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철은 '도깨비' 김은숙 작가-이응복 감독과의 작업을 행운이라고 말했다. 사진|한희재 기자

[스포티비스타=양소영 기자] 보라빛 혀를 낼름거리며 “파국이다”를 외치던 배우 김병철(43)은 간신 박중헌으로, 구천을 떠오는 귀신으로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신스틸러에 등극했다. 악역이었지만 간신을 연기하며 행복했다는 그는 부드러운 미소가 매력적인 배우였다.

김병철은 지난달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 이하 ‘도깨비’)에서 간신 박중헌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도깨비’는 김은숙 작가의 대본, 이응복 감독의 연출, 배우 공유 이동욱 김고은 유인나 등의 열연으로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다. 특히 TV화제성 부문에서 8주 연속 1위를 하는가하면, 시청률 20%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병철은 ‘도개비’ 종영 후 진행된 스포티비스타와 인터뷰에서 “간신 캐릭터도 인기가 있을 거라 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물론 드라마가 재미있고 인기 있을 거라는 건 예상했다. 그래서 연기를 잘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처음에 시작할 때는 배역이 간신이라고만 되어 있었다. 박중헌이라는 이름도 없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간신이라는 캐릭터를 박중헌이라는 악귀로 활용하자고 결정됐다”며 간신 캐릭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 김병철은 '도깨비'에서 구천을 떠도는 귀신 분장으로 충격을 안겼다. 사진|tvN방송화면 캡처

김병철은 “가족들도 드라마를 보고 좋아해줬다. 큰어머니가 열심히 하라고 축하한다고 했다. 큰어머니가 나이가 있으신데도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걸 보고 정말 많은 분들이 이 드라마를 보시는구나 생각했고 기뻤다. 길거리를 다닐 때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는 건 아닌 것 같다. 물론 알아봐주는 분들도 있다. 식당에 갔더니 반찬이라도 더 주시고 고맙더라. 분장을 안 해서 그런가. 도포라도 입고 다녀야할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김병철의 구천을 떠도는 귀신 분장은 '충격적인 엔딩'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귀신 분장에 대해  김병철은 “2시간이 걸렸다”면서도 “삼신할매 역을 한 이엘은 노인 분장을 할 때 5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나니까 저는 힘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김병철은 간신을 연기하면서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했다. 연기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했다는 그는 “입에 색소를 칠하는 것도 물론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에 볼 수 없는 모습이라서 연기하는 것이 즐겁게 생각됐다”고 말했다. 김병철은 빙의 신 촬영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CG가 필요한 작업인 동시에 배우의 연기도 무척 중요한 신이었다.

그는 “극중에서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 분)의 몸 속에 빙의하는 장면을 찍었다. 카메라를 하나의 대상처럼 생각해서 혼자 튕겨서 나오는 연기를 했다. 어떻게 보면 웃길 수 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며 “저의 상상력을 토대로 연기하는 것이지 않나. 그런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서 좋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이어 ‘도깨비’로 김은숙-이응복 콤비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춘 김병철은 “두 번의 작업 모두 행운이었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고 싶어한다. 김병철은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로 연달아 작업한 행운아.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두 번의 작품으로 배우 김병철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그는 “작가님의 대본은 읽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고, 연기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응복 감독님도 특유의 감성으로 섬세하게 연출을 했다. 함께 소통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정말 신나 있었다. 너무 좋았다”고 고백했다.

“‘태양의 후예’ 인연으로 캐스팅 된 것도 있을 거예요. 김은숙 작가님과 이응복 감독님이 다시 작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같이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심전심으로 마음이 통해서 캐스팅 된 것 같아요. ‘도깨비’ 대본 리딩 할 때 김은숙 작가님이 ‘이번엔 나쁜 놈’이라고 말해, ‘좋아요’라고 대답했던게 기억 납니다.(웃음)”

▲ '도깨비' 간신 역을 열연해 신스틸러가 된 김병철. 사진|한희재 기자

악역 박중헌을 연기하면서 행복했다는 김병철은 모든 대사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신을 소개하는 장면이나 ‘왕을 내 발 아래 두겠다’고 말하는 대사도 인상 깊었다고. 김병철은 “악귀로 등장하면서 ‘반갑다’라고 인사하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현장에서 다들 인사할 때 ‘반갑다’고 인사했다.(웃음)”며 “‘파국이다’는 대사도 많이 패러디 되고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병철은 간신 박중헌을 소화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왜 박중헌이 악역이 되어야만 했나 생각했고, 감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김병철은 첫 회에서 호흡을 맞춘 어린 왕여 김민재와 왕비 김소현, 그리고 도깨비 공유와 저승사자 이동욱까지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게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간신에게 중요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왕여를 연기한 김민재와 이동욱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병철은 “‘도깨비’ 첫 회에는 도깨비의 배경이 설명된다. 도깨비의 시작점이었다. 강렬할 필요가 있었다. 이응복 감독님도 공들여서 찍었다. 그래서 인상적일 수 있었다. 그 덕을 많이 봤다”며 “김민재는 정말 잘생겼다. 이응복 감독님도 ‘민재가 정말 잘생기지 않았느냐, 부럽지 않냐’고 물어보더라. 김민재는 외모도 인상적이고 목소리도 좋았다. 덕분에 집중력 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 왕여의 모습을 잘 구현해줬다. 제가 왕여를 이용하는 인물인데 이런 행동을 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잘해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동욱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동욱은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박중헌은 어렸을 때부터 왕여를 업어 키워서 사랑도 있고 증오도 있고 미안함도 있고 복잡함이 섞여 있어요. 이동욱의 눈을 보면 연기하는데 감정이 저절로 잡히더라고요. 제가 극중에서 오랜만에 악귀로 등장하죠. 저승사자와 악귀로 만났을 때 이동욱의 눈을 보는데 그냥 모든 감정이 납득이 됐습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사랑과 증오, 여러 가지 복잡하게 섞인 감정들이 눈을 보는데 그냥 딱 납득이 됐죠. 눈이 매력적인 배우입니다.”

▲ 김병철은 무명 시절을 버틴 비결로 "연기가 재밌었다"고 했다. 사진|한희재 기자

다양한 삶을 사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면서 ‘연기’에 매력을 느낀 김병철은 어렸을 때 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로 진학했고 배우가 됐다. 김병철은 때로는 ‘직업’을 바꿔야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무명 배우에게 삶은 때론 고단했다.

하지만 운이 좋게 작품을 계속해나갈 수 있었고, 이제는 꽤 많은 사람들에게 배우 김병철이란 이름 세 글자를 각인시켰다. 연기를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김병철은 “다른 걸 할 줄 아는 게 없었다”며 “집념을 가지고 했다기보다 연기가 재미있었다”고 고백했다.

현재 OCN 드라마 ‘터널’과 MBC 드라마 ‘군주’를 촬영 중인 김병철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두 작품을 오가며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있다는 김병철은 바빴던 지난해를 돌아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좋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쇼핑왕루이’ ‘도깨비’를 통해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는 그는 “의미 있는 한해였다. 올해는 조금 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