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 수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조영준 기자] "사실 한국전력 분석을 하느라 대한항공 경기 비디오는 보지 못했네요. 상대(대한항공) 전력을 분석하기 위해 밤에 잠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난적' 한국전력을 꺾고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최태웅(41) 현대캐피탈 감독의 표정은 안도감보다 긴장감이 넘쳤다. 현대캐피탈은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전력에 2연승 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우승을 위해 한고비를 넘겼지만 눈앞에는 대한항공이라는 거대한 벽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준우승에 그쳤던 현대캐피탈은 2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을 치른다.

현대캐피탈은 2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한국전력을 세트스코어 3-0(25-23 25-22 25-18)으로 눌렀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19일 열린 1차전에서 한국전력을 3-0으로 물리쳤다. 3전 2선승제로 펼쳐지는 플레이오프에서 현대캐피탈은 2승 무패로 승자가 됐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했다. 그러나 로베르트 랜디 시몬 아티(30, 쿠바)가 버티고 있는 OK저축은행에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를 2차전에서 끝내며 1차 목표에 성공했다. 올 시즌 사정은 지난해와 비교해 그리 좋지 않다. 지난 시즌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한 현대캐피탈은 챔피언 결정전 상대를 기다렸다. 그러나 올 시즌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정규 리그 우승 팀 대한항공에 도전하는 입장이다.

최 감독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기다리는 편이 좋았다.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가려니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최 감독은 "대한항공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공격과 수비가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한항공에는) 국내 최고 세터 한선수가 있고 공격진도 좋다. 교체할 선수들도 많다"고 밝혔다.

▲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을 다짐한 박기원(오른쪽) 대한항공 감독과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 곽혜미 기자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어느 포지션에서도 득점을 올려줄 공격수들이 있다. 대한항공은 정규 리그 공격종합 1위에 오른 김학민(34)과 득점 5위에 오른 외국인 선수 미차 가스파리니(33, 슬로베니아), 속공 1위 진상헌(31) 등이 버티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국내 선수 가운데 득점 순위가 가장 높았던(6위) 문성민(31)과 박주형(30) 신영석(31)이 있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3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끈 송준호(25)가 대기하고 있는 점도 현대캐피탈의 장점이다.

무엇보다 '월드 리베로' 여오현(39)이 존재가 현대캐피탈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최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모든 선수가 자기 소임을 다했지만 여오현 플레잉코치가 코트 안에서 선수들을 잘 이끌어줬다"고 칭찬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을 6번 만나 2승 4패에 그쳤다. 객관적인 전력은 물론 상대 전적에서도 대한항공이 앞서 있다.

"이번에는 무엇보다 (우승이) 간절하다"고 밝힌 최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매년 중요한 시기에서 좌절했다. 이번에는 이를 꼭 극복했으면 좋겠다"며 챔피언 결정전 선전을 다짐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21일, 수원체육관 관중석에는 박기원(66) 대한항공 감독이 두 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지난 15일 열린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박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챔피언결정전까지) 정신적으로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는 문성민 ⓒ 수원, 곽혜미 기자

지난 시즌 준우승에 그친 상처가 현대캐피탈에 '독', 또는 '약'이 될 수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세터 노재욱과 공격수들의 호흡은 안정적이었다. 여기에 송준호가 문성민의 뒤를 받쳐주며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최태웅 감독과 문성민은 한 때 코트에서 호흡을 맞췄던 사이다. 지도자와 팀을 이끄는 기둥이 된 이들은 정상에 두 번째 도전한다. 최 감독은 "그동안 늘 마지막이 아쉬웠다. 우리 선수들도 이제는 그런 부분을 잘 뛰어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맞붙는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은 오는 2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