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 제공|전원사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감독 홍상수)는 사랑했던 유부남 감독과 헤어진 후 모든 것을 버리고 독일로 떠나온 여배우 영희(김민희 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지인 지영(서영화 분)과 함께 한적한 거리를 산책하고 공원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작은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고, 피아노 악보집도 구입한다.

평화로운 일상 같아 보이지만, 영희의 속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말로는 기다리지 않는다고 하는 바로 그 감독 상원(문성근 분)을 기다리고 있다. 독일로 오겠다는 상원의 말을 의심하지만, 기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영희는 강릉으로 이동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다. 조금 더 평안해 보이는 얼굴로 영화를 보고,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선배들 천우(권해효 분), 명수(정재영 분), 준희(송선미 분)와 함께 술을 마신다. 대화 수위는 아슬아슬하다. 영희의 상황을 따뜻하게 감싸주지만, 위험 수위를 넘나들며 감정의 굴곡이 생긴다.

그들의 이야기에 영희는 화를 내다가 웃음을 터트리는 것을 반복하지만 결국은 사랑이다. 영희는 다들 사랑할 자격이 없다” “진실된 사랑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외친다. 사랑을 찾고 갈구한다. 이는 죽음을 때까지 반복되는 일이다.

결국 밤의 해변에서 영희는 상원과 마주할 기회를 얻는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누워있던 영희를 상원의 스태프 승희(안재홍 분)가 발견하고, 이어 함께 술을 마신다. 두 사람의 대화 역시 사랑이다. 고함을 지르고 울먹이고, 책의 한 구절을 읽어주는 것을 요약하면 결국 사랑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허상이다. 이미 끝난 사랑이고, 영원한 사랑은 없었다. 보이지도 않는 사랑을 찾아 다니는 것 자체가 일장춘몽이다.

▲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 제공|전원사

도무지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는 그들만의 세상이다. 불륜을 저지르고 독일로 도피한 영희를 따뜻하게 맞아 주고, 강릉에서는 영희의 복귀를 돕겠다는 지인들이 있다. 호텔 창 밖을 닦는 기묘한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창을 닦으며 그 안을 들여다보지만 그들은 창 밖 사람의 존재 조차 무시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유부남 감독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자전적인 이야기, 혹은 자기 변명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 작품을 홍 감독과 김민희의 상황에 대입 시키고 보면 그럴 듯 해 보이고, 또 아니라고 생각하며 아니다. 김민희의 입을 통해 나오는 대사들, 또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는 그가 살아왔던 삶이나, 그들의 현재 상황을 변명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가만히 놔두지 옆에서 난리다” “할 일이 없어서 그렇다등의 대사는 호기심에 이끌려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던지는 말 같기도 하다.

명확한 것은 홍 감독과 김민희의 사랑은 현재 진행형이고, 영희와 상원의 사랑은 이미 끝났다. 2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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