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재심'에서 이준영 변호사 역을 열연한 배우 정우. 제공|오퍼스 픽쳐스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배우 정우의 연기에는 언제나 진심이 느껴진다. 모든 배우들이 작품에 임하고, 그 작품 안에 살아 있는 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있어 같은 마음가짐이겠지만, 정우에게서는 유독 진심이 느껴진다.

정우가 실존 인물을 많이 연기해서 드는 느낌일 수도 있다. 영화 쎄시봉의 오근태를 시작으로 히말라야의 박무택, ‘재심의 이준영까지 실존 인물이나, 그 인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연이어 맡았다.

최근 개봉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재심에서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했다. 정우는 일명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모티브 삼은 재심에서 박준영 변호사를 모델로 한 이준영으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이슈가 되는 사건을 맡아 스타 변호사로 점프 하고 싶은 마음에 10년 동안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현우(강하늘)에게 접근하지만, 점차 인간적인 면모를 갖춰가며 진심으로 그를 돕는 인물이다.

어쩔 수 없이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실화라는 것은 당연히 관심이 가는, 영화 소재로 극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과, 자칫 왜곡 될 수 있고, 자칫 잘못하면 실존인물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부담감까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정우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정우는 처음에 실화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실화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라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최근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부터 실존인물을 대하는 정우의 자세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 '재심'이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는 정우. 제공|오퍼스 픽쳐스

Q. 실화라는 사실을 모르고 시나리오를 읽었다고 들었다.

맞다. 실화라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놀랐다. 이야기 자체가 영화 같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니까 허구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

Q. 변호사 역할인데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용어들이 자연스럽게 나와야 내 감정을 넣을 수 있다. 딱딱하게 보이지 않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친척 중에 변호사가 있다. 변호사 같은 느낌은 없다. 멀리서 찾지는 않았다.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배우처럼 행동하는 것이 뭔지 잘 모른다. 다 같은 사람이다. 포인트가 되는 것만 보여주면 관객들도 믿고 따라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Q. ‘재심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실제 사건에 대해 공부를 했나.

공부라고 하기엔 그렇고, 궁금하니까 찾아보게 됐다. 다큐멘터리도 봤고, 다른 영상도 봤다. 실제 박준영 변호사가 했던 것들을 찾아봤다. 좋은 일을 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다.

Q. 준영 캐릭터는 처음과 끝이 다르다.

변하긴 하지만 어떤 시점을 명확하게 두고 변하진 않는다. 천천히 변한다. 그 길을 찾기 쉽지 않았다. 관객들은 편하게 볼 수도 있지만, 연기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어려웠다. 준영은 첫 재판장에 등장하는 모습과 마지막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도 자연스럽게 가야 했다. 영화를 순서대로 찍은 것이 아니라서 혼란스러웠고, 머리가 많이 아팠다.

▲ 정우는 '히말라야' 이후 1년 2개월만에 연기한 '재심' 촬영이 가장 치열했다고 말했다. 제공|오퍼스 픽쳐스

Q. 사회적인 이슈가 있는 영화이니, 사명감이 전혀 없진 않았을 것 같다.

허투루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은 들더라. 사명감까진 아니더라도 진정성 있게 작품을 대했고, 다른 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갔다. 아픔이 있는 이야기이지 않나. 그런 마음으로 임했다.

Q. 초반 이준영 변호사는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사는 인물 같았다. 살면서 가장 치열했던 시기는 언제였나.

재심촬영할 때 치열하게 했다. 의욕과 열정이 앞섰다. 기다렸던 작품이었던 만큼 연기적인 부분에 갈증도 많았던 시기다. ‘히말라야이후 1 2개월만에 찍은 작품이라 의욕도 컸다.

Q. ‘재심속 준영은 사람 냄새가 나는 캐릭터다. 정우라는 사람 냄새 나는 배우를 만나서 더욱 빛난 것 같다.

그렇게 봐 주시면 정말 감사하다. 변호사라는, 법조인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선입견이 있다. 그런 모습의 변호사가 아니라,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인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바른 길을 선택하고 정의로워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처럼 느끼게 연기했는데, 그렇게 느껴진다면 다행이다.

Q. 실화 소재 작품을 유독 많이 했다. 연기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은.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는 예민해진다. 조심스러움을 넘어선 예민함이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서 예민해 지는 것 같다.

Q.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극영화로 만들면서 희화화 되기도 한다.

그 부분 역시 조심스럽다. 영화를 보는 가족들의 심정도 헤아려야 한다. 당연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재심은 소재 자체가 무거워서 자칫 잘못하면 시작부터 관객들이 지칠 수가 있었다. 그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부담없이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것을 준영이 했으면 하는 마음이 감독님과 같았다. 내가 재미있게 표현하는, 빈틈이 보이는 부분이 실존 인물의 이미지가 될 수도 있다. 정말 많이 신경을 썼는데, 박준영 변호사님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편하게 연기하라고 전해 들었다.

▲ 정우는 '재심'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공|오퍼스 픽쳐스

Q.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생각보다 유쾌하게 시작하는 영화다. 정말 강조하고 싶은 대목이다. 하하. 힘들지 않은 긴장감이 있고 이슬비처럼 감정이 쌓인다. 결국엔 그 감정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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