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희관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시즌마다 편견과 싸우면서 꿋꿋하게 자기 공을 던졌다. 성적으로 증명하며 버틴 결과 구단 왼손 투수 역대 최다인 56승을 챙겼다. '느림의 미학' 유희관(31, 두산 베어스)의 이야기다.

유희관은 14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시즌 1차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6피안타 2사사구 8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챙겼다. 팀은 10-6으로 이겼다. 개인 통산 56승을 챙기며 이혜천이 갖고 있던 두산 왼손 투수 최다승 기록인 55승을 넘어섰다.

시즌 첫 승과 함께 구단 역사를 쓸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유희관은 "두산 구단 역사책에 내 이름 석자를 남길 수 있어서 기분 좋다. 56승은 나 혼자 만든 승리가 아니다. 동료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늘 구속에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유희관이 던지는 패스트볼은 시속 130km 초반대로 형성된다. 프로 무대에서 시속 130km대 공으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유희관은 편견을 깨고 지난 4시즌 동안 두 자릿수 승리를 챙겼다. 2013년 10승, 2014년 12승, 2015년 18승, 2016년 15승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제구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투구 궤적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을 운영하는 애슬릿미디어의 신동윤 이사는 KBO 리그 투수 가운데 투구 분포도가 가장 '예쁜' 투수로 유희관을 꼽았다. 

신 이사는 "이론적으로 가장 이상적으로 보는 왼손 투수의 투구 분포도와 거의 비슷한 게 유희관"이라고 설명했다. 유희관의 투구 분포도를 보면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구종별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구역이 명확하게 나눠져 있었다. 제구가 좋지 않은 투수의 경우 여러 구종이 뒤섞여 규칙성 없이 흩뿌려진 분포도를 그린다.

시즌 초반 2경기에서 고전하며 다시 한번 의심을 샀다. 유희관은 지난 1일 한화전 5⅓이닝 4실점, 8일 넥센전 5⅔이닝 5실점을 기록하며 흔들렸다. 비 시즌 동안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린 여파가 있었다. 유희관은 스프링캠프 막바지에 팔꿈치 근육이 뭉쳐 등판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늘 그렇듯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에도 유희관은 개의치 않았다. "초반 2경기에서 안 좋은 투구를 펼쳤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편안하게 경기에 나서려고 했다"고 말했다.

유희관은 '느린 공은 통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독한 마음으로 오기를 갖고 야구를 했다고 한다. 꾸준히 제기되는 위기론이 오히려 그가 두산 선발 로테이션을 5년째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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