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진원 작가가 '보이스'에 대한 다양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제공|OCN

[스포티비스타=양소영 기자] 마진원 작가는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보이스’의 김홍선 PD와 배우들도 마진원 작가의 뜻에 공감했다. 그렇기에 모두 한마음으로 뭉쳤고, 누구보다 뜨겁고 열정적인 시간을 보냈다.

마진원 작가는 지난달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를 집필했다. ‘보이스’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불의의 사고로 떠나보내야 했던 강력계 형사 무진혁(장혁 분)과 112신고센터 대원 강권주(이하나 분)가 범죄해결률 전국 최저라는 성운지청 ‘112신고센터 골든타임팀’에 근무하며 자신들의 가족을 죽인 연쇄 살인자를 추적하며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평균 5%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마진원 작가는 “감독님과 2%의 시청률이 나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촬영이 급하게 들어갔고, 생방송으로 진행이 됐다. 사고가 안 난 게 천만다행이었다”며 “촬영 전에 감독님이 교체됐지만 불안한 마음은 없었다. 물론 감독님이 바뀌는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김홍선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씩씩하고 남자답더라.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보이스’는 마진원 작가에게도 특별했다. 첫 장르물에 도전한 마진원 작가는 모든 것들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강력 범죄를 다루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전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오원춘 사건이 작품의 시작이었다는 마진원 작가. 그는 취재만 약 1년의 시간을 보냈다. 필요한 자료를 찾고, 강력 범죄들을 취재했다. 법의학 교수에게도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마진원 작가는 “강력 범죄를 이렇게 ‘레어’하게 다룰 수 있게 해준 OCN에 감사하다”며 “이렇게 직구를 던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 않나. OCN이라 용인된 부분이 있다. 마음껏 썼다. 그럼에 불구하고 가학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게 개인적으로 두려웠다. ‘보이스’를 쓰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대부분의 강력 범죄가 죽음으로 끝난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이야기, 피해자를 구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죽은 사람들,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을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사건으로 그려내야 하는 게 어려웠다. 작품에서 피해자가 구조된 순간이 그려질 때 좋았다”고 털어놨다.

마진원 작가는 “장르물을 꼭 하고 싶었던 것보다 112 센터의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고 했다. 직접 112센터를 찾아가 취재를 하기도 한 마진원 작가는 다양한 사건을 접했다. 그는 만약 피해자가 말하기 힘든 상황에서 더 잘 들을 수 있다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보이스 프로파일러 강권주 캐릭터가 탄생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느낀 마진원 작가는 이를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했다.

“사람들을 구하고 싶었죠. 강권주처럼 귀가 잘 들린다면 이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요. 사실 감정 이입이 되기 시작하면 112센터가 끔찍해요. 감수성이 풍부한 권주(이하나 역)도 112센터를 찾았다가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살려달라고, 구해달라는 말을 들을 때 눈물을 글썽였죠. 112센터 직원들도 3교대로 8~9시간 정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요. 정말 힘들어하죠. 배우들과 미팅하면서도 장혁 씨도 그렇고 사람들을 구한다는 이야기라서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배우들의 그런 진심어린 마음을 들으면서 이 드라마가 잘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 마진원 작가는 '보이스' 감독과 배우들 모두가 잘해줬다고 말했다. 제공|OCN

마진원 작가는 ‘보이스’ 댓글이나 반응들을 봤다. 그는 “모든 댓글을 다 볼 수는 없지만 극에 대해서 인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봤다. 드라마도 소통을 해야 되지 않나. 예전처럼 작가가 아집을 갖고 쓰는 건 안 된다. 소통하면서 써야 되는 게 맞다. 실시간 댓글 반응들을 보면서 중요한 것들, 계속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고려를 해봐야 된다”고 말했다.

마진원 작가는 ‘보이스’를 쓰면서 봤던 글 중 하나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어떤 블로그에서 봤다. 골든타임팀을 보면서 성운시가 내가 사는 동네였으면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게 좋았다. 성운시를 ‘고담시’로 쓴 건 맞다. 하지만 골든타임팀을 보면서 이입을 해주고 강권주와 무진혁이 빨리 구해주길 바라면서 몰입하는 것들이 작가 입장에서는 좋았다”고 털어놨다.

극중 심대식(백성현 분)이 살 수 있었던 것도 ‘보이스’ 팬들의 힘이었다. 마진원 작가는 “대식이가 빨대면 안 된다고 했다. 보통은 감독하고 배우에게 댓글을 남기지 않나. 그런데 ‘작가님, 대식이를 죽이면 안 된다’고 했다. 원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하더라. 어쩌면 보통 사람, 대식에게 많은 분들이 공감을 했던 것 같다. 누구든 실수를 하지 않나. 나쁜 짓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고 시청자들이 대식이를 용서했다. 살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청자 반응만큼이나 중요했던 건 주인공 무진혁을 위해서라도 심대식은 꼭 살아야 했다. 마진원 작가는 심대식과 무진혁의 관계를 생각할 때, 심대식이 살해당할 경우 무진혁의 복수심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처음에 대식이는 죽는 걸로 김홍선 감독님과 합의를 했다. 그런데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캐럭터에 변화가 생겼다. 장혁 캐릭터의 변화다. 저는 성장으로 본다. 미친개처럼 날 뛰던 무진혁이 마지막에 모태구를 죽이지 않는다”며 “아무리 대식이가 배신을 했다고 해도 만약 대식이가 죽었다면, 무진혁의 성장이 거듭된다고 해도 모태구를 살려놓을 수 없을 감정이 느껴질 것 같았다. 보시는 분들도 그런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정의감 넘치는 무진혁을 위해서라도 심대식은 살아야했다”고 털어놨다.

마진원 작가는 모든 신을 공들여서 썼다고 했다. 힘들고 고된 작업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을 꼽아달라고 하자, 8회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기로에 섰을 때다. 에피소드 위주로 갈 것인가 대서사로 갈 것인가에 대해 중심을 잡아야 했을 때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패턴이 읽히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고민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런데 시청자들이 강권주와 무진혁의 복수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고 잊어버리지 않더라.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대서사를 강력하게 어필하느냐에 따라 드라마 애정을 갖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태구 캐릭터를 잡는 게 중요할거라 생각했다. 심춘옥 할머니 이야기를 작업할 때 정말 무서우면서도 무진혁과 강권주가 사이코패스 모태구가 만났을 때를 기대하면서 싸움을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 '보이스'는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의 노력으로 완성됐다. 제공|CCN
모태구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마진원 작가는 다양한 사이코패스 심리책을 읽었다. 마진원 작가는 “작업을 과정에서 무서웠던 점은 모태구 라인은 정말 무서웠다. 그런데 김재욱이 정말 연기를 잘해줬다. 아마도 엄청 힘들었을 것”이라며 “사이코패스 모태구에 대해 쓰면서 조사하는 과정도 힘들었고, 감독님도 배우도 모두 힘들었을 거다. 새벽에 글을 쓰면서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개연성 문제에 대해서는 아쉬운 지점은 분명 있어요. 저도 열심히 찾고 김홍선 감독님과 배우들도 찾아주면서 메워줬어요. 그런데 거의 생방송이나 다름없이 진행되다보니 개연성을 살려서 찍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한편에 100신을 찍어야 했고, 일주일이면 200신이에요. 디테일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작업이고요. 디테일이 개연성인데, 시간이 점프하는 지점들이나, 그런 부분을 어쩔 수 없더라고요. 다들 속상해했죠. 물론 저희가 놓치고 간 지점은 어쩔 수 없어요. 어떻게 보면 변명이죠. 그래도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더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텐데 아쉬워요.”

‘보이스’ 현장은 그 어느 곳보다 뜨겁고 좋았다. 그는 “감독님이 정말 나이스 했다. 힘들다는 말씀을 안했다. 전화통화를 짧게 하는데 부담을 안줬다. 그래서 감사하다. 현장 분위기가 좋으면 작가도 부담이 없다”며 “개인적으로 감사하다. 감독님. 작가, 배우들이 한 마음으로 작업했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또한 마진원 작가는 “저희가 극한 상황이었고, 골든타임이 필요했다. 우리가 성운시에 있었다. 매일 사건 사고가 터졌다. 우리가 똘똘 뭉치지 않으면 안 됐다. 모든 사람이 잘해줬다. 신기했던 건 밥차를 돌리는데 스태프들도 밥차를 돌리더라. 회식 한 번 없었지만 정말 다들 열심히 해줬다. 모두들 만족했던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보이스’ 마지막회에서 모태구는 또 다른 악인을 만나 죽음을 맞이했다. 특히 이를 두고 ‘보이스’ 시즌2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많았다. 마진원 작가는 “시즌2를 연 지점이 있다. 원칙은 악인은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태구가 약 30명 정도를 죽였다. 법의 심판을 떠나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권선징악이었다. 모기범도 마찬가지였다. 놀라웠던 건 그런 상황을 배우가 원하지 않을 줄 알았다. 너무 처참하지 않나. 그런데 제일 좋아한 게 배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즌제가 된다면 골든타임 팀을 중점으로 다루고 싶다”면서도 “어설픈 시즌제는 안 된다. 노력을 많이 해야 된다. 급하게 생각하는 분들은 없다. 내실을 기해야 되는 지점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제가 된다면 저희 팀들이 다 같이 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골든타임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사건 사고들이 생겨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안 보여줬지만 신고 자체가 무심한 경우도 있어요. 누군가 쓰러져도 신고를 안 하는 분들도 있어요. 저희가 노력했으면 살릴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센 드라마임에도 그런 부분에서 자극적인 지점들이 극복이 된 것 같아요. 표현의 수위는 중요하지 않아요. 시청자가 무언가를 느끼셨느냐 중요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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