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릭 테임즈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박민규 칼럼니스트]

 

A : .250/.296/.431/.727  -0.1 fWAR

B : .327/.437/.743/1.180  1.9 fWAR

 

서로 대척점에 있는 듯한 성적이다. A의 성적은 대체선수 수준에 불과하지만 B의 성적은 한 눈에 봐도 뛰어난 수준이다. 놀랍게도 AB는 같은 선수로 바로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대단한 반전을 만들어내고  있는 에릭 테임즈다. A는 테임즈의 2011, 2012년 시즌 성적을 합산한 것이며 B는 올 시즌 성적이다.

 

지난달 6(이하 한국시간) 올 시즌 첫 홈런포를 쏘아 올린 이후 14일을 시작으로 5경기 연속으로 홈런을 기록한 테임즈는 16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는 2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겨 버리기도 했다. 특히 7회 초, 토니 싱그라니를 상대로 기록한 홈런은 타구 속도 105.7마일(170.1km), 비거리 426피트(129.8미터)로  그의 홈런 가운데 가장 빠르고 멀리 날아간 것이었다.

 

올 시즌 테임즈는 반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11, 테임즈가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할 때만 하더라도 그가 올 시즌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리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현재 13홈런으로 라이언 짐머맨, 애런 저지와 함께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는 테임즈는 장타율과 OPS를 비롯한 대부분의 타격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0위  이내에 올라있는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볼넷 비율이 5.5%에 불과했던 두 시즌(2011, 2012)과는  달리 테임즈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 9위에 해당하는 14.8%의  볼넷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이 테임즈의 선구안이 발전된 데에는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구역에  대한 인내심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 존 안의 스윙 비율(Z-Swing)과  콘택트 비율(Z-Contact) 그리고 스트라이크 존 바깥의 콘택트 비율(O-contact) 2011,  2012년과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스트라이크 존 바깥의 스윙 비율(O-Swing) 30%(34.7%, 33.6%)에서 올 시즌 20.6%로 크게 떨어뜨렸다. 과거에 비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유인구에 대해 속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강한 타구를 많이 생산하는 테임즈는 동시에 당긴 타구의 비율이 높은 타자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평균(31.5%)보다도 16.1%p 더 높은 46.7%의 강한 타구 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테임즈는 당긴 타구의 비율이 53.6%로  상당히 많은 타구를 잡아당기고 있다. 더불어 현재까지 기록한 홈런  13개 가운데 7개의 타구를 잡아당겨 담장을 넘긴 것 또한 확인할 수 있다.


▲ 올 시즌 테임즈의 스프레이 히트맵 ⓒ baseball savant


최근 메이저리그는 바야흐로 수비 시프트의 시대다. 2010년대 들어 수비 시프트의 사용 횟수는  급증했다. 빌 제임스 핸드북에 따르면 2010년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수비 시프트 사용 횟수는 2,464회였다. 그러나 매 시즌마다 그 빈도를 늘리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무려 28,074회의 수비 시프트가 사용되었다. 이는 2015년에 비해 58% 더 증가한 수준이다.

 

본래 시프트의 목적은 당겨 치는 좌타자를 잡기 위함에 있다. 우타자를 상대로 시프트를 사용했을 때에는 1루수의 움직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지는 반면 좌타자를 상대로 시프트를 사용했을 때는 3루수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시프트로 인해 많은 손해를 본 타자들은 대부분 좌타자였다. 지난해 시프트로 20개 이상의 안타를 손해본 타자 35명 가운데  좌타자는 무려 29명이었다. 가장 많은 손해를 본 타자인  커티스 그랜더슨과 애드리안 곤잘레스는 시프트로 인해 34개의 안타를 잃어버렸고 데이비드 오티스(31), 카를로스 곤잘레스(31), 앤서니 리조(3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 올 시즌 시프트 상황에서 40타석을 넘긴 좌타자들 가운데 가장 타율이 낮은 10명 ⓒ 박민규 칼럼니스트


테임즈 역시 이들과 같이 당긴 타구의 비율이 높은 타자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테임즈는 자신의 모든 타구 가운데 53.6%를 잡아당기고 있다. 이는 카를로스 산타나(54.3%)에 이어 메이저리그 전체 10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올 시즌 테임즈는 시프트 상황에서 .371의 타율(35타수 13안타)로 대단히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테임즈는 자신의 모든 안타(37안타)54.1%에 해당하는 20개의 안타를 당겨 쳐서 생산했다. 밀어친 안타는 29.7%(11안타)에  불과하다. 테임즈는 또한 당겨 친 플라이볼 가운데 53.8%를 홈런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즉  테임즈는 시프트에 대해 오히려 정공법으로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15년 애드리안 곤잘레스가 시프트에 대항하던 방법과 상당히  유사하다.

 

과연 테임즈는 메이저리그 좌타자들을 괴롭히고 있는 시프트에 맞서 지금과 같은 활약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앞으로  시프트 상황에서의 테임즈의 대처 방법 또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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