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예 오승훈은 '렛미인' '피고인' 등으로 데뷔와 동시에 주목받은 배우다. 제공|나무엑터스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스물여섯 살, 어린 친구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연예계에서 조금은 늦은 나이. 하지만 오승훈(26)은 어린 친구들에 뒤지지 않는 열정으로 자신의 앞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농구선수를 꿈꿨던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데뷔작인 연극 ‘렛미인’을 비롯해 ‘나쁜자석’, 그리고 지난달 종영한 SBS 드라마 ‘피고인’(극본 최수진 최창환, 연출 조영광 정동윤)까지. 데뷔 이후 탄탄한 연기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오승훈의 시작은 ‘연기’가 아닌 ‘농구’였다. 어디서 뚝 떨어진 신인인가 싶었는데, 사실 대학 때까지 농구를 하던 농구선수였다.

오승훈은 “대부분의 농구 선수들은 초등학교 2~3학년 때, 키가 크고 싹이 보이는 친구들을 감독님이 스카웃해서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저는 키가 안 크다. 그런 제의가 있었던 게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 때 본 농구 경기에 감명을 받았다. 제가 직접 농구를 하겠다고 부모님을 졸랐다. 6년을 졸라서 농구를 하게 됐다”고 어린 시절을 설명했다.

오승훈이 6년이나 부모님을 설득해야 했던 이유는 부모님 모두 예체능을 했던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승훈은 “아버지가 체대를 나오셨고 어머니가 무용을 하셨다”며 “두 분 모두 예체능은 절대 안된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부모님을 설득해 시작한 농구는 오승훈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대학 때까지 농구를 계속했다. 사랑했던 농구를 포기해야 했던 건 대학교 1학년, 부상을 당하면서다. 

“대학교 1학년 때 부상을 당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심했어요. 수술을 네, 다섯 번 했죠. 농구는 지금도 할 수 있지만, 수술 이후에 선수들의 평상시 운동량을 못 따라가겠더라고요. 무리를 하면 다리가 고장이 났으니까요. 무리를 하지 않으면 프로 선수들과 붙었을 때 밀리고요. 체력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쌓을 여력이 없었어요.”

오승훈은 결국 포기했다. 부상뿐만 아니라 당시 농구계에서도 많은 상처를 받았다. 이제 뭘 해야 하나 싶었을 때, 오승훈은 선수 생활을 하던 당시 눈여겨봤던 분야를 ‘연기’를 떠올렸다. 사실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다. “유명한 사람이 되고자”하는 마음도 있었다. 오승훈은 “저에게 상처를 줬던 사람들에게 ‘나 잘됐다’고 떳떳하게 알리고 싶었던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연기 학원을 다니다가 3개월 만에 관뒀어요. 연기를 사랑해서 시작한 게 아니어서 그런지 회의감이 들었거든요.”

▲ 농구 선수 출신인 오승훈은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버저비터'에서 뛰어난 농구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제공|나무엑터스

오승훈이 연기에 대한 마음을 다잡게 된 계기는 SBS ‘기적의 오디션’(2011)이다. 오승훈은 “3개월 동안 학원을 다니면서 ‘기적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신청서를 접수했었다”며 “학원을 그만둔 뒤에 1차 오디션을 시작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디션용 독백을 만들어 둔 것이 있어서 오디션에 임했다. 김갑수, 이미숙, 김정은, 이범수, 곽경택 감독님 등 심사위원 앞에서 연기를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어 “오디션을 40~50분 정도 봤다”며 “준비한 대사 이외에 이범수 선배가 즉흥극을 권유했다. 무더운 여름날, 동네 양아치가 돼서 아이스크림을 빼앗아 먹는 상황을 줬다. 이범수 선배는 정말로 1차원적인 양아치의 모습을 보려고 했던 건데, 이를 캐치하지 못한 나는 계속 재밌게만 하려고 했다. 결과는 탈락이었다”고 설명했다.

오승훈이 대기시간 16시간 끝에 찾아온 오디션 50분을 끝내고 맞이한 시간은 새벽 다섯 시. 오승훈은 그때가 ‘연기의 정확한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연기 학원 선생님을 찾아가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오승훈은 “운동을 하다가 와서 그런지 선생님께서 ‘뭔가 하겠다’ ‘오기라도 있나보다’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며 “그런데 돌연 관둬버리니까 실망을 하셨다. 그래서 다시 찾아갔을 때 연기를 시키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세 번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오승훈은 이어 “그때 선생님이 부상 때문에 공익근무를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셨다. 네 팔과 발에 족쇄를 채우고, 배우기만 할 자신 있으면 공익을 가라고 하시더라”며 “공익근무를 하면서 저녁과 주말에 연기 연습을 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마음을 정하니 기회는 계속 찾아왔다. 소속사의 전문적인 매니지먼트를 받게 됐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연극 ‘렛미인’ 주연으로 발탁됐다. 이후 행보도 탄탄했다. 연극 ‘나쁜자석’은 물론 드라마 ‘피고인’으로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농구 선수에 대한 미련은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버저비터’로 풀었다. 

‘피고인’으로 주어진 포상휴가도 마다했다. 오승훈은 ‘피고인’ 포상휴가에 대해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신인 배우라는 내 위치가 선배들과 재미있게 놀고 있을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것보다 지금 나에게 더 중요한, 오디션을 보기로 했다”며 “이 시기에 오디션을 보고 다음 스텝으로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마음은 여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여유 있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오승훈의 앞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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