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엔 무리뉴 감독(왼쪽)이 웃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전술적 숫자놀음에서 맨유가 완전히 이겼다. 그리고 주제 무리뉴 감독이 빙그레 웃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7일(한국 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2016-17 시즌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첼시와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무리뉴 감독은 3-5-2에 가까운 형태로 변칙 전술을 펼쳤다. '기책'으로 보였지만 철저히 계산된 선택이었다. 칼을 갈고 나온 무리뉴 감독은 첼시 맞춤형 전술을 꺼내들었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해 10월 당한 완패를 완승으로 갚았다. 경기 수 싸움에서 완전히 이긴 무리뉴 감독은 지난 맞대결 '귓속말 굴욕'을 딛고 의기양양하게 올드트래포드를 떠났다. 맨유는 슈팅은 고작 5개 허용했고 유효 슈팅은 하나도 주지 않았다. 완벽한 승리였다.


▷ 지난 10월 무리뉴vs콘테 맞대결 복기

맨유는 첼시와 지난해 10월 벌어진 시즌 첫 번째 맞대결에서 0-4로 대패했다. 자존심을 구겼다. 무리뉴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안토니오 콘테 감독에게 귓속말로 "4-0으로 앞선 상황에서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상대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알려졌다. 자존심이 강한 '스페셜 원' 무리뉴 감독은 스타일도 구겼다.

패인은 뚜렷했다. 맨유가 경기 주도권은 손에 쥐었다. 그러나 첼시의 수비에 흠집을 내는 데 실패했다. 

에당 아자르, 디에고 코스타, 페드로 로드리게스 스리톱을 앞세운 역습에 무너졌다. 킥오프 직후 페드로에게 내준 실점이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첼시가 승승장구한 3-4-3 전술의 장점이 고스란히 나타난 경기였다.

에당 아자르의 뛰어난 개인 능력이 빛났다. 드리블로 흔들고 패스로 도망다녔다. 아자르가 공격을 시작했고 직접 마무리까지 했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 패배를 기억했다. 그리고 첼시를 '부숴버리려는' 전략을 세웠다.


▷ 전략1. 아자르 잡는 에레라

첼시 에이스 아자르는 단순한 1명의 의미가 아니다. 그는 첼시 공격에 시동을 거는 선수다. 아자르가 막히면 첼시의 공격도 어려움을 겪는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를 잡기 위해 안데르 에레라에게 아자르를 잡으라는 특명을 내렸다.

에레라는 맨투맨으로 아자르를 따라붙었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 능하고 기술을 갖춘 에레라다. 동시에 많은 활동량을 자랑한다. 아자르를 1대1에서 놓치지 않고 따라다닐 수 있는 영리한 선수다.

아자르가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첼시의 공격도 둔화됐다. 디에고 코스타와 페드로 로드리게스가 분전했다. 그러나 아자르의 개인 돌파가 사라지자 단조롭게 돌진하기만 했다.

▷ 전략2. '수비에 하나 더' 역습 잡기 위한 3-5-2

여기에 수비적 안정감을 더하기 위한 수비 전술 변화도 있었다. 마테오 다르미안, 마르코스 로호, 에릭 바이로 스리백을 꾸렸다. 스리톱 가운데 에레라가 아자르를 잡으면서 스리백은 디에고 코스타와 페드로 로드리게스를 막으면 됐다. 수적 우세에서 더 안정적으로 수비를 펼쳤다.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애슐리 영이 윙백으로 나섰다. 첼시 윙백을 1대1로 잡았다. 에레라를 제외하더라도 폴 포그바와 마루앙 펠라이니가 중원을 지켰다. 네마냐 마티치와 은골로 캉테와 중원 싸움이 가능했다.

무리뉴 감독이 숫자 놀음에서 이겼다. 3-5-2와 3-4-3 숫자만 비교해봐도 맨유가 중원에서 수비와 미드필드에선 숫자가 많았다. 3-5-2 포메이션은 3-4-3과 비교해 공격수가 1명 적다. 수비적으로 안정감을 유지하기 유리했다는 의미다.

▷ 전략3. 린가드와 래쉬포드 투톱, 단순하고 직선적인 공격

중요한 것은 숫자가 부족한 공격을 어떻게 풀 것인가였다. 무리뉴 감독은 여기서도 지난 맞대결 패배에서 힌트를 얻은 듯했다. 역습을 할 때는 숫자가 굳이 많을 필요가 없었다. 전방에 2명의 공격수를 세운 맨유의 공격은 단순하고 직선적이었다.

맨유가 오히려 수비에 무게를 두고 역습 전술을 펼쳤다. 빠른 발을 가진 제시 린가드와 마커스 래쉬포드가 지속적으로 공간을 향해 침투했다. 중앙으로 침투하기도 했지만, 측면으로 돌아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후속 공격은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애슐리 영 두 윙백에게 맡겼다. 수비 부담을 던 두 측면 수비수는 공간으로 끊임없이 침투하며 래쉬포드와 린가드의 스루패스를 받았다. 공을 발 아래 잡지 않고 공간으로 달리면서 컨트롤해 공격 속도를 높였다.

무리뉴 감독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중심으로 공격을 펼쳤다. 그 이유는 맨유를 상대로 비기기만 해도 좋다는 자세로 수비적인 경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맨유는 아예 즐라탄을 빼고 첼시를 상대했다. 묵직한 공격에서 무게를 덜고 대신 속도를 더했다.

▷ 전략 4. 포메이션 변화에 맞춘 숫자 변화 

전반 7분 래쉬포드가, 후반 2분 에레라가 골을 터뜨렸다. 결과 뿐 아니라 내용까지 완전한 맨유 페이스였다. 

콘테 감독은 전술 변화를 했다. 후반 9분 만에 빅토르 모제스를 빼고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투입했다. 포메이션도 4-3-3으로 변화했다. 후반 21분엔 네마냐 마티치까지 빼고 윌리안을 투입했다. 포메이션 변화는 없었지만 선수 구성이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무리뉴 감독의 대응도 재빨랐다. 후반 15분 공격수 린가드를 빼고 마이클 캐릭을 투입해 중원을 보강했다. 4-3-3 전환에 맞춰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했다. 2골의 리드를 잡은 맨유는 보다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래쉬포드가 전방에서 홀로 역습을 노렸다. 그리고 견디기에 성공했다.

맨유와 무리뉴 감독이 자존심을 회복한 경기였다. 그리고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역량을 볼 수 있는 경기였다. 그는 실리적인 경기 전략을 짜는 데 귀재다. 완패로 맛본 '굴욕'을 완승으로 되돌려줬다. 충분히 알려진 3-4-3을 고수한 콘테 감독에게 '한 방' 먹였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 맞대결과 달리 웃음 띤 얼굴로 중계 카메라에 여러 번 잡혔다. 복수는 달콤했다.

[영상] [EPL] 맨유 vs 첼시 3분 하이라이트 ⓒ스포티비뉴스 정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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