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통사람' 장혁 스틸. 제공|오퍼스픽쳐스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큰 목소리와 상대의 기를 죽이는 거센 말투가 있다. 강압적인 태도는 상대로 하여금 겁을 먹게 하고, 나보다 더 강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그렇다면 반대가 되는 사람일 경우는 어떨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영화 보통사람에서 장혁이 만들어낸 규남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극중 장혁은 국가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최연소 안기부 실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최규남 역을 맡았다.

규남은 시대가 만든 악인이다. 김봉한 감독은 규남을 캐릭터, 살아있는 인물이라기 보다는 1980년이라는 시대의 시스템으로 활용했다. 각 시대마다 그 시대에 살아가는, 시대를 관통하는 인물인 셈이다.

규남의 스팩을 보면 화려하다. 서울대 법학과 재학 중 최연소 사법고시에 합격응ㄹ 했고, 엘리트 검사로 승승장구 했다. 그러던 중 남산으로 넘어와 안기부 실세가 됐다. 영화의 시작은 이미 안기부 실세였을 때다. 국가를 위한다는 미영하에 연예인 마약 수사부터, 살인사건 조작까지 못할 것이 없다.

▲ 영화 '보통사람' 장혁 스틸. 제공|오퍼스픽쳐스

화려한 스팩만큼이나 규남을 설명할 때 따라 붙는 것은 여유로움이다. 느긋한 말투와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한다. 얼굴과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어 어떤 사람인 알 수 없게 만든다.

규남은 절대 소리를 지르는 법이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엇인가를 권유하는 듯 부드럽지만, 속내에는 상대를 자신보다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태도가 깔려있다. 장혁은 최근 인터뷰에서 규남의 말투를 어린 아이들에게 하는 말투다. 이는 상대를 자신보다 아래, 어린 사람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장혁이 만들어낸 규남의 카리스마다. 감정을 섞지 않고, 최대한 힘을 빼고 연기를 해야 했지만, 힘을 주는 것보다 빼는 연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장혁은 말투부터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몸에서 힘을 빼 나갔다. 굳이 목소리는 높이지 않고 힘만 뺏을 뿐이지만, 규남은 절대적인, 강인한 카리스마를 지닌 안타고니스트로 탄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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