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조작된 도시'에서 악역 민천상 역을 소화한 배우 오정세. 제공|프레인 TPC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조작된 도시로 절 처음 봤다는 댓글을 봤어요.”

배우 오정세는 출연하는 작품마다 재발견되는 배우다. 2001년 영화 ‘수취인불명으로 데뷔해 벌써 16년째 배우로 살고 있지만 여전히 그를 확실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관객들이 많다.

오정세는 최근 개봉한 영화 조작된 도시감상평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정세를 처음 봤는데 정말 좋더라는 댓글 때문이었다. 그래도 16년이나 활동했는데 처음이라니. 놀란 것도 잠시, 참으로 좋았단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오정세 작품을 처음 봤는데 정말 좋았다는 말이 좋더라. 모든 작품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말 아닌가. 한 작품 한작품, 나로 인한 연결고리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작된 도시만 본다면 진짜 오정세가 맞나 싶을 정도이긴 하다. 어색한 걸음걸이와 정상인이 아닌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심한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 듯한 어깨, 세탁소에서 빌려 입은 듯 한 정장 등 지금까지 본 오정세와는 또 달랐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오정세는 오늘 정말 잘생겨 보인다는 말에 “숍에 가서 메이크업을 받고 와서 그렇다고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원래는 다른 캐릭터로 캐스팅이 됐다. 그런데 민천상을 보니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디션을 보자고 했다. 다른 배우들이 있었는데 잘 안됐다. 크랭크인 2주 전까지 배우를 못 찾았고, 민천상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감독님께 이야기했다.”

민천상을 연기하고 싶어서 박광현 감독을 찾아갔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한가지로 규정지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다양한 이미지를 이야기했다. 몇가지는 제작 기간상 어려워 포기했고, 또 몇몇 아이디어는 통과 돼 영화에서 볼 수 있었다.

▲ 영화 '조작된 도시' 속 민천상을 위해 앞머리를 면도한 오정세. 제공|프레인 TPC
“탈모가 병적으로 심한 인물을 비주얼로 만들고 싶었는데 시간상 어려웠다. 그래서 내 허벅지에 있는 오타반점을 가져와 얼굴에 그렸다. 또 머리 스타일을 히틀러처럼 만들었다. 이마 쪽 머리를 밀어서 넓게 보이게 만들었다. 자세도 곱추인 듯 아닌 듯 어정쩡하게 취했다.”

오정세가 그려낸 민천상은 외로움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이 되진 않지만 결핍이 있고, 성장을 제대로 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정확했다. 민천상을 만드는 가장 큰 키워드가 바로 외로움이었다.

가장 큰 키워드가 외로움이었다. 내적으로, 외적으로 결핍이 있어서 삐뚫게 성장한 인물이라고 설정했다. 그렇다고 관객들에게 크게 보여주려고 하진 않았다. 그냥 느껴지길 바랐다. 다른 부분은 관객들과 교류하려 했지만, 이 부분은 배우만 알고 있는 전사라고 생각했다.”

매 작품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그 능력을 오정세는 갖췄다. 어딜 가든 그 공간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발레 파킹 직원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고, 서점에서는 서점 직원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커피숍 주차장에 있는데 자연스럽게 차 키를 주고 가시는 분이 있었다. 날 직원으로 오해한 것이다. 서점에 서 있으면 잡지 코너를 물어보는 등 직원인 줄 알고, 놀이동산을 가면 자기들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지인들 모임에 나갔는데, 처음 보는 분이 나에게 남자 사용 설명서를 추천하더라. 내가 거기 출연한 것을 몰랐던 것이다. 매번 다른 사람으로 보여지는 것이 좋다.”

▲ 오정세는 영화 '조작된 도시' 속 민천상을 깰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제공|프레인 TPC

매번 재발견이다. “내년에는 잘 되겠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오정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정세의 인지도가 낮아서가 아니다작품마다 새로운 오정세의 모습을 재발견한다. ‘조작된 도시에서 역시 마찬가지였고, 이 보다 강렬한 악역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독특하고 기이한 인물이었다. 오정세는 또 기다린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또 다시 재발견 될 수 있는 작품과 그 안에 숨쉬는 캐릭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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