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뉴 유즈루(왼쪽)와 네이선 챈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무시무시한 '점프 괴물'들이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전초전을 치른다.

17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는 2016~2017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열린다.

남자 싱글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리는 강자들이 대거 출전한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뉴 유즈루(23, 일본)와 올해 전미선수권대회에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7번이나 성공한 네이선 첸(18, 미국), 중국의 점프 괴물 진보양(20), 소치 동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세계선수권대회 3회 우승에 빛나는 패트릭 챈(27, 캐나다) 등이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가장 많이 주목을 받는 이는 하뉴다. 현역 남자 싱글 선수들 가운데 최강으로 꼽히는 그는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110.95) 프리스케이팅(219.48) 총점(330.43) 최고 점수를 보유하고 있다.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은 올라선 하뉴는 평창에서 2연패에 도전한다.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올림픽 연속 우승에 성공한 이는 길리스 그래프스트롬(1920년, 1924년, 1928년 우승)과 칼 쉐퍼(오스트리아, 1932년, 1936년) 딕 버튼(미국, 1948년, 1952년) 등 3명밖에 없다.

이들은 모두 지금보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층이 두껍지 못했던 초창기에 올림픽에서 연속 우승했다. 하뉴는 66년 만에 남자 싱글 올림픽 2연패라는 업적에 도전한다.

그는 1년 뒤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적응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일본 피겨스케이팅을 대표하는 하뉴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겁다. 일본의 30개가 넘는 매체가 하뉴와  일본 선수들을 취재하기 위해 강릉을 찾았다. 또 하뉴를 응원하기 위해 내한한 일본 팬들은 4천여 명에 이른다. 16일 열린 쇼트프로그램 연습에서 강릉 아이스아레나는 일장기로 물결을 이뤘다.

하뉴는 취재진과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16일 아이스아레나 연습 링크에서 열린 훈련에서 모든 요소를 무리 없이 해냈다. 하뉴는 올 시즌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하며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 하뉴 유즈루 ⓒ GettyImages

이번 대회는 하뉴의 최고 라이벌인 하비에르 페르난데스(26, 스페인)가 출전하지 않는다. 4대륙선수권대회는 아시아, 북미와 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지역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페르난데스는 지난달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하뉴는 2015년과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페르난데스에게 밀려 2위에 그쳤다. 하뉴는 4년 만에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그동안 4대륙선수권대회에 불참하고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 전념했던 그는 내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대비해 출전을 결심했다.

하뉴는 2011년과 2013년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모두 은메달을 땄다.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을 휩쓴 그는 4대륙선수권대회 첫 우승을 노린다.

하뉴의 장점은 높은 기술 완성도와 표현력 그리고 프로그램에서 실수하지 않는 집중력을 모두 갖췄다는 점이다. 페르난데스가 없는 이번 대회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하뉴가 정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하뉴를 위협하는 이는 네이선 첸이다. 네이선 첸은 지난달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2017년 전미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에서 2번, 프리스케이팅에서 5번 4회전 점프를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대회에서 4회전 점프를 7번이나 성공한 이는 네이선 첸이 유일하다.

▲ 네이선 첸 ⓒ GettyImages

네이선 첸의 올해 전미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프로토콜을 보면 놀라울 정도다. 그는 가장 어려운 토(스케이트의 토를 빙판에 딛고 도약하는 점프) 계열 점프인 러츠를 4회전으로 뛴다. 그가 뛰는 쿼드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의 기초 점수는 17.9점이다. 전미선수권대회에서 네이선 첸은 이 기술 하나로 기초 점수는 물론 수행 점수(GOE) 1.71점까지 보태 19.61점을 챙겼다.

프리스케이팅 초반 네이선 첸은 쿼드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물론 쿼드러플 플립, 쿼드러플 토루프+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를 몰아서 뛴다. 인간의 한계를 넘는 엄청난 점프 구성이다.

만약 네이선 첸이 이번 대회에서 자신이 뛰는 4회전 점프에 모두 성공하면 하뉴를 제칠 가능성이 있다. 16일 열린 남자 싱글 연습에서 네이선 첸은 차분하게 자신의 점프를 점검했다. 연습에서 나타난 그의 4회전 점프 성공률은 높았다.

진보양도 네이선 첸처럼 쿼드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한다. 패트릭 챈과 유노 쇼마, 다나카 겐지(이상 일본) 얀한(중국) 등도 4회전 점프로 무장했다.

국내 선수는 김진서(21, 한체대) 이준형(21, 단국대), 이시형(17, 판곡고)이 출전한다. 꾸준하게 4회전 점프에 도전해 온 김진서는 지난달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쿼드러플 토루프를 깨끗하게 뛰었다. 이번 대회를 앞둔 그는 " "딱히 긴장감은 없다. 종합선수권대회 때 이곳에서 스케이트를 타 봤고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준형과 이시형도 프로그램 클린에 도전한다. 올림픽 메달 후보가 많이 빠진 여자 싱글과 비교해 남자 싱글의 벽은 높다. 이들은 순위보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올림픽 무대를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은 피겨스케이팅 점프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다. 김진서는 "선수마다 타고난 점프 회전력이 있고 자신감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이렇게 점프를 뛰는 선수들은 얼마 없다. 이런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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