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 세일은 이제 화이트삭스가 아닌 레드삭스의 선수다.

[스포티비뉴스=오상진 객원기자] 지난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는 ‘108년’과 ‘68년’의 저주에 걸린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맞대결이 이뤄졌다.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컵스가 우승을 차지했고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열기 속에 2016년 시즌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월드시리즈의 뜨거웠던 열기가 스토브리그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새로운 CBA 협정(메이저리그 노사협약) 체결이 늦어지면서 구단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느려졌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는 마무리 투수 빅 3(아롤디스 채프먼, 켄리 잰슨, 마크 멜란슨)를 제외하면 대어급 선수가 많지 않았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7명의 선수가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었지만 이번에는 요에니스 세스페데스(4년 1억 1000만 달러)가 유일하게 '대박' 계약에 성공했다.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면서 예년에 비해 한파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던 스토브리그도 사실상 막이 내렸다. 2017년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각 팀들은 이번 겨울 어떻게 전력의 밑그림을 그렸는지 지구별로 살펴본다.


▷ 보스턴 레드삭스

보스턴은 2015년 아메리칸리그(AL)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스토브리그에서 데이비드 프라이스 영입을 위해 2억 1,7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 결과 2016년 지구 우승으로 완벽하게 반등에 성공했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1승도 거두지 못하고 3연패하며 탈락했다. 시즌이 끝난 뒤 보스턴은 다시 한번 과감한 투자를 했는데 이번에는 '돈'이 아닌 '유망주'로 원하는 선수를 영입했다. 5년 연속 10승, 4년 연속 200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크리스 세일을 데려오면서 무려 4명의 유망주를 내줬는데 그 가운데는 팀 내 최고의 유망주인 요안 몬카다, 시속 100마일의 강속구 유망주 마이클 코페치도 포함돼 있었다.

보스턴은 세일의 합류로 최고의 선발진을 갖추게 됐지만 불펜은 우에하라 고지, 다자와 준이치, 브래드 지글러 등이 FA로 팀을 떠나면서 많은 공백이 생겼다. 보스턴은 불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밀워키 브루어스와 트레이드로 타일러 손버그를 영입했다. 손버그를 얻기 위해 밀워키에 내준 트래비스 쇼 역시 팀이 관심을 갖고 육성하던 유망주였다.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보스턴은 타선 보강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1루수 미치 모어랜드(1년 550만 달러)와 FA 계약을 맺었을 뿐이다. 데이비드 오티즈가 은퇴하면서 지명타자 자리는 핸리 라미레즈가 맡을 예정이다. 리그 최고의 외야수로 성장한 무키 베츠를 비롯해 잰더 보가츠,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까지 올스타 출신의 젊은 야수들이 공격과 수비에서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여기에 2017년 최고 유망주로 평가 받는 앤드류 베닌텐디까지 포함된 새로운 '킬러 B' 타선은 지난해보다 더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 볼티모어 오리올스

볼티모어는  지난해 2년 2,200만 달러를 투자한 요바니 가야르도의 FA 계약이 실패(6승 8패 평균자책점 5.42)로 돌아갔다. 가뜩이나 투수에게 많은 투자를 하지 않는 볼티모어는 가야르도를 트레이드하면서 생긴 선발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팀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선발진(평균자책점 4.72, AL 13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히려 AL 평균자책점 1위(3.40)였던 불펜은 몇 명의 선수를 보강했다.

홈런 타자를 선호하는 성향도 여전했다. 2016년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1위(47개) 마크 트럼보를 3년 3,750만 달러에 붙잡았다. 메이저리그 최악의 수비력(DRS -51)의 외야진에 새롭게 영입된 세스 스미스는 지난해 16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을 보여 줬지만 수비(DRS -8)는 기대할 수 없는 선수다. 8시즌(2009-2016년)동안 볼티모어의 안방을 책임졌던 맷 위터스를 대신할 웰링턴 카스티요(1년 600만 달러)도 최근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을 정도로 파워를 갖춘 선수다. 팀 전력보다 구단의 취향에 맞는 선수를 모으는 볼티모어의 전략이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결과를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 호세 바티스타는 차가운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 토론토 블루제이스

2016년 시즌이 끝난 뒤 토론토는 여러 명의 주전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었다. 토론토는 FA 최대어로 꼽히는 에드윈 엔카나시온을 비롯해 몸값이 비싼 선수들 대신 비교적 낮은 몸값으로 빠져나간 전력을 채웠다. 지난해 42홈런 127타점을 기록한 엔카나시온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30홈런 93타점을 기록한 지명타자 켄드리스 모랄레스(3년 3,300만 달러)를 영입했다. 여러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스티브 피어스(2년 1,250만 달러)를 영입했고 디오너 나바로가 빠진 백업 포수 자리는 제로드 살탈라마키아(마이너리그 계약)로 대신했다.

많은 관심을 모았던 호세 바티스타와 계약도 비교적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FA 시장에 나선 바티스타는 많은 나이 때문에 큰 관심을 얻지 못했고 결국 토론토와 1년 1,800만 달러(+2년 3,700만 달러 옵션)에 계약을 맺고 집으로 돌아왔다.

투수진 역시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났지만 무리해서 잡지 않았다. 지난해 팀 내 투수 최고 연봉(1,200만 달러)을 받았던 R.A. 딕키는 애틀랜타와 계약했다. 불펜 최고 연봉(380만 달러)을 받았던 브렛 세실에게 3년 계약을 제시했지만 세실은 4년의 계약 기간(3,050만 달러)를 보장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팀을 옮겼다. 토론토는 세실의 공백을 메울 왼손 불펜 투수 J.P. 하웰(1년 300만 달러)을 비롯해 조 스미스(1년 300만 달러) 등을 영입하며 선발에 비해 약했던 불펜진에 깊이를 더했다.


▷ 뉴욕 양키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지갑을 닫았던 양키스는 이번 겨울 확실하게 필요한 곳에 투자를 했다. 시카고 컵스에서 약 3개월을 뛰고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갖게 된 아롤디스 채프먼은 시즌이 끝난 뒤 언론에 양키스로 복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런 채프먼에게 양키스는 FA 불펜 투수 역대 최고액(5년 8,600만 달러) 계약으로 화답했다. 양키스는 지난해 7월 트레이드 대가로 4명의 선수를 받았고 반 년 만에 채프먼을 복귀시키면서 남는 장사를 했다.

양키스는 알렉스 로드리게스(2,000만 달러), 마크 테세이라(2,250만 달러) 두 선수가 은퇴하면서 연봉 4,000만 달러의 여유와 함께 1루와 지명타자 자리의 공백이 생겼다. 양키스는 지난해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20개의 홈런을 때려 내며 여전한 장타력을 보여 주고 있는 베테랑 맷 할러데이(1년 1,300만 달러)를 영입했다. 2016년 내셔널리그(NL) 홈런 1위(41개)를 차지하고도 에릭 테임즈에게 밀려 밀워키에서 쫓겨난 크리스 카터는 차갑게 식은 FA 시장을 떠돌다 스프링캠프를 코앞에 두고 양키스와 1년 35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 탬파베이 레이스

'저비용 고효율'의 대명사였던 탬파베이는 '데블레이스' 이름으로 보낸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7년 이후 9년 만에 지구 최하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실패한 시즌을 보낸 탬파베이는 2013-2014년 스토브리그에서 3,900만 달러를 투자한 이후 3년 만에 2,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FA 계약에 투자했다. 2,115만 달러. 다른 팀에 비하면 매우 적은 금액이며 팀 내에서 FA로 풀린 로건 모리슨(1년 250만 달러)을 잡는 데 쓴 돈까지 포함된 금액이지만 탬파베이로서는  나름대로 스토브리그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무릎 수술로 2017년 시즌 초반 출전할 수 없는 포수 윌슨 라모스에게 2년 1,25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이 옳은 결정이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탬파베이는 지난해 216개의 팀 홈런(AL 4위)을 기록했지만 출루율이 0.307(AL 14위)에 머무르며 득점도 672개(AL 14위)에 그쳤다. 탬파베이에 필요한 선수는 출루율이 높은 타입이지만 새로 영입한 콜비 라스무스(1년 500만 달러)의 통산 출루율은 0.311에 불과해 팀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2016년 팀 내 투수 연봉 2위(375만 달러)였던 드류 스마일리는 FA까지 2년이 남았지만 시애틀로 트레이드 됐다. 신인 왼손 투수 블레이크 스넬이 가능성을 보이면서(6승 8패 평균자책점 3.54) 탬파베이는 왼손 선발투수인 스마일리를 과감하게 포기했다. 지난해 20홈런을 기록한 2루수 로건 포사이드는 연봉이 크게 증가(100만→580만 달러)하는 2017년을 앞두고 LA 다저스로 트레이드 됐다. 탬파베이는 새로운 시즌 전반기에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7월 트레이드 시장에서 더 많은 선수를 판매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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