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론의 여지 없이 이번 시즌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제주 유나티이드.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공은 사람보다 빠르다'는 축구계 격언을 어떻게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까. 바로 제주처럼 하면 된다. '감귤타카' 제주의 매력적인 축구는 리턴패스와 원터치패스에서 시작된다.

제주는 2017 시즌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에서 3라운드까지 마친 현재 3전 전승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6골을 득점하고 실점은 없다. 최다 득점 팀이자 유일한 무실점 팀이기도 하다.

유기적인 공격 전개가 핵심이다. 제주는 최근 유럽에서 유행하는 '공격적 스리백'을 K리그에서 가장 잘 펼치는 팀이다. 스리백이 좌우로 넓게 벌려서고 윙백들이 공격수처럼 전진한다. 공격 지역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아기자기한 패스 전개로 밀집 수비도 깨부수고 있다.

제주는 공을 빠르게 이동시켜 밀집 수비를 헤집는다. 수비수들이 쫓기엔 제주의 패스가 너무 빠르고, 빠른 패스 전개를 지켜보다가 어느새 뒤로 파고드는 선수를 놓치고 만다.

리턴패스와 원터치패스가 그 핵심이다. 축구, 핸드볼, 농구 등 구기 종목에서 두루 사용되는 '리턴패스'는 일반적으로 공을 준 선수에게 다시 돌려주는 패스를 말한다. 축구에서 리턴패스는 움직이는 동료 선수가 받기 좋은 곳에 공의 속도와 힘을 줄여 떨어뜨려주는 것이 핵심이다. 개념을 조금 더 넓힌다면 굳이 패스를 준 선수가 아니더라도, 동료가 공을 다루기 좋은 곳에 적당한 세기로 다시 내주는 것을 리턴패스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리턴패스는 매우 간단한 개념이다. 그러나 이 리턴패스로 수비진의 균열을 낼 수 있다. 일단 수비를 모을 수 있다. 패스가 투입되고 나면 위협을 느낀 수비는 모이게 된다. 수비 간격과 형태가 무너진다. 이때 원터치로 빠르게 리턴패스를 내면 다른 쪽에서 생긴 수비진의 균열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공격 템포를 충분히 높히지 못한다면 잠깐의 균열은 이내 메워진다. 

공이 리턴패스로 이동하면 수비의 관심도 이동한다. 이때 리턴패스를 내준 선수는 수비의 관심 밖에서 움직일 수 있다. 2대 1 패스가 막기 어려운 이유도 이것이다. 패스를 주고 다시 받으면 공을 다루기 더 편한 위치로 견제 없이 움직일 수 있다. 공이 움직이면 수비도 움직인다. 드리블을 하는 선수는 수비수들이 적극적으로 수비한다. 그러나 패스를 주고 리턴패스를 받으러 가는 동안은 상대 수비의 관심을 피할 수 있다.

패스를 하지 않고 공을 잡고 있었다면 '두 줄 수비' 밖에 서있어야 하지만, 패스를 받고 리턴패스를 받으면 두 줄 수비 가운데로 비교적 쉽게 들어갈 수 있다.

리턴패스 그리고 원터치패스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 수비수들은 공의 흐름을 쫓는 데 애를 먹는다. 공을 빠르게 돌리면 '머리'에도 과부하가 온다. 공의 흐름을 제대로 쫓지 못하면 수비들의 발은 멈추게 된다. 밀집된 공간에서도 틈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패스와 리턴패스, 원터치 패스에 타이밍 맞춘 침투를 더하면 이른바 '삼자 패스'가 완성된다. 공격 템포를 높일 수 있고 수비들이 가장 막기 어려운 연쇄적 원터치 패스로 공격이 전개된다. 제주는 이미 가장 빠르고 아기자기하며 치명적인 축구를 하고 있다. 

제주같은 패스 플레이를 하려면, 공간과 동료의 움직임을 읽는 '머리', 즉 생각의 속도가 빨라야 한다. 제주처럼 전체가 공을 빠르게 돌리는 것이 전술의 핵심인 팀의 장점은 선수 변화에도 어느 정도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축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제주지만 보다 적극적인 로테이션으로 체력 관리를 할 수 있다.

제주의 공격 전개는 최근 수비 전술이 득세하고 있는 K리그에서 다른 팀에도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다. 물론 '고구마'처럼 답답한 공격을 반복하고 있는 슈틸리케호에도 하나의 모범이 될 수 있다.

<영상 분석>

00:03~00:11: 권순형이 안현범에게 패스하자 안현범을 둘러싼 전남 선수들은 방심했다. 안현범이 그대로 공을 잡아주자 권순형은 순간적으로 속도를 붙이며 전남 수비 4명 사이를 지나갔다. 단순한 리턴패스 한 번에 수비들을 무너뜨렸다.

00:12~00:45: 연쇄적인 원터치패스, 리턴패스 그리고 침투가 얼마나 위협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2대1 패스를 시작으로 인천의 수비수들은 미처 제주의 공격 전개를 따라가지 못했다. 밀집 수비를 펼쳤지만 공이 너무 빠르게 돌자 잠깐 정신을 놓쳤다. 뒤로 파고드는 안현범을 봤을 땐 이미 위기를 노출한 뒤였다.

00:46~01:23: 골대 근처까지 정말 쉽게 전진하는 제주 유나이티드. 공을 받는 선수 쪽으로 수비가 집중되며 생기는 공간으로 동료들이 끊임없이 움직인다. 잡지 않고 1번의 터치로 돌려주는 것만으로 수비 형태는 요동치기 시작한다. 간결한 터치로 공간의 동료에게 패스를 하는 것은 역습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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