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7년 만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복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1호' 확정. 2016년 여름 지휘봉을 잡은 치치 감독의 성과다. 때론 감독이 많은 것을 바꾼다.
브라질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1-7로 대패했다. 허리 부상으로 네이마르가 전열에서 이탈한 것과 무관하게 경기력이 끔찍했다. 이른바 '미네이랑의 비극'이었다. 둥가 감독과 함께 치른 2016년 여름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도 전술 부재를 지적 받으며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세계 축구의 흐름과 브라질의 고전은 무관하지 않았다. 수비 전술이 조직적으로 변했다. '두 줄 수비'와 '전방 압박'으로 대표되는 '팀 수비'는 브라질처럼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들을 잡기 위해 고안됐다. 상대적 전력 약세를 뒤집기 위해 만든 전술인 만큼 브라질처럼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팀은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치치 감독은 뛰어난 브라질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전술이란 '체계'를 더했다. 공격 전술을 가다듬는 것만으로도 브라질은 공격적인 축구로 승승장구했다.
전술적으로 주목할 점은 공격의 첫 시작이 드리블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수들은 굳이 수비를 드리블로 제치려고 하지 않는다. 패스와 리턴패스를 먼저 시도한다. '오프 더 볼'의 움직임이 좋아졌다. 적극적으로 패스를 받으러 움직인다는 의미다. 패스를 주고받는 것으로 보다 쉽게 위험 지역까지 침투한다. 위험 지역에 침투하고 나면 상대 수비는 형태가 무너진다. 패스를 우선하니 드리블도 직접 슛도 더욱 막기 어렵다. 수비들이 여러 가능성을 두고 수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복싱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강한 선수라도 계속 오른손만 뻗으면 커버에 걸린다. 왼손으로 잽도 날리고 복부도 때리고 훅도 날려야 어느 순간 빈틈이 생긴다. 오른쪽 스트레이트로 결정타를 노리더라도 그것만 반복해선 효과가 없다.
필리피 쿠티뉴의 득점 패턴을 보면 그 차이는 더욱 확실히 보인다. 쿠티뉴는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날리는 오른발 슛이 특기다.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에서 자신의 장기를 살리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모든 선수들이 쿠티뉴의 오른발과 드리블 돌파에 대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쿠티뉴는 힘을 들이지 않고 정말 쉽게 골을 넣고 있다.
동료를 활용하는 것이 비결이다. 쿠티뉴가 패스를 하는 순간 그는 수비수들의 관심에서 순간적으로 벗어난다. 리턴패스를 받을 때 쿠티뉴는 훨씬 더 위협적인 위치에서 수비를 제칠 필요도 없이 슛을 날릴 수 있다.
네이마르가 펄펄 나는 이유도 같다. 네이마르는 알아도 막기 어려운 드리블러다. 그런 네이마르가 패스를 할 것이란 가능성을 주는 순간 막는 것은 더 어려워진다. 더구나 그의 옆에서 공격을 펼치는 동료들은 호베르투 피르미누, 쿠티뉴, 윌리안 같은 선수들이다. 막을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어떤 팀도 브라질의 공격력을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핵심은 감독이다. 브라질 스쿼드에 큰 변화는 없다.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에서 충격의 탈락을 맞은 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다. 브라질을 변화시킨 것은 치치 감독의 역량이다. 세계 최고의 개인 기량을 갖춘 브라질 선수들에게 적합한 공격 전술을 더했다.
한국 대표 팀은 어떤가. 손흥민, 기성용, 구자철이 출격해도 최종 예선 들어 어떤 팀도 압도하지 못했다. 점유율을 잡고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했고 점유율은 높았지만 공격은 하지 못했다. 문제는 느린 공격 속도다. 공은 사람보다 빠르다. 그러나 한국은 패스로 공을 움직이는 대신, 직접 사람이 공을 운반하려고만 했다. '한국의 공격'은 없었고, 기성용의 공격, 손흥민의 공격, 구자철의 공격처럼 개인의 공격만 있었다. 경기 전략, 전술부터 문제라는 것인데 이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영역이다.
시리아전에선 전반 4분 세트피스에서 골을 넣고도 공격 축구는 없었다. 공간이 없어 공격하기 어려웠다는 말은 핑계였다. 시리아는 수비 라인을 높이면서도 수비와 미드필더의 간격은 잘 유지했다. 한국은 '수비 뒤 공간'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할 간격을 좁힌 '수비-미드필더'를 지나는 데부터 실패했다. 이쯤되면 슈틸리케 감독의 점유율 축구는 무색무취 전술과 동의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한국엔 네이마르와 쿠티뉴 같은 선수가 없다고. 그렇다면 대답할 것이다. 시리아에 디에고 고딘 같은 수비수가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라고. 반복적인 팀 전체의 부진을 선수 탓으로 돌릴 순 없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중국을 단단하게 만든 것은 선수들의 기량 성장 때문이 아니다.
기성용은 시리아전 뒤 믹스트 존에서 "감독의 문제라고 이야기가 많지만 제가 봤을 땐 감독의 전술적 문제보다는 선수들이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엔 그가 틀린 것 같다. 감독이 문제다.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이 저하됐다고 해도 중국보다 시리아보단 확실히 낫다. 오히려 전술 부재 속에서도 꾸역꾸역 승리를 챙긴 것은 선수들의 개인 기량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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