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에다 겐타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박민규 칼럼니스트]2015년  시즌은 아시아 출신 선발투수들에게 위기의 한 해였다.

 

2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아시아 출신 투수가 6명이었던 2014년과는 달리 2015년 정규 시즌에는 3명뿐이었으며 그들이 합작한 fWAR 또한 반 토막 나 버렸다(19.56.3). 구로다 히로키가 일본으로 복귀한 상황에서 메이저리그에  남은 아시아 출신 선발투수 5명 가운데 4명이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다나카 마사히로(154이닝)는 팔꿈치 부상으로 규정 이닝을 넘기지 못했고 2013 219.2이닝을 던진 이와쿠마 히사시는 첫 한 달을 놓친 빌미가 된 손가락 부상에 이어 시즌 마지막 7경기에서 3 3패 평균자책점 7.88의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류현진(어깨 수술)과 다르빗슈 유(토미존 수술)는  그해 정규시즌에 단 한 개의 공도 던져 보지 못한 채 시즌 아웃 되고 말았다.

 

아시아 출신의 선발투수 대부분은 3년째 시즌에 하락세가 시작됐다. 이 때문에 아시아 투수 3년째  징크스라는 용어까지 생겨나고 말았다. 1995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노모 히데오부터 다르빗슈와 이와쿠마 그리고 류현진을 비롯한 많은 투수들이 3년째 시즌에 위기를  겪었다. 4년째 시즌에 하락세가 시작된 왕첸밍을 제외하고 이러한 조건에 맞지 않는 예외 사례는 구로다, 다나카, 첸웨인 그리고 미국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박찬호뿐이다.

다나카는 1, 2년째 시즌에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이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 아시아 출신 선발투수들의 3년째 시즌 성적 ⓒ 박민규 칼럼니스트


지난해 1,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마에다 겐타는 32경기 동안 16승 평균자책점 3.48의 성적을 거두며 팀의 기대를 충족했다. NPB 사와무라상 수상자  출신인 마에다는 지난 시즌 한번도 부상자 명단(DL)에 오르지 않고 클레이튼 커쇼, 스캇 카즈미어, 리치 힐 등 많은 투수가 부상으로 등판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꾸준하게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 냈다마에다마저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졌다면 다저스는 서부 지구 1위를 지키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지난해 마에다는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의 버팀목과도 같은 존재였다.

 

지난해 마에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0.6마일로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기준(92마일)으로 그리 빠르다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패스트볼의 구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수직 무브먼트는 10.7인치로 수준급이었다. 수직 무브먼트가 뛰어난 패스트볼은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거나 플라이볼을 이끌어 낼  때 매우 유리하다. 수직 무브먼트가 훌륭한 마에다의 패스트볼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하기에 효과적이었다.

 

마에다는 다르빗슈와 함께 슬라이더를 많이 구사한다. 지난해 마에다가 가장 많이 구사한 구종은 패스트볼(28.12%)이 아닌 슬라이더(29.11%)였다. 그리고 이는 대단히 훌륭한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마에다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171250타수 이상 투수들 가운데 단연 1위였다.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슬라이더를 던지는 크리스 아처(0.201)와 매디슨 범가너(0.232)보다도 낮은 피안타율을 기록한  마에다의 슬라이더가 메이저리그 4위에 해당하는 18.8의  구종 가치를 기록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NPB 시절에도 뛰어났던 마에다의 제구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난해  마에다의 볼넷 비율 7%는 내셔널리그에서 아담 웨인라이트와 공동  14위였다패스트볼로 내준 볼넷은 불과 14개로 2,500구 이상 던진 투수들 가운데 그보다 더 적은 볼넷을 내준 이는 17명 뿐이었다. 지난해 마에다가 수준급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그리고  뛰어난 제구력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마에다는 매우 부진하다. 지난해 9월부터  올 시즌까지 9경기 동안 기록한 이닝은 42.2이닝으로 평균 5이닝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올해가 메이저리그 2년째 시즌인 마에다는 다른 아시아 출신 선발투수들보다 더 빨리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해와는 달리 5경기 동안 2 2패 평균자책점 6.58에 그치고 있는 마에다의 올 시즌 성적은 매우  나쁘다. 지난달 23,  마에다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7이닝 2실점 8탈삼진의 호투를 펼치며 반등의 여지를 남겨 뒀다. 하지만 마에다는  여전히 그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 내 위치가 상당히 불안하게 됐다.

 

그렇다면 올 시즌 마에다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마에다의 구위에는 이상이 없어 보인다. 올 시즌 26이닝 동안 27삼진을 잡아낸 마에다가 기록한 탈삼진 비율은 24.5%. 이는  마에다가 자신이 상대한 타자들 가운데 24.5%를 삼진으로 처리했다는 뜻으로 지난해 25%와 큰 차이가 없다.

 

또한 마에다는 올 시즌, 지난해보다 더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던지고 있다. 올 시즌 마에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1.2마일로 지난해보다 0.6마일 가량 빨라졌으며 수직 무브먼트 또한 1인치가 더 늘어난 11.7인치다. 지난해 마에다가 패스트볼로 잡은 삼진은 52. 올 시즌 마에다가 패스트볼로 기록한 삼진은 10개로 벌써 지난해 5분의 1 수준을 기록했다.

 

단순히 표면적으로는 제구력 또한 지난해보다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마에다의 볼넷 비율은  지난해보다 1.6%p 가량 낮아진 5.4%20이닝 이상 던진 내셔널리그 투수 가운데 12위다. 패스트볼로 내준 볼넷 또한 3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에다의 볼넷 비율이 낮아진 것이 다른 이면을 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2016(좌), 2017(우) 마에다의 좌타자 상대 패스트볼 빈도 ⓒ baseball savant


위 그림은 베이스볼 서번트에서 추출해 낸 것으로 게임 데이 스트라이크존 기준 올 시즌 마에다가 좌타자를 상대할 때 패스트볼 빈도를 보여 주고 있다. 위 그림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올 시즌 마에다가 좌타자를 상대할 때 지난해와는 달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몰린 공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좌타자를 상대로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에  집중적으로 던진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 마에다는 좌타자를 상대로 제구력이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마에다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0.208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0.090이 높아진 0.298이다. 마에다의 우타자 상대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0.222로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면 좌타자 상대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0.345로 지난해(0.231)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중앙 구역에 몰리고 제구가 단조로워지면서 좌타자들에게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만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타자들이 마에다의 패스트볼을 쉽게 공략하고 있는 것과 함께 타구 질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투수로서는 아주 좋지 않은 소식이다. 자신이 던진 공이  장타가 될 확률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올 시즌 마에다의 패스트볼 타구 속도 및 각도는 지난해에  비해 1.7마일, 2.2도가 증가한 88.1마일과 20.9도다. 좌타자  상대 타구 속도와 각도 역시 88.6마일(2016 86.1마일)22.6(201618.2)로  늘어났다. 이는 최근 많은 플라이볼을 만들어 내고 있는 타자들의 타격법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1,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마에다는 특이한 계약 조건으로 주목 받은 바 있다. 계약 기간 8년 동안 2,5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에 그친 마에다의 계약은 그러나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걸려 있었다. 만약 마에다가 인센티브 조건을 모두 달성할 경우 계약 기간 보장 금액은 1 620만 달러로 늘어난다.

 

NPB 시절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마에다는 앞서 좋지 않은 대우로도 꿈을 향했던 노모, 아오키 노리치카와 같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쉽지 않은 도박이었지만 첫 번째 승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마에다는 나머지 7판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마에다가 이 도박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두 번째 승부인 올 시즌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참조 : baseball-reference, fangraphs, baseball sa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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