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골을 터뜨린 이승우(가운데). 팀의 3번째 골에선 그의 천재성이 빛났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 팀에선 A 대표 팀에서 사라진 세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리턴 패스, 침투, 목적이 있는 크로스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 팀은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디다스 U-20 4개국 친선대회 잠비아와 경기에서 4-1로 승리했다. 대회 2연승을 달린 신태용호는 이번 대회 우승을 눈앞에 뒀다.

시원했다. 답답했던 고구마 축구는 없었다. 개인 기량에서야 A 대표 팀 선배들을 따라갈 수야 없다. 그러나 20세 이하 아우들은 조직을 갖춘 수비를 어떻게 허무는지 알고 있었다.

패스를 하면 간결한 리턴 패스가 나왔다. 수비와 붙어 있는 선수에게 패스가 들어가면 수비가 모인다. 당연히 다른 곳에선 공간이 생긴다. 공간으로 간결하게 리턴패스를 했다. 드리블을 시도할 때도 있었지만 공간이 좁을수록 1번 또는 2번의 터치로 공간으로 리턴패스를 했다. 잠비아가 수비적 경기를 펼치지 않은 것을 고려해도, 신태용호의 탈압박은 눈여겨볼 만했다.

물론 리턴패스만 한다고 모든 문제가 풀리진 않는다. U-20 대표 팀엔 공간을 향한 움직임, 즉 침투가 있었다. 패스를 한 뒤에 자기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 공간이 생기면 움직였다. 많이 뛰어야 할 필요도 없었다. 상대 수비수들 사이로 공이 빠져나올 곳을 향해 몇 발짝만 움직이면 패스가 나오는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다.

리턴패스와 침투로 좁은 공간을 빠져나오면 넓은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과감한 스루패스로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 공간이 있었다. 공격 전개가 시원하게 풀렸다.

또 하나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다. 신태용호의 크로스엔 목적이 있었다. 신태용호는 측면을 돌파한 뒤에도 무의미하게 골문에서 공중볼을 다투도록 무의미한 크로스는 하지 않았다. 완전히 측면을 뚫었다고 생각이 될 땐 쇄도하는 중앙 공격수를 노리고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를 노려 강한 크로스를 했다. 플랜 A가 되지 않을 것 같으면 한 타이밍 늦게 공격에 가담하는 2선에 배치된 3명의 공격적인 미드필더들을 노렸다.

▲ 득점은 없었지만 맹활약한 조영욱. 그는 세계 최고의 미끼가 될 수 있다. 간결한 연계 플레이와 과감한 슈팅도 좋았다. ⓒ대한축구협회

전반 31분 선제 득점 장면부터 이 3가지가 어우러졌다. 사인이 어긋나긴 했지만 한찬희의 스루패스를 집중력 있게 쫓아가 차지한 우찬양이 중앙을 향해 크로스했다. 크로스는 확실하게 골키퍼와 수비 사이를 노려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노렸다. 저돌적인 쇄도가 장점인 조영욱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크로스였다. 조영욱의 쇄도로 타이밍을 놓치고 크로스 세기가 강해 잠비아 골키퍼가 공을 흘리면서 뒤이어 들어온 백승호가 오른발로 침착하게 골을 터뜨렸다.

전반 40분 이승우가 기록한 2번째 골은 신태용호의 공격을 그대로 반영했다. 한찬희의 패스를 이진현이 받을 때 이미 백승호는 공간을 인지하고 수비 뒤로 침투하고 있었다. 이진현은 지체하지 않고 원터치로 공간을 향해 공을 돌려줬다. 백승호가 오른쪽을 완전히 허문 뒤에도 조영욱의 보이지 않는 활약이 있었다. 골문을 향해 돌진한 조영욱을 따라 잠비아의 수비들은 모두 끌려갔다. 조영욱 보다 한 타이밍 늦게 백승호의 반대쪽 날개인 이승우가 파고들어 완벽한 오른발 골을 터뜨렸다. 침투와 공간을 향한 패스가 적절히 어우러져 만든 아름다운 팀 골이었다.

후반 24분 이승우의 추가 골도 이진현이 침투하는 이승우 앞 공간에 짧게 내주면서 시작됐다. 공간을 향한 침투가 골로 연결됐다. 물론 환상적인 칩킥에선 이승우의 천재성이 빛났다.

후반 33분 공간으로 빠져든 하승운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중앙의 임민혁의 발에 정확한 크로스를 연결했다. 정확했고 간결했다.

경기를 냉정히 보면 보완해야 할 점이 많았다. 잠비아가 전반전 수많은 찬스를 놓쳤다. 수비적 문제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신태용호가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신 감독의 공격적이고 패스를 강조하는 전술적 색을 선수들이 그대로 피치 위에 표현했다. 무색무취, 무엇이 목적인지 알 수 없는 허술한 '형님'들의 축구와 달랐다. 신 감독은 '구슬 서 말'을 제대로 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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