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밝고 쾌활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 표예진. 제공|팬스타즈컴퍼니

[스포티비스타=문지훈 인턴기자] “승무원을 그만둔 건 용기를 내서 한 선택이었어요. 연기를 안 하면 후회할 거란 생각에 과감히 사표를 던졌죠.”

신인 배우 표예진(25)의 패기는 대단했다.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인 승무원 타이틀을 만 19세 나이로 따냈지만, 1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배우의 꿈에 도전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는 말에, 표예진은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그만큼 연기에 대한 열망이 컸다는 것. 자신을 꺼내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특히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사실 승무원은 나를 숨겨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연기는 그 반대잖아요. 학원에 다니면서 혼자 프로필을 돌리고 다녔는데, 그게 힘들진 않더라고요.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어요.”

2015년 10월 현재 소속사인 팬스타즈컴퍼니에 들어간 표예진은 다음 해인 2016년을 누구보다 알차게 보냈다. MBC ‘결혼계약’, SBS ‘닥터스’,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하 ’월계수‘)’까지, 쉴 틈 없이 작품에 들어갔고 세 작품 모두 크게 흥행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감독님들이 저를 좋게 봐 주셨어요. 오디션을 볼 때 당당하고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 괜찮게 보이나 봐요. 연기 열정이 크지만 그 욕심을 너무 대놓고 드러내지 않고 여유 있게 생각하는 편이기도 해요.”

세 작품에서 표예진은 모두 밝은 캐릭터를 맡았다. ‘월계수’에서는 이동숙(오현경)과 성태평(최원영)의 딸인 쾌활한 김다정 역을 맡아 안방 시청자들의 귀여움을 받았다.  

“모든 캐릭터가 좋았지만, 다정이를 긴 시간 동안 연기했고 스토리가 있는 캐릭터여서 더 좋았어요.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라서 떠나보내기 더 힘들어요. 캐릭터도 마음에 드는데 분위기도 가족 같아서 촬영 내내 행복했어요.”

김영애, 차인표, 라미란, 오현경, 최원영 등 대선배들이 포진한 촬영장이 어렵진 않았을까. “막내라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걱정했는데 어려운 건 전혀 없었어요. 선생님들도 너무 편하게 해주셨고 막내처럼 챙겨주셨죠. 오현경, 최원영 선배에게는 엄마랑 아빠라고 계속 부르고 다녔고요. 연기 조언도 자주 해 주셨어요. 라미란 언니한테도 대본 어떻게 보시는지, 말이나 소리를 어떻게 다루는지 질문을 했는데, 언니는 ‘야, 그냥 네가 하면 정답이야’라고 쿨하게 말해주셨어요. 언니 덕분에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항상 웃으면서 촬영할 수 있었죠.”

항상 웃으면서 촬영했다고 밝게 얘기했지만, 다정이 입장에 서면 아쉬운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극중 강태양(현우 분)을 향한 짝사랑은 ‘아츄커플’ 이세영-현우의 인기에 묻혀버렸으며, 기대했던 이세영과의 사돈 케미도 극에 잘 녹아들지 못 했다. 

표예진은 “강태양과 한 번도 데이트를 못 해보고 끝났어요. 짝사랑에 눈물 흘린 다정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강태양과 민효원(이세영 분)의 사랑이 진전이 돼서 어쩔 수 없었지만, 태양이가 다정이한테 한 번만 정리를 해줬으면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는 세영이와 친한데, 연기할 때는 다정이 입장에 있다 보니 세영이를 미워했어요.”(웃음) 

“그래도 세영이랑 귀여운 사돈 케미를 잘 살리고 싶었어요. 세영이가 저한테 먼저 전화해서, 초반에는 같이 대사도 맞춰보고 즐겁게 호흡을 맞췄는데, 점점 둘이 붙는 신이 없어지니까 이후에는 거의 못 만났죠. 사돈 관계는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라 더 아쉬워요.” 

▲ 표예진은 승무원을 그만두고 연기의 길에 뛰어들었다. 제공|팬 스타즈 컴퍼니
아쉬움이 남는 만큼 앞으로 활동에 대한 욕심도 많다. 그동안 밝은 역할만 했기에 다른 역할에 많이 욕심이 생길 것 같다는 말에, 표예진은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생겨요. 저한테는 정말 다양한 모습이 있어요. 어둡고 소외된 캐릭터도 좋고, 악역도 자신 있어요. 다양하게 자신을 꺼내보고 싶어요. 가장 욕심이 나는 건 ‘청춘시대2’예요. 작품성도 좋고 캐릭터가 하나하나 돋보였어요. 감독님이 시즌2를 만드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제가 꼭 들어가고 싶어요. 시즌1때는 다른 스케줄이 겹쳐서 출연이 불발됐어요. 저랑 비슷한 건 한승연 선배 역할인데 욕심나는 건 한예리 선배 역할이에요. 그런 현실적인 역할 잘할 자신 있어요. 한예리 선배를 개인적으로 존경해서 그 역할이 더 좋아보였던 것 같아요.”

경상도 창원이 고향이라 사투리를 활용할 수 있는 연기에도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응답하라’도 후속이 나온다고 하죠? 저 창원 사투리 잘해요. 부산 사투리는 아니다. 이번 응답 시즌에 창원 출신 캐릭터가 나오면 제가 발탁됐으면 좋겠어요.”(웃음)

연기 생활 2년차에 접어든 표예진. 고민이 슬슬 시작될 시기다. “요즘엔 말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선생님, 선배님들과 하다 보니, 선배님들의 자연스러운 대사가 부럽더라고요. 저도 제 말투로 말을 하긴 하는데, 선배들만큼 자연스럽지는 않아요. 뭔지 모르겠는데 차이가 있더라고요. 이런 고민을 언니들에게 얘기하면, ‘네 나이 때 할 수 있는 말하고 내가 하는 말하고 다르다. 우리는 너처럼 못한다’라고 말을 해 주세요. 그 말이 맞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더 잘 하고 싶어서 언니들 대사를 모니터 해요.”

표예진의 고민은 대중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다. 그러한 열정과 변신에 대한 욕구를 안고, 표예진은 연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배우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쟤 괜찮네’ ‘다음에 어떤 역으로 나올까 궁금하다’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 마디로 새로운 모습이 기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연기 욕심쟁이 표예진이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매력으로 다가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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