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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벽에 오르기 전, 가장 진지해지는 시간의 김자인 ⓒ 한희재 기자

[SPOTV NEWS=조영준 기자] 가려진 1인자의 고독. 세계 1인자의 위치에 있지만 조명을 받지 못하는 자의 외로움은 한국 스포츠에서 흔히 있었던 일이다.

스포츠 클라이밍 세계랭킹 1위인 김자인(26)도 이러한 길을 걷고 있다. 인공 암벽 등반을 즐기는 이들을 제외하면 '스포츠 클라이밍'은 생소한 종목이었다. 그러나 김자인의 등장으로 인해 스포츠 클라이밍은 조금씩 인지도를 넓혔다.

김자인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 2011년이다. 지난 2010년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락 마스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10년 IFSC 클라이밍 월드컵 5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특히 그해 김자인은 클라이밍 월드컵에서 사상 두 번째로 리드와 볼더링 양대 종목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월드컵 및 세계선수권에서 승전보를 전해준 그는 빌더링(빌딩을 비롯한 인공 건물 등반)과 각종 CF 출연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최고 권위의 대회인 세계선수권 리드 부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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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시즌을 보낸 뒤 가질 수 있는 승자의 미소 ⓒ 한희재 기자
김자인은 지난 9월 스페인 히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리드 결승에서 완등에 성공했다. 남녀 선수 통틀어 유일하게 가장 높은 홀드(인공 암벽에 붙은 물체)를 잡은 그는 한국 클라이밍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로써 김자인은 올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리드 부문 우승을 차지했고 아시아선수권대회 통산 10승과 더불어 월드컵·세계랭킹 1위 동시 석권까지 이뤄냈다.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셈이다.

경기적인 성과 외에 IFSC 선수위원에 선출되는 경사도 있었다. 세부 종목 당 4명씩 총 12명으로 구성되는 IFSC 선수위원회는 2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선수위원의 절반을 새로 선출한다. 이 선거는 히혼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기간에 진행됐다. 선수 위원 후보로 등록을 마친 그는 당당히 선출됐다.

"선수위원은 선수들의 투표로 결정됩니다. 평소 다른 선수들과 잘 지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친근감 있게 먼저 다가가지는 않았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놀랐어요.(웃음)"

김자인은 아시아선수로는 남녀 통틀어 유일하게 선수위원으로 임명됐다. 선수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위원 후보에 출마한 그는 뛰어난 실력과 친화력으로 동료 선수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시즌을 마감한 김자인은 지난 11월18일 무릎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4월 오른쪽 무릎 십자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올 시즌 볼더링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리드가 주 종목인 김자인은 볼더링도 병행하며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무릎이 안 좋은 상태에서 무리를 할 수는 없었다.

결국 주 종목인 리드에만 전념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시도는 세계선수권 리드 우승이라는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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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암벽만큼 편하고 즐거운 곳이 없다는 김자인 ⓒ 한희재 기자

"지난달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수술을 받았어요. 인스부르크에서 수술을 받은 이유는 그곳에 저를 후원해주시는 회사 본사가 있었기 때문이죠. 경기를 하면서 무릎 때문에 고생한 것은 없습니다. 지속적으로 경기를 하다 보니 팔꿈치에 무리가 왔는데 오히려 이 부상 때문에 고생을 좀 했죠."

김자인은 산악인 가족들 사이에서 태어났다. 위로 2명의 오빠들이 있지만 선수로서 가장 성공한 이는 막내딸이었다. 김자인은 가족들과 함께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암장을 지난해 마련했다. 이곳에서 김자인은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강사 일은 하지 않고 훈련에만 전념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들만의 짐(GYM : 체육관, 훈련장)을 가지고 싶었어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 오픈했는데 저는 운동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훈련할 시간이 필요한데 강사까지 할 수는 없으니까요.(웃음)"

세계랭킹 1위인 김자인의 명성을 듣고 암장을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에서 온 팬도 있었다. 김자인은 "지난 주까지 운동을 쉬었는데 그 분(캐나다인)이 나를 보려고 계속 암장을 찾아왔다고 한다. 금주에는 짐을 방문했는데 때 마침 그분이 계셔서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운동 외에 시간에 맛집에 찾아가는 것을 즐기는 김자인은 벌써 내년 시즌 준비에 들떠있다. 겨울 동안은 부상 회복에 전념할 예정이다. 그리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인공 및 자연 암벽을 오를 예정이다. 차가운 바람도 그의 타고난 '정복자 기질'을 잠재울 수 없는 모양이다.

한편 김자인 선수의 인터뷰 영상은 15일(월) 밤 9시 IPTV종합스포츠채널 SPOTV<UHD스포츠 스토리>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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