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4대륙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강릉 아이스아레나 연습 링크에서 훈련하고 있는 김나현 ⓒ 강릉,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만 바라보고 달려온 '평창 세대'들이 테스트이벤트에서 모의고사를 치른다.

평창 동계 올림픽 기대주인 김나현(17, 과천고)과 최다빈(17, 수리고)가 16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다.

4대륙선수권대회는 아시아, 북미와 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지역 국가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치러지는 대회 가운데 유럽선수권대회와 중요한 무대다. 1999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는 한국에서 6번째 치러진다. 강릉에서는 2005년 이후 12년 만에 열린다.

이번 대회는 평창 동계 올림픽 테스트이벤트이기도 하다. 내년 2월 피겨스케이팅 종목이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4대륙선수권대회는 올림픽 모의고사 성격도 지닌다.

남자 싱글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뉴 유즈루(일본)를 비롯해 쟁쟁한 강자들이 출전한다. 현역 최강자인 하뉴를 비롯해 올해 전미선수권대회에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7번이나 성공시킨 네이선 첸(미국)과 중국의 '점프 괴물' 진보양 그리고 캐나다의 백전노장 패트릭 챈이 출전한다.

남자 싱글과 비교해 여자 싱글의 벽은 한층 낮다. 여자 싱글은 국내 선수들이 상위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남자 싱글보다 크다. 이번 대회 여자 싱글 우승 후보는 캐이틀린 오스먼드(캐나다)다. 캐나다의 기대주인 그는 2012년 ISU 그랑프리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이후 각종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올 시즌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2위를 차지하며 재기에 성공한 그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4위를 기록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여자 싱글 선수 가운데 개인 최고 점수(212.45)가 가장 높다. 오스먼드 다음으로 개인 최고 점수가 높은 이는 혼고 리카(일본, 199.15)다. 이들 외에 가브리엘 델먼(캐나다)과 히구치 와카바(일본), 머라이어 벨, 카렌 첸(이상 미국)도 우승 후보다.

▲ 케이틀린 오스먼드 ⓒ GettyImages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이들 가운데 개인 최고 점수가 200점이 넘는 이는 오스먼드밖에 없다. 올 시즈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오스먼드가 큰 실수를 하지 않을 경우 우승할 가능성은 크다. 남은 선수들은 메달 획득을 놓고 치열한 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나현의 ISU가 인정한 개인 최고 점수는 177.27점이다.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베르가모에서 열린 롬바르디 트로피에 출전한 김나현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싱글 선수 가운데 시니어 국제 대회에서 김연아(27) 이후 처음으로 나온 값진 메달이었다.

김나현은 지난해 10월 전국랭킹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제 71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3위에 올랐다. 이 대회에서 181.78점을 얻은 그는 '동갑내기 라이벌' 최다빈(181.48)을 0.3점 차로 제치고 다음 달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 상승세를 타고 있는 김나현은 달갑지 않은 불청객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는 종합선수권대회 발목 부상을 이기고 시상대에 올랐다. 이후 열린 동계 체전에 불참한 최다빈은 치료와 훈련에 전념했다. 그러나 발목 부상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고 지금까지 그를 괴롭히고 있다.

김나현은 15일 오후 아이스아레나 연습 링크에서 프로그램을 점검했다. 그러나 발목 부상으로 점프를 뛸 때 아픈 표정을 지었다. 김나현은 훈련을 마친 뒤 곧바로 치료를 받았다.

이수경 한국선수단장과 김나현의 지도자인 최형경 코치는 "김나현의 몸 상태는 좋지 않지만 올림픽 테스트이벤트인 이번 대회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나현의 장점은 쉽지 않은 에지 계열 점프인 트리플 루프를 3+3로 뛴다는 점이다. 올 시즌 점프 성공률은 물론 표현력도 발전한 김나현은 평창 기대주들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문제는 발목 부상을 이기고 제 기량을 온전하게 발휘하는 점이다.

▲ 2017년 4대륙선수권대회 훈련을 마친 뒤 인터뷰를 한 최다빈 ⓒ 강릉, 스포티비뉴스

최다빈은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아깝게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놓쳤다. 그러나 2주 후에 열린 동계 체전에 여고부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에서 그는 여자 싱글 선수를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인 187.98점을 받았다. 체전의 상승세가 이번 대회에도 이어질 경우 지난해 성적(8위)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최다빈은 "종합선수권대회와 체전과 비교해 컨디션이 떨어졌다. 그러나 중요한 대회인 만큼 최선을 다하고 등수와 관계없이 내가 할 것을 다하고 싶다"며 각오를 밝혔다.

4대륙선수권대회를 앞둔 최다빈은 쇼트프로그램 곡을 교체했다. 기존 곡인 '맘보' 대신 영화 '라라랜드' OST를 이번 무대에 처음 선보인다.

최다빈의 국제 대회 개인 최고 점수는 지난해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얻은 173.71점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서 180점을 넘으며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김나현과 최다빈이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깨끗한 경기를 하면 10위권 안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기회도 있다.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는 1년 뒤에 열리는 올림픽을 대비할 중요한 무대다. 김나현과 최다빈이 좋은 성적표를 얻으면 올림픽 전망은 한층 밝아질 것으로 여겨진다.

김나현과 최다빈은 쇼트프로그램 3그룹에 배정을 받았다. 출전 선수 23명 가운데 최다빈은 14번째, 김나현은 15번째로 무대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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