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배정호 기자] “참 바빴던 하루네요. 하루가 긴 것 같습니다.” 

17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 팀 훈련을 마친 KBO 관계자의 말이다. WBC 대표 팀의 훈련이 중반으로 접어든 시점, 이날만큼 바빴던 적이 있었을까. 

오전에 박찬호의 방문을 시작으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합류 그리고 한화 김성근 감독의 인사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대표 팀 훈련장에서 쏟아졌다. 그만큼 재밌는 이야기도 많았다. 


▲ 오전 10시 : 후배들을 위한 박찬호의 다짐 

박찬호는 2013년 제 3회 WBC를 해설 위원으로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한국은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박찬호는 김인식 감독을 보자 “지난번 아쉬움을 만회하고자 이번 대회에는 선수들이 더 간절할 것 같다”면서 “이번에는 후배들을 보고 좋은 이야기들을 해 줘야겠다. 또 필요하면 잔소리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김인식 감독도 “그래 좋은 소리 좀 해 줘”라며 동의했다. 

참 오랜만에 인터뷰에 나선 박찬호. 길게 인터뷰했다. 본인도 “말이 더 많아진 것 같네요”라며 웃었다. 


▲ 낮 12시 : 부드럽게 분위기를 꽉 잡은 '군기 반장' 이대호 


이대호가 도착했다. 이대호의 등장에 후배들은 하나둘씩 모자를 벗고 예를 갖췄다. 많은 관심이 약간 어색한 듯 이대호는 “어 안녕. 그래. 그래”라며 입맛을 다셨다. 

모든 취재가 이대호에게 쏠리자 최형우가 장난을 쳤다. 

“대호 형만 찍으니까 태균이 형이 삐졌네요.” 

이 소리를 들은 이대호가 최형우를 불렀다. 이대호는 “빨리 와라, 까불지 말라고 말하며, 이게 감히 어디 선배를 놀려”라며 살며시 최형우의 목덜미를 잡는다. 김태균은 이 상황이 웃긴 듯 옆에서 조용히 웃는다. 

이대호는 훈련 뒤 인터뷰에서 “후배들과 운동이 정말 재밌다. 부산 사람이라, 후배들에게 가끔 (애교 섞인) 욕을 하는데, 잘 안 고쳐진다며” 머쓱해 했다. 


▲ 오후 2시 : 김성근 감독의 등장에 “오늘, 쉬는 날 아니에요?” 


훈련 막바지에 한화 김성근 감독이 나타났다. 한화는 일정상 쉬는 날이지만 김성근 감독은 어김없이 유니폼을 입었다. 이용규가 먼저 인사했다. 선동열 코치는 “용규는 요즘 계속 특타 치고 있다”며 웃는다.

이대호가 “감독님 좀 쉴 땐 쉬세요”라며 웃자 김성근 감독은 살며시 미소만 띤다. 이번엔 이순철 코치가 “오늘, 쉬시는 날 아니세요”라고 묻자 그는 “쉬는 날이 어딨어”라며 웃는다. 

김인식 감독이 한 번에 정리했다. “김성근 감독이 쉬는 건 쉬는 게 아니고 (훈련을) 적게 하는 날이다.” 

김성근 감독도 김인식 감독의 말에 '빵' 터졌다. “역시 국가 대표 감독님답네.” 

이용규의 파울볼이 김성근 감독 옆에 떨어졌다. 한마디로 모든 분위기를 정리했다. 

“이용규, 너 나한테 유감 있니?”

[영상]  대표 팀 훈련 스케치 ⓒ 스포티비뉴스 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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