나의 볼거리는 서브다. 남자 선수들은 170km가 넘는 강서브를 구사한다. 워낙 빠르기 때문에 리시브를 받기 까다롭다. 대표팀 테콩(서브와 리시브 수비를 주로 담당하는 포지션) 박현근(26, 고양시청)은 "태국 선수들 중 서브가 좋은 선수들의 속도는 170km 후반대가 나온다. 받기가 쉽지는 않지만 오랜 기간 훈련을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다"고 말했다.

테콩이 리시브를 하면 그 다음 책임은 피더에게 넘어간다. 피더는 배구의 야전사령관인 '세터'와 흡사하다. 피더 포지션인 전영만은 "피더는 경기의 흐름을 좌우한다. 팀의 리더 역할을 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피더가 자신감이 있으면 볼 배분을 능수능란하게 한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흔들리면 팀 자체가 무너진다"며 피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세팍타크로의 역동적인 공격은 테콩과 피더 그리고 킬러 세 명의 합작으로 이루어진다. 이들은 현재 23일부터 나흘간 전북 군산에서 진행되는 '세계 세팍타크로 슈퍼시리즈 최종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박현근은 "작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해 아쉬웠다. 이번 슈퍼시리즈에서는 최선을 다해 태국과 좋은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국 남자대표팀은 24일 2시 태국과 예선 첫 경기를 펼친다. 한국과 태국이 맞붙는 세팍타크로 경기는 SPOTV2를 통해 생중계된다.

[사진1] 훈련 중인 신추광(왼쪽, 부산환경공단) 박현근(고양시청)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사진2] 전영만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사진3] 박현근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영상] 남자 세팍타크로 선수들의 시원한 공격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배정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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