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박민규 칼럼니스트]지난달 25(이하 한국시간), 류현진은  AT&T파크 원정 경기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6이닝 3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최근  부진한 타격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샌프란시코를 상대로 거둔 성적이었으나 분명 지난 경기들과는 다른 투구 내용을 보인 류현진이었다타자들의 저조한 득점 지원(1)으로 패배해 올 시즌 네 번째 패배를 떠안게 됐지만 6이닝  이상 던지며 단 한 개의 홈런을 맞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등판이었다.

 

지난 두 번의 콜로라도 로키스전 그리고 시카고 컵스전과 달리 류현진이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호투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패스트볼이었다.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90마일을 넘지 못했던 콜로라도전, 컵스전과는 달리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전에서 평균 구속 90.6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당시 경기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2013(90.7마일), 2014(90.9마일)과 큰 차이가 없었다인상적인 점은 2회 말, 류현진이 브랜든 크로포드를 상대로 투구한 6번째 공이 SNLA 중계 방송 기준으로는 93마일, 스탯 캐스트 기준으로는  92.7마일이 찍혔다는 것이다.

 

당시 경기에서 류현진은 패스트볼에 이어 체인지업도 효과적이었다. 샌프란시스코전 당시 패스트볼로  허용한 안타는 8타수 동안 2개뿐이었으며 체인지업의 피안타율 또한 0.200(10타수 2피안타)에 불과했다. 변화구의 목적은 본디 타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데 있다. 하지만 패스트볼이 위력적이지 못하면 변화구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샌프란시스코전에서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패스트볼의 위력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 올 시즌 류현진의 패스트볼, 체인지업의 경기별 평균 구속과 피안타율 ⓒ 박민규 칼럼니스트


2014 11, 팬그래프에 게재된  칼럼에 따르면 어깨 수술을 받은 투수들은 팔꿈치 수술을 받은 투수들과는 달리 수술 이전보다 패스트볼 구속이 감소한다고 한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투수들은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수술 이전과 차이가 없었던 반면 어깨 수술을 받은 투수들은  수술 이전에 비해 평균 구속이 약 2마일 가량 줄었다. 그에 따라 어깨 수술을 받은 대부분의 투수들은 수술 이전의 투구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류현진은 찢어진 연골순을 다시 관절와 윗 부분에 붙이는 수술을 받았다. 이른바 상후관절와순 전후병변(SLAP)이다. 증상이 심각할 경우 습관성 어깨 탈골을 유발하기도 하는 관절와순은 투수에게 매우 치명적인 부상으로 알려져 있다.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의 윌 캐롤은 관절와순  수술에 대해사람을 거의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경계한  바 있다.

 

2012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제이 제프가 관절와순 수술을 받은 투수 67명을 조사한 결과 복귀 후 1,000이닝 이상 던진 투수는 로저  클레멘스, 커트 실링, 알 라이터, 크리스 카펜터, 길 메시 5명에 불과했다. 롭 넨, 마크 프라이어, 벤 시츠, 브랜든 웹 또한 어깨 수술을 받았지만 후유증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유니폼을 벗고 말았다.


더불어 어깨 수술을 받은 67명  가운데 20명의 투수가 메이저리그에 복귀하지 못한 것을 고려한다면 어깨 수술의 재기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역 투수 가운데 관절와순 수술을 받고 꾸준히 등판하고 있는 투수는 마이클 피네다가 유일하다. 2012 1,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 된 피네다는 그러나 곧 관절와순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고 말았다. 2014년이 돼서야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피네다의 패스트볼 구속은 평균 94.2마일을 던지던 과거와 달리 91.9마일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피네다는 평균 94마일 패스트볼을 던지며 구속을 회복했고 올 시즌 역시 94.6마일로 수술 이전보다도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피네다가 구속을 회복했다는 이야기는 류현진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지난 3 27일 기사에서 류현진의 어깨 부상 원인이 2014년 발생한 오른쪽 엉덩이 부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근육은 사선으로 이뤄진 연쇄적인 유기체이기 때문에 어느 한 부위에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부위마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2015년 미국 스포츠 컨벤션에 따르면 코어와 골반 파워가 22% 떨어지면 어깨 회전력을 34% 증가시켜야 투구할 때 팔의 가동 범위가 회복된다고 한다. 코어와 골반 파워가 뛰어날수록 넓은 익스텐션(스트라이드)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넓은 익스텐션은 어깨 회전력을 늘리지 않아도 더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2008LA 다저스로 복귀한 박찬호는 재기에 성공했다. 2007 12, 박찬호는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투구할 때 스트라이드를 넓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박찬호는 패스트볼의 위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2008년 정규 시즌 동안 박찬호가 기록한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2.6마일, 최고 구속은 98마일이었다. 특히 선발투수로 등판한 5경기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3.2마일이었다류현진과 경우는 다르지만 박찬호가 구속을  회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스트라이드를 넓게 했다는 것이다.

▲ 2008년 LA 다저스 시절의 박찬호 ⓒ Gettyimages


그렇다면 류현진은 어떨까. 지난달 8, 시즌 첫 등판에서 류현진이 패스트볼을 구사할 때 기록한 익스텐션은 6.52피트였다. 이때보다 0.8마일 더 빠른 90.6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진 24일 경기에서 기록한 익스텐션은 6.69피트로  비교적 더 넓었다. 한편 14일 컵스전에서 익스텐션이 6.7피트로 상당히 넓었던 것에 비해 패스트볼의 구속은 88.8마일에  그쳤지만 그날 기온이 섭씨 9도로 상당히 낮았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류현진의 익스텐션이 길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미뤄 보아 그의 코어 및 골반 파워는 상당히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때문에 류현진의 패스트볼 구속이 더 오를 여지는 충분하다.


▲ 올 시즌 류현진의 경기별 패스트볼 구속과 익스텐션 ⓒ 박민규 칼럼니스트


시즌이 진행될수록 류현진은 2013년과 2014년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류현진은 패스트볼 구속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본래의 구속을 되찾지 못하고 수술 이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타자를 상대할까. 늘 그러했듯이 류현진은 답을 찾아낼 것이다.


※ 참조 : baseball-reference, fangraphs, baseball sa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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