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현재 한국의 올림픽 복싱 마지막 금메달리스트인 김광선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시상대 가운데 서 있다. ⓒ대한체육회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제16회 하계올림픽 복싱 밴텀급 송순천은 1회전에서 필리핀의 알베르토 아델라, 2회전에서 호주의 로버트 바스를 각각 판정으로 누른 뒤 준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의 카멜로 토마세리, 준결승에서 칠레의 클라우디오 바리엔토스를 역시 판정으로 물리치고 대망의 결승전에 올랐다. 금메달을 겨룰 상대는 독일의 볼프강 베렌트였다. 1956년부터 1964년까지 동·서독은 단일팀을 꾸려 올림픽에 출전했다. 송순천은 우세한 경기를 펼쳤으나 판정은 베렌트의 승리였고 억울하긴 하지만 송순천은 한국 최초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5편에서 계속>

프로 복싱 한국인 첫 세계 챔피언 김기수는 1958년 도쿄 아시아경기대회 웰터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1962년 프로로 전향하기 전까지 제 40회 전국체육대회 등 각종 국내 대회에서 연전연승하며 88전 87승1패의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1패는 1960년 로마 올림픽 웰터급 2회전에서 니노 벤베누티(이탈리아)에게 당한 판정패였다.
 
프로에서도 연승 행진을 이어 간 김기수는 1965년 1월 일본의 가이즈 후미오를 6회 KO로 누르고 동양 미들급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다. 김기수는 여세를 몰아 1966년 6월 25일 장충체육관에서 벤베누티와 6년 만에 다시 만나 2-1 판정승을 거두고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이 됐다. 한국은 김기수의 세계 타이틀 획득이 기폭제가 돼 1970년대 홍수환과 유제두, 1980년대 유명우와 장정구 등 수많은 챔피언을 배출한 세계적인 프로 복싱 강국으로 성장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정신조(밴텀급) 은메달,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지용주(라이트 플라이급) 은메달과 장순길(밴텀급) 동메달 등 국제종합경기대회에서 메달이 귀하던 시절 복싱은 한국 선수단에 가뭄에 단비 같은 메달을 선사했다. 그러나 멕시코시티 대회 이후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 신준섭(미들급)이 첫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 잠시 올림픽 메달의 맥이 끊기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2년 뒤인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복싱은 국제 대회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전 체급 금메달의 신화를 썼다. 그 대회 12명의 금메달리스트 가운데 밴텀급의 문성길은 그해 5월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서 열린 제4회 세계아마추어복싱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하는 기록도 남겼다.
 
문성길 외 금메달리스트는 오광수(라이트플라이급) 김광선(플라이급) 박현옥(페더급) 권현규(라이트급) 김기택(라이트웰터급) 김동길(웰터급) 이해정(라이트미들급) 신준섭(미들급) 민병용(라이트헤비급) 김유현(헤비급) 백현만(슈퍼헤비급)이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으나 미국의 폴 곤잘레스(금메달)에게 판정으로 져 조기 탈락했던 플라이급의 김광선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현역 군인이었다. 1회전과 2회전을 RSC로 장식하는 등 거침없는 연승 행진을 벌인 김광선은 준결승에서 소련의 티모페이 스크리아빈을 시종일관 몰아붙인 끝에 5-0 판정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 동독의 안드레아 테브스를 4-1 판정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광선은 시상대에서 태극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라이트미들급의 박시헌은 준결승에서 캐나다의 레이몬드 다우너리를 5-0 판정으로 누르고 결승에 올라 미국의 로이 존스와 맞붙었다. 박시헌은 경기 내용에서는 크게 앞서지 못했지만 3-2 판정으로 존스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헤비급의 백현만은 미국의 레이 머서에게 KO로 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헤비급에서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딴 건 백현만이 처음이었다.

페더급의 이재혁은 동메달을 추가했다. 그러나 경량급의 메달 후보였던 라이트플라이급의 오광수는 1회전에서 미국의 마이클 카바할(은메달)에게 2-3 판정으로 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 대회에서 한국 복싱은 역대 올림픽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적(금 2 은 1 동 1)을 올렸다. 그러나 이 대회 이후 한국 복싱의 올림픽 금메달 행진은 멈춰 섰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홍성식(라이트급)과 이승배(미들급) 동메달,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승배(라이트헤비급) 은메달, 2000년 시드니 대회 노 메달, 2004년 아테네 대회 조석환(페더급)과 김정주(웰터급) 동메달, 2008년 베이징 대회 김정주 동메달, 2012년 런던 대회 한순철(라이트급) 은메달 등으로 과거 효자 종목으로서 명맥은 이어 가고 있으나 1980년대의 화려한 시절은 말 그대로 옛일이 되고 말았다.

시대의 흐름이긴 하지만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아마추어와 프로를 막론하고 복싱을 사랑했던 이들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올림픽에도 프로 선수의 출전이 제한적이지만 허용되는 가운데 2013년 단체 이름에서 아마추어가 사라져 대한복싱협회가 됐다. ‘대한아마튜어복싱연맹’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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