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욱이 '보이스'에 대한 다양한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제공|더 좋은 이엔티
[스포티비스타=양소영 기자] 배우 김재욱(34)은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 때로는 스스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그러한 두려움조차도 연기에 도움이 됐다. 배우 김재욱은 그렇게 단단해졌고, 누구보다 뜨거운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김재욱은 지난달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모태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보이스’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불의의 사고로 떠나보내야 했던 강력계 형사 무진혁(장혁 분)과 112신고센터 대원 강권주(이하나 분)가 범죄해결률 전국 최저라는 성운지청 ‘112신고센터 골든타임팀’에 근무하며 자신들의 가족을 죽인 연쇄 살인자를 추적하며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평균 5%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재욱에게 ‘보이스’는 배우로서 터닝포인트가 됐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의 ‘와플선기’ 이미지를 넘어 김재욱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대중에게 각인시킨 계기가 됐기 때문. 무엇보다 김재욱은 “많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만들어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이 났다. 그래서 연기하는데 탄력을 받기도 하고, 멘탈적으로 즐겁게 일한 것 같다”며 “김재욱이 모태구 같다는 댓글을 봤을 때 좋았다. 뿌듯하고 힘이 됐다. 식사하러 갔는데 많이들 알아봐주시더라. 동료 배우들 중에서도 작품 자체가 재미있으니까 많이들 보고 이야기 해줬다”고 미소 지었다.

김재욱은 모태구를 연기한 것에 대해 “누구나 기본적인 파괴 본능은 있다고 생각한다. 모태구를 연기하면서 이를 얼마나 증폭하느냐의 문제였다”면서 “모태구에 대한 연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구의 과거에 대해 정확하게 듣지 못하고 들어갔다. 제 나름대로의 시작점이 필요했다. 모태구는 인간을 죽이는 것에 죄의식이 없는 친구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 김재욱이 모태구를 연기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제공|더 좋은 이엔티
김재욱은 사이코패스 살인마 모태구가 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와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모태구를 만드는데 도움이 됐다. 그는 “예전에 ‘아메리칸 사이코’를 봤는데 ‘보이스’를 하게 되면서 다시 찾아봤다. 모태구라는 인물을 완성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소스들을 찾았다. 모태구는 굉장히 좋은 조건에서 태어났고 누가 봐도 특별한 위치에 있다. 그 특유의 오만한 자만심을 그려내려고 했다. 학창시절에 그런 친구들이 있지 않나. 뉴스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죄책감이나 죄의식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다양한 곳에서 소스를 얻었고 모태구를 완성시켰다”고 밝혔다.

초반 분량이 거의 없었던 김재욱은 되도록 현장에서 김홍선 PD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김재욱은 “김홍선 감독님이 연기적인 부분에서 디렉션을 주지는 않았다”며 “어느 순간 그냥 맡겨주셨고, 제가 믿음을 드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 않나. 물론 따로 칭찬을 한건 아니지만 감독님과 스태프, 배우들의 신뢰가 느껴지는 순간 용기를 얻었고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모태구의 결말에 대해서는 대화를 나누기 전부터 다들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이런 인물이라면 마지막에 제대로 처참한 최후를 맞이해야하지 않나 싶었고요. 찝찝하게 끝나는 것이 싫었죠. 다들 이런 인물은 시원하게 가야된다고 결론 내렸어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태구가 죽는 걸로 결론이 났고요. 물론 악이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지만 더 센 악이 나타나는 것도 어떻게 보면 현실이죠. ‘보이스’가 끌고 온 결말로 봤을 때 그런 걸 암시하는 것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을 위한 동화는 아니니까요.”

▲ 김재욱이 '보이스' 김홍선 PD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제공|더 좋은 이엔티
김재욱의 연기에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호평이 쏟아졌다. 김재욱은 뜨거운 반응에 감사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단 한 순간도 모태구에 완벽하게 녹아들 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감정을 적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을 터. 다만 김재욱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그렇게 김재욱은 어느 순간 모태구가 되어 있었고, 심대식(백성현 분)과 창고신에서 스스로 인식하지도 못한 애드리브가 나왔다.

김재욱은 “대식이가 먼저 애드리브를 했고, 제가 비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 전까지는 살인 행위를 연기하면서도 마음이 편했던 적은 없다. 찍으면 찍을수록 힘들었다. 유일하게 편해졌던 신이 대식이와 지하창고 신이었다”며 “어떤 떨림도 죄의식도 없었고 망설임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지하 창고에 모태구의 히스토리가 담기지 않았나. 그때부터 안보였던 감정신이 나오고 무진혁(장혁 분)과 총싸움도 한다. 그 모든 일들이 하루에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오는 해방감도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재욱은 ‘섹시하다’는 반응에 “섹시하게 보이려고 연기한 건 아니다. 목욕신을 찍을 때는 더럽게 안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모태구가 상류층이다. 살아온 환경이 유복했고, 그래서 오만하고 젠틀하다. 그런 애티튜드에서 그런 것들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김재욱은 모태구를 만나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그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모태구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고 했다. “모태구가 영향이나 지장을 줄 것 같지 않다. 모태구처럼 살인범 역할이 들어와도 다른 목적과 색깔이 있다면 마다할 필요가 없다. 모태구 때문에 캐스팅이 안되면 쉬어야한다. 가능한 빨리 다른 현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끓고 있다”며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 김재욱이 슬럼프에 대해 언급했다. 제공|더 좋은 이엔티
모델에서 배우로, 그리고 다시 ‘보이스’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낸 김재욱은 “조급하지 않다”고 했다. 군대를 다녀오면서 많은 것이 변했기 때문. 그는 “이십대 후반에 군대를 가서 삼십대에 전역을 했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배우 김재욱은 어떻게 갈까 고민했고, 나와서 제가 생각했던 대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군대를 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죠. 한 가지 변한게 하루가 소중하다는 거죠. 신성한 군복무에 대해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군복무를 하다보면 보람차지 않은 하루가 있어요. 그럴 때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고요. 그런 시간이 계속 되다보니까 민간인이 되면 하루하루 열심히 헛되지 않게 살자고 생각했어요. 배우로서도 빠른 길을 두고 왜 그렇게 가냐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저의 길을 가다보면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김재욱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다. 하지만 그 시기조차 피가 되고 살이 됐다. 김재욱은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다보면 분명히 어떤 확신이 있기 때문에 가는 거다. 물론 스스로 의심하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닌가. 돌이킬 수 없는 건 선택을 한 건 아닌가 하는 공포심 때문에 잠 못 자는 날도 있다. 그런 나를 겪으면 겪을수록 무뎌지는 부분이 있다. 단단해지는 거다. 그 시간조차도 연기를 하는데 도움을 줬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합리화일수도 있다. 그게 배우가 살아온 시간이 당연히 연기에 영향을 끼친다. 분명한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김재욱은 ‘좋은’ 배우로 성장해가고 있었다. 그는 “경험이 쌓이고 끊임없이 반성하는거다. 다른 배우도 그럴 것”이라며 “제 작품을 모니터하면 못한 것밖에 안 보인다. 왜 그랬을까 싶다. 태구에게도 아쉬웠던 것이 있다. 여러 가지 태구를 다 펼치지 못했다는 거다. 개인적인 아쉬움이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재욱에게 모든 작품들이 소중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을 시작으로 많은 작품 속에 김재욱의 하루가, 시간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배우 김재욱의 서른셋과 서른넷 사이. 뜨거웠던 ‘보이스’ 역시 “특별”했다.

“‘보이스’는 특별한 경험이었죠. 다른 인물들도 그렇고 생활 연기가 아니라 비현실적인 인물을 실감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었죠. 자칫 잘못하면, 과하면 어색해 보일 수 있고 무덤덤해 보일 수 있는 지점이 있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 하면서 많이 잡아갔어요. 제가 중반부에 들어가면서 시청자처럼 볼 수 있는 부분도 도움이 됐고요. ‘보이스’를 빛내준 분들. 가해자와 피해자 역을 연기한 배우들. 모두의 불꽃튀는 에너지가 많은 자극이 됐어요. 모태구가 완성되는 과정에서 앞에서 연기해준 분들의 에너지를 받아서 연기할 수 있었고요. 정말 감사드리죠. 같이 할 수 있어 좋았어요. 모태구를 연기하면서 좋은 영향을 받았어요. 행운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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