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원은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장영실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배우들은 항상 스스로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한다. 한 작품을 끝내고, 다음 작품이 예정 돼 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만, 언제나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아야 하고, 공백기는 늘 불안함으로 다가온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 출연한 강예원이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강예원은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22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만, 만년 아르바이트 인생인 장영실 역을 맡았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지만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되풀이한다. 어렵게 얻은 직장 국가안보국에서도 비정규직이고, 정리해고 1순위인 처지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기에 공감이 가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최근 스포티비스타와 가진 인터뷰에서 강예원은 그런 장영실이 “나와 같았다”고 말했다.

“장영실은 항상 자신이 없고 비정규직으로 살아간다. 우리(배우)도 마찬가지다. 항상 계약을 해야 일이 있다. 다음이 보장 돼 있지 않으니까, 늘 불안하다. 장영실의 공포스러운 내일이 나의 일 같았다.”

극중 장영실은 자신감이 부족하다. 언제나 기가 죽어 있고, 일만 시켜준다면 무엇이든 다 할 듯 하지만, 실수를 연발한다. 이런 자신의 모습에 또 자신감을 잃어가고, 악순환은 계속된다. 언제나 당당해 보이는 강예원과는 조금 다른 지점이었다.

“나 역시도 자신감이 넘치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살기 위해 더 노력하고, 습득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채워가고,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선천적으로 자신감이 있는 편은 아니다. 그런 부분이 나와 장영실이 닮은 지점이다.”

▲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장영실 역을 열연한 배우 강예원. 사진 |곽혜미 기자

이야기를 나눌수록 강예원과 장영실의 닮은 부분이 보였다. 전화기 너머로 “불합격 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듣고, 좌절하지만 또 다시 노력한다. 극중 장영실은 택시 운전을 하면서, 울면서 신세를 한탄하는 것 조차 중국어로 한다. ‘참 열심히 산다’는 생각에 안쓰러울 정도.

“나도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장영실도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열심히 한다. 택시 안에서 중국어로 외치고, 힘들어서 주저앉을 수도 있지만 다시 벌떡 일어난다. 나는 일을 즐기면서 하려고 한다. 재미있지 않았으면, 이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내 일이 고맙기도 하고 소중하기 때문에 열심히 한다.”

강예원은 이번 작품에서 오롯이 혼자 책임져야 하는 신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사나운 개와 소통하는 장면. 애니멀 커뮤니케이션 자격증이 있다는 설정 하에, 더러운 바닥을 구르면서 화가 나 있는 개를 진정시켜 위기를 모면한다. 한채아 역시 이 장면을 촬영했을 때 “정말 외로워 보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나도 정말 외로웠다. 대본에는 그냥 ‘멍멍’만 적혀 있었다. 외롭고 슬펐다. (한)채아에게 “연기를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채아 역시 ‘연기하는 뒷모습을 보고 눈물이 날 뻔 했다’고 하더라. 내가 잘못하면 그 신이 망가지고, 전체적인 톤 앤 매너가 망가질 수 있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영화를 망칠 수 있다는 생각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오랜만에 나온 여성 투톱 영화로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오랜만에 나온 만큼 신선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흥행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예원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여성 투톱 영화라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영화 자체의 재미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여자만 나와서 잘되거나 안되는 건 아니고, 또 남자만 나온다고 잘되는 것 아니지 않나. 생각지도 못했던 작품이 엄청난 스코어가 나오기도 한다. 사람 일은 모른다. 열심히 잘 만들면 어느 순간 좋은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 강예원은 자신의 일이 고맙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사진|곽혜미 기자

강예원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일을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간다. “새로운 일을 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어떤 재미난 일이 있을까 기대를 한다”고 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좋은 일이 많았기에 가능한 기대감이었다. 강예원의 지금까지 행보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보이스피싱 일망타진을 위한 국가안보국 댓글요원 장영실과 뛰어난 미모를 지녔지만, 욱하는 성질과 욕을 입에 달고 사는 형사 나정안(한채아 분)의 불편하고 수상한 합동수사를 그린 작품이다. 현재 극장 상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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