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번째 득점 뒤 환호하고 있는 유벤투스 선수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경기 전략의 승리였다. 수비 간격과 전방 압박, 그리고 측면 돌파와 컷백이 유벤투스의 핵심 키워드였다.

유벤투스는 12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17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FC바르셀로나와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경기 전략의 승리였다. 

UEFA 경기 뒤 통계에 따르면 유벤투스는 슈팅을 14개, 바르사는 15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효 슈팅은 유벤투스가 8개로 더 많았고, 바르사는 3개였다. 점유율에서 유벤투스가 34:66으로 뒤졌고 패스 정확도도 82%였지만 훨씬 효율적인 축구를 했다.

활동량도 주목할 만하다. 유벤투스는 108.8km를 기록했고 바르사는 99.7km를 기록했다. 유벤투스가 활동량에서 앞선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바르사가 기적의 역전승을 만들었던 지난달 9일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선 활동량과 승패가 연결되지 않았다. 바르사가 105.8km, 파리생제르망이 110.4km를 기록했다. 이번 경기 활동량 해석은 유벤투스가 공간을 좁히면서 바르사가 뛸 공간 자체를 줄였다고 보는 것이 맞다. 패스 템포가 떨어져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영상과 함께 조금 더 자세하게 분석한다.

◇ ‘간격’ 좁히고, 때로 ‘전방 압박’

유벤투스의 수비가 바르사의 공격을 완전히 눌렀다. 기본 전략을 간격을 좁히고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마치 수비 조직 전체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 알레그리 감독은 공수 균형, 수비 조직을 갖추는 데 매우 뛰어난 감독이다. 바르사가 이리저리 흔들어보려고 했지만 유벤투스는 단단했다.

유벤투스는 전반 초반 강한 전방 압박을 펼쳤다. 바르사를 빌드업부터 부수기 위한 경기 전략이다. 바르사는 언제나 롱패스보다 짧은 패스로 차근차근 빌드업한다. 수비를 빠르게 압박해 정확도 높은 패스보다 롱패스를 유도했다.

동시에 MSN(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 삼총사를 잡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 MSN을 직접 막는 것은 무모한 선택이다. 2년 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과 유벤투스가 1-3으로 패할 때 배운 것이었다. MSN을 막는 것보다 차라리 그들이 공을 최소한으로 잡도록 다른 선수들을 압박하는 것이 현명하다.


‘간격과 형태 유지’ 그리고 ‘전방 압박’으로 바르사가 하고 싶은 축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안드레스 이니에스타도 선발 출전했지만 영향력이 부족했다.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복귀해도 쉽게 무너질 수준의 수비가 아니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한 기량을 뽐낸 지안루이지 부폰까지 결정적인 선방을 했다.

▲ 고전한 수아레스. 키엘리니를 또 깨물 순 없었다.

◇ 측면 우위와 컷백 크로스

파울로 디발라가 컷백을 받아 전반 7분과 22분 2골을 터뜨렸다. 바르사는 유벤투스의 측면 돌파와 45도로 내주는 컷백 패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여기에 조르지오 키엘리니가 후반 10분 헤딩 골을 터뜨렸다. ‘파리 참사’보다는 낫지만 ‘토리노 완패’ 정도로 표현하기에 적당한 경기였다.

공격은 단순하고 간결했다. 바르사의 수비 뒤 공간을 노렸다. 직선적인 직접 돌파도 많았다. 오른쪽 날개로 출전한 후안 콰드라도는 빠른 발을 활용해 직접 돌파를 자주 시도했다. 파울로 디발라가 자주 콰드라도 쪽으로 움직여 함께 제레미 마티유를 공략했다. 다니 알베스는 공격보단 네이마르를 잡는 데 더 집중했다.

왼쪽 날개로 출전한 마리오 만주키치는 폭넓게 움직였다. 몸싸움이 강해 상대적으로 작은 바르사 세르지 로베르토를 밀치면서 드리블 돌파를 했다. 만주키치가 세르지를 잡아두면 알렉스 산드로가 빠른 공격 가담으로 공격을 펼쳤다. 산드로 쪽에 배치된 바르사 공격수 메시는 어차피 폭넓게 움직이고 중앙 쪽으로 자주 이동한다. 그래서 키엘리니가 메시를 따라붙는 장면도 많았다. 대신 산드로는 수비 부담을 덜고 기회가 되면 적극적으로 공격을 했다.

측면 공격 마무리도 세밀했다. 무작정 크로스를 시도하지 않았다. 헤라르드 피케, 사무엘 움티티, 마티유 모두 신장을 갖춘 선수들이다. 곤살로 이과인 혼자 공중볼을 다툴 순 없었다. 대신 컷백 패스로 효과를 봤다. 이과인이 쇄도하면서 중앙 수비를 끌어준 덕분에 전반 22분 디발라가 컷백 패스를 직접 슛으로 연결해 득점했다. 이과인은 스스로도 공간을 찾아 물러서는 등 컷백 패스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과인을 비롯한 유벤투스 공격은 잘 정리된 공격을 펼쳤고 영리했다.



판박이였다. 유벤투스와 바르사의 16강 상대였던 PSG의 경기 전략은 비슷했다. 전방 압박으로 빌드업부터 바르사를 부수려고 했다. 전방 압박으로 경기 흐름을 잡고 전반 초반 밀어붙였다. 그리고 득점을 터뜨렸다. 득점 뒤 전방 압박 강도를 낮추고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공격을 펼쳤다. 그리고 두 팀 모두 1차전에서 대승을 거뒀다.

유벤투스는 PSG보다 무너뜨리기 더 어려운 팀이다. 알레그리 감독의 '균형'은 캄프 누에서도 여전할 것이다. 무엇보다 2년 전 경험이 있다. PSG처럼 소극적인 경기로 스스로 패착을 두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2년 전 준우승 아픔을 갚아줄 기회가 유벤투스 눈앞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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