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배우 김주혁이 영화 ‘공조’에 이어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도 악한 인물로 등장한다. ‘공조’의 차기성은 이유가 있는 악인이었다면, ‘석조저택 살인사건’ 속 남도진은 조금 달랐다. 김주혁은 차기성을 혁명가라고 포현 했고, 남도진은 사이코패스라고 말했다. 감정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고, 과거는 철저하게 숨겨진 인물. 이것이 바로 남도진이다.

부와 명예, 명석한 두뇌까지 갖춘 남도진은 경성 최고의 재력가다. 4개 국어에 능통하고 피아노를 잘 치면서 외모까지 완벽하지만, 그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없다. 영화에도 남도진의 과거는 그려지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과거가 그려질 필요도, 이유도 없다. 연기를 하는 김주혁이 만들어내야 할 부분이었다.

“남도진은 과거에 극장 주변에서 구두를 닦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표를 팔고, 외국 사람들이 하는 말도 엿듣고 살았던 과거를 생각했다. 머리가 스마트했던 것 같고, 그러니까 사기 치는 법도 배우고, 돈 많은 사람을 흉내 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설정을 했다.”

다가가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이야기를 만들지 않으면 스스로 합리화 하기 힘들었다. 김주혁이 남도진의 과거를 스스로 만든 것도 이 같은 이유였다.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만들긴 했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생각한 것은 있다. 남도진으로 어떤 행위를 할 때 죄의식을 가지 말자는 것이다. 그의 악행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남도진은 자신이 가야 하는 길에 누군가가 비키지 않고 서 있으면, 비키게 만드는 사람이다.”

기존 김주혁이 해 왔던 캐릭터와는 분명이 달랐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보여준 김주혁의 모습과 남도진은 전혀 다른 인물이고, 다정보다는 차가움에 가까웠다. 스스로 평가하는 연기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았지만, 변화에 대한 만족도는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아져서 그런지 내가 한 연기를 만족하지는 않는다. 실수한 부분이 보이더라. 그 부분은 고마웠다. 다음에는 절대 저렇게 하면 안되겠다는 부분이 보였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빠져서, 내가 스릴러를 한 부분은 실수다. 변화에 대한 만족도는 있다.”

김주혁은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놨다. 지금까지 안정된 연기력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김주혁의 고민이 조금은 놀라웠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고민이 점차 구체화 됐고, 계속해서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고.

“나이가 드니까 고민이 구체화 된다. 그 고민이 힘들지 않고 즐겁다. 최근 다른 캐릭터를 하면서 역할에 대한 폭도 넓어졌다. 예전에는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가 90%였다. 나에게 그런 이미지가 있고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지겹기도 했고 지치기도 했다. 앞으로 할 작품이 몇 편이 있는데, 장르적으로 다른 작품이다. 스스로도 기대가 된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1955년 미국에서 발표된 빌 밸린저의 추리소설 ‘이와 손톱’이 원작이다. 한 남자의 복수극이라는 것을 밝히고 시작한 이 작품은 다시 탄탄한 이야기 구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주혁도 원작을 알고 있었고, 부담도 있었다.

“원작에 대한 부담은 있었다. 하지만 사랑 받았던 작품에 비해 읽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원작이 있어 탄탄한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이 좋아서 선택을 한 작품이다.”

한편 ‘석조저택 살인사건’(감독 정식, 김휘)은 해방 후 경성, 유일한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 뿐인 의문의 살인사건에 경성 최고의 재력가와 과거를 모두 지운 정체불명의 운전수가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현재 극장 상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