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재심'에서 살인범 누명을 쓰고 10년동안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현우 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 제공|오퍼스 픽쳐스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일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마음 속 깊은 곳 자리한 진심일 것이다. 배우 강하늘이 출연한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은 진심을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하늘은 영화 재심에서 유일한 목격자였지만, 살인범 누명을 쓰고 10년동안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현우 역을 맡았다. 10년 전, 아무리 자신이 죽인게 아니라고 소리쳐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동네 다방에서 일하고, 10대였지만 학교도 다니지 않는 현우에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후 현우는 그런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낸다. “억울함도 분노도 이미 없는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라 했다. 10년의 세월이 다소 거친 면이 있었지만 잘 웃던 아이 현우를 다시는 웃지 못하는 청년으로 만들었다. 그때, 어딘가 수상해 보이는, 의도가 의심스러운 변호사 준영이 나타났고, 서로의 진심을 느낀 후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재심은 일명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강하늘은 이 작품에 출연하기 전, 이미 모티브가 된 사건에 관심이 많았다. 시사 프로그램을 좋아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로 접했고, 시나리오를 읽기 전, 출연에 긍정적인 생각이었다고도 했다.

스스로 관심이 있는 사건이었기에 진심을 담으려 했고, 실존 인물이 있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감히 그가 느낀 억울함을 표현하려 노력했다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인터뷰에 임하는 강하늘의 태도와 자세에서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사건을, 이 영화를 대하는 그의 진심을. 강하늘을 만났다. 

▲ 실화 소재 작품에 세 번째로 출연한 배우 강하늘. 제공|오퍼스 픽쳐스

Q. ‘재심의 모티브가 된 사건에 원래 관심이 있었다고 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원래 그것이 알고 싶다등 시사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정보를 전달하면서 궁금증을 갖게 만들어서 좋다. 방송으로 접했고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대본을 받기 2~3년 전이다. 그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영화의 모티브라고 하니, 대본을 보기 전부터 긍정적인 마음이었고, 내가 하게 될 것 같았다.

Q. 실존 인물을 만난 적이 있나.

있다. 현장에 놀러 오셨다.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당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분의 10년이라는 세월을 나는 1, 1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마음의 무게 등 그런 이야기를 꺼내서 깊게 감춰둔 마음이나 상처를 건드릴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일상적인 대화를 많이 하려 노력했다.

Q. 대중은 (실존 인물인)최 군을 잘 알지 못한다. ‘재심속 현우로 믿을 수도 있는데, 걱정되는 부분은 없었나.

그것까지 고려하고 표현해 내는 것은 연기자가 해야 하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화 작품을 세 번째 하고 있는데, 다른 의미로 실화는 실화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자가 해야 하는 것은 이 시나리오만큼 잘 표현하면 된다. 내가 실화를 영화에 가져오면 극 안에서 필요 없는, 있으면 방해가 되는 마음이나 감정 등이 들어간다. 이 시나리오 안에 있는 모습으로만 표현했다.

Q. 실존 인물을 또 연기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있다. 영화는 실제 삶의 매일을 그리진 않는다. 표현될 수 있는 극적인 상황들을 모아 영화로 만들고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극화다. 어느 부분까지를 실존 인물과 닮게 하고, 어느 부분까지 영화로 녹일지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재심은 나의 표현의 자유가 조금 더 들어갔다. 다른 인물에도 나의 상상이 들어갔지만, 이번이 더 들어간 지점이 있다. 함부로 건드리기는 싫었다. 주제 넘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Q. 10대 후반의 나이를 연기했는데, 민망하진 않았나.

민망하기 보다는 오랜만에 입어서 재미있었다. 25살에(영화에서) 교복을 입고 오랜만이었다.

Q.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당했다면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생각해 봤나.

고민이 필요했던 부분은 수감생활이 끝난 뒤의 모습이다. 10년이라는 세월이 딱 두 단어로 표현되지만, 10년전에 내가 뭘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이 긴 시간을 수감생활을 했다는 것은 내 상상을 더해서 분노와 좌절, 억울함은 이미 다 사라졌고, 이미 잠식 돼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뼛속부터 부정적인 감정만 나오는 것이다. 주변에도 그런 인물이 없고 나도 그런 일이 물론 없다. 키 포인트는 대본이었다.

Q. 이 정도까진 아니라도 억울함을 느꼈던 때가 있나.

억울하다는 소재 때문에 그런 억울함을 물어보는 분들이 많다. 사실 그다지 억울한 일이 없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억울함이 그렇게 많이 없었다. 누군가가 날 이렇게 억울하게 만든 적도 없었다.

▲ 강하늘은 영화 '재심'이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제공|오퍼스 픽쳐스

Q. 힘든 감정을 연기한 적이 많다.

동주때는 솔직히 힘들긴 했다. 현장에서 다 같이 즐기면서 촬영하자는 것이 내 스타일이다. 그렇게 하면 저절로 풀리는 문제가 많다. 감정적으로 힘든 역할들을 해오긴 했다. 현장에서 날 봤으면 안 힘들어 보였을 것이다. 다 같이 만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편집이 다 된 영화 한편으로 봤을 때는 깊은 감정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다.

Q. 이번 작품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힘든 점 보다는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있다. 연기라는 것을 할 때, 특정 감정에 치우치면 안 좋은 부분들이 많이 생긴다. 내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과한 표현이 나온다. 제일 많이 신경 썼던 것은 있는 그대로, 이 상황 안에 있는 그대로까지만 표현하는 것이었다. 경력이 많지 않다 보니, 순간순간 감정이 올라오기도 한다. 감정을 죽이려고 스스로도 마음을 다잡고 그랬다.

Q. 정우와 쎄시봉에 이어 또 호흡을 맞췄다.

또 함께하고 싶다. 즐거운 작품에서 밝고 건강한 인물로 만나서 다시 한번 연기하고 싶다. 이번에 만나서 정우 형의 매력을 다시 느꼈다. 친하게 지내다보니 매력을 잊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이 나더라. 형이 생활연기의 달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편한 연기를 하는 액팅들은 집요한 고민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람들은 편하게 하는 연기라고 생각하지만 고민하고 있는 정우형의 모습이 멋있었다.

Q. 마지막으로 재심은 어떤 작품인가.

이 영화를 본다는 행위 자체가 자기 인생에 똑같이 주어진 하루에서 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두 시간이 아깝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화라고 하는 건 어려운 것 같다. 다들 느끼는 건 다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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