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해빙'에서 승훈을 연기한 배우 조진웅. 제공|롯데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배우 조진웅(41)은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드라마 단역과 연극을 거쳐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충무로에 입성했다. 한길만 걸어왔다. 오로지 연기만 하면서 대중과 소통했고, 4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그만큼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고, 수많은 배우들과 호흡했다. 영화의 중심에 서 있기도 했고, 특별출연을 하기도 했다. 아주 어린 나이의 배우 뿐만 아니라, 소위 선생님이라고 부를만한 중견배우들과도 수없이 함께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에는 배우 신구가 함께 출연했다. 치매에 걸린 정노인 역을 맡은 신구는 수면 내시경을 받던 중 자신도 모르게 살인을 한 듯한 고백을 이어 나간다. 이 장면은 영화 속에서 승훈(조진웅 분)이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결정적인 장면이자,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시발점이다. 함께 연기를 펼친 조진웅은 신구의 연기에 대해 경의롭다고 표현했다.

선생님들과 작업을 참 많이 했다. 그렇게 나이가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호흡? 어떻게 호흡에 대해 말을 하겠는가. 그런 이야기를 할 지점이 아니다. 그 나이에도 작업을 할 수 있다면, 그 에너지가 나올 수 있게 관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어려운 것이다. 마냥 경의롭다.”

조진웅은 이와 함께 조금은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했다. 신구와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연기를 해 온 배우들, 비단 배우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분야의 장인들에 대한 존경과 예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선생님(중견배우)들을 보면 여전히 굳건하고, 견고한 정체성과 철학이 있다. 누구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명맥을 이어가는 분들에 대한 예우나 존경심이 부족한 것 같다. 나는 그렇게 활동을 하지도 못할 것 같다. 그 연배까지 배우로 살면서 관객들과 호흡해 왔다는 것만으로도 예우를 해야 하고, 존경심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뚝뚝 끊겨 있는 느낌이다.”

현장에서 대 선배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조진웅은 해빙촬영을 하면서 신구의 연기를 지켜봤다.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NG가 나기도 했다. 자신의 연기에 집중하지 않고, 신구의 연기를 바라보다 생긴 에피소드였다.

연기를 보는 것도 경의롭다. 사실 NG컷이라 영화 속에서는 사용하지 못한 장면이 있다. 승훈과 정노인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인데, 그 때 내 상체를 카메라에 담아야 했다. 연기를 해야 하는데, 선생님(신구)의 연기를 보고 있다가 NG가 났다. 하하.”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푸념을 하듯이 털어 놓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조진웅의 존경심이다. 선생님이라 불리는 이들에 대한 존경심, 배우라는 직군을 떠나 더 넓게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장인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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