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정만식이 영화 '그래, 가족'에서 철없고 능력없는 장남 성호 역에 도전했다.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강렬한 인상으로 센 캐릭터를 도맡아온 배우 정만식이 철없이 사람만 좋은 장남으로 분했다. 오 씨 남매의 이야기를 담은 가족 영화 그래, 가족에서 정만식이 맡은 성호는 딱 그런 캐릭터다. 번듯한 직장도, 철도 없다. 있는 것이라곤 사람을 잘 믿는 좋은 성격 뿐이다. 이는 가족들에게 늘 민폐가 된다.

한 때는 국가대표 유도선수를 꿈꾼 적도 있다. 하지만 부상과 함께 찾아온 아버지의 빚으로 인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 다섯 살 쌍둥이와 아내까지네 식구의 생계를 위해 유치원 통학버스 운전을 하며 살아간다. 정만식은 자신이 맡은 성호를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세상에 저렇게까지 생활력이 없나 싶었다. 생존력 자체가 없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살겠다고 열심히 산다. 꼭 그런 사람들에게 사기 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또 당한다. 한 번 당하고, 나중에 또 당한다. 앞에 밝은 것이 보이니까 발 밑에 물 웅덩이가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걸어가는 것이다. 장남이라는 책임감에 성공하고 싶어서 그런 점도 있었을 것이다. 안쓰러웠다.”

하지만 성호의 매력도 있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만큼 매력이 있어야 관객들도 그에게 감정을 몰입하고, 연민을 느끼며 따라가기 때문이다. 정만식이 느끼는 성호의 매력은 이었다.

성호의 매력을 굳이 찾는다면 정이 많다는 것이다. 사람 말을 잘 귀담아 듣는 사람이다. 정작 아내 말을 안 듣고, 동생 말을 안 들어서 그렇지, 남의 말은 잘 듣는다. 그러다가 사단이 나고 민폐를 끼치긴 하지만.”

▲ 실제로 막내라 '그래, 가족'의 장남 역할이 힘들었다는 정만식. 사진|곽혜미 기자

실제로 집안 막내라는 정만식은 철없는 장남 역을 뛰어나게 소화했다. 안쓰러울 만큼 애잔한 표정부터 사고를 치고 사과하며 읍소하는 모습 등 생활연기처럼 자연스러웠다. 바로 친형에게서 힌트를 얻었다.

장남 역을 하는 것이 사실 정말 힘들었다. 형처럼 행동했다. 사고 치고 사과하고. 하하. 미안한 마음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잡고 갔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답답하고, 저런 오빠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긴 해야 하지만, 그렇게까지 밉상으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 가족은 제목부터가 가족 영화다. 재미와 감독 등 가족 영화만이 가진 특징이 있다. 공통적이고 뻔한 부분은 기시감을 주며 재미를 반감 시킬 수도 있었다. 연기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너무 예상되는, 뻔한 이야기에 대한 거부감이나 걱정은 없었을까.

그런 걱정은 전혀 없었다.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예고편만 봐도 스토리는 알게 된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밀고 가면 된다. 뻔하더라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면 알면서도 가볼 필요가 있다. 막힐 줄 알면서도 행진하는 것처럼 일단은 가보는 것이다. 모든 작품을 흥행을 보고, 돈을 보고 만들 수는 없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여러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 이야기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도 있어야 한다.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는 정만식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기도 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야기 인지를 따진다는 것. ‘그래, 가족역시 이 시대에 필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 영화 '그래, 가족'을 본 후 가족들과 식사 한 끼 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 배우 정민식. 사진|곽혜미 기자

정만식의 바람은 소소했다. ‘그래, 가족을 본 후 가족들이 밥을 같이 먹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영화 속 가족들을 보며 우리 가족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인, 함께 나눌 이야기를 던져 줬다면, 정만식은 만족했다.

영화를 보고 가족들과 밥을 같이 먹길 바란다. 우리 가족은 어떤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부모님들에게 자식은 모두 아픈 손가락이지만 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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