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임세미가 '완벽한 아내' 정나미 역으로 열연했다. 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문지훈 기자] 배우 임세미(30)는 지난 2004년 광고 모델로 데뷔해 2005년 KBS2 드라마 '반올림2'를 통해 연기자에 입문했다. 1천 대 일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10시간 넘는 오디션을 거쳐 '반올림' 세미 역할을 따냈다. 이후 긴 무명 생활을 거쳐야 했다.  

약 7년간의 무명 생활 끝 2013년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오영(송혜교 분)의 친구 손미라로 출연하면서 방송 관계자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MBC '쇼핑왕 루이'에서 주인공 고복실(남지현 분)을 질투하는 백마리 역을 맡아 가능성을 입증했다. 

KBS 홍석구 PD는 백마리를 연기한 임세미를 눈여겨 보고 지난 2일 종영한 KBS2 '완벽한 아내'(극본 윤경아, 연출 홍석구)에 캐스팅 했다. 주인공 심재복(고소영 분)의 남편 구정희(윤상현 분)의 내연녀 정나미 역할이었다.

정나미는 비운의 캐릭터다. 이은희(조여정 분)로부터 구정희를 유혹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구정희를 사랑하게 됐다. 결국 이은희로 인해 절벽에 떨어지며 처참하게 죽었다.  

"PD님이 처음에 예쁘고 섹시한 모습이 많이 나온다며 패션과 미모를 중점적으로 과시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런 장면은 전혀 없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은 액션 장면이었다. 두드려 맞고, 와이어 타고 날아다니고, 도망가다가 결국 사망했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장르도 미스터리, 추리, 코믹 등이 복잡하게 얽혀서 소화하기 쉽지 않았다."

▲ '완벽한 아내' 정나미(임세미 분)는 죽음을 맞이했다.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정나미는 극 초반과 후반, 두 번 죽음을 맞았다. 캐릭터가 자극적인 요소로 활용돼 아쉬울 법 했지만, 임세미는 이를 긍정적으로 여겼다.

"그동안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장면이 많았다. 부활하거나 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캐릭터가 나에게 잘 어울리나 생각하게 됐다. 극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 같은 이미지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아내'에서도 정나미가 있어야 사건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싶다. 첫 번째로 죽을 때는 다시 살아날 것을 알았지만 두 번째로 죽을 때는 나미가 안쓰러워 슬펐다. 하지만 PD님은 내가 죽어야 악의 축(이은희)이 흔들릴 수 있다고 하셨다. 미안해 하셨지만 나미가 마지막에 중요한 역할을 해서 위안이 됐다."

정나미는 악역이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였다. 심재복도 자신의 남편과 바람을 피운 정나미를 결국 이해하고 아끼게 됐다. 임세미는 정나미의 인간적인 면을 이유로 꼽았다. 

"연기를 할 때 캐릭터에 공감하고 인정해야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안 그러면 대사를 뱉을 수가 없다. 이 아이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성품이 착하고 인간적이었던 덕분이다. 낳아주시지도 않았던 부모를 책임지려는 효심이 있었고, 이복 오빠인 강봉구(성준 분)도 잘 따랐다. 나미는 사람을 그리워했던 아이다. 매력적이지 않은 구정희를 사랑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나미는 재복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해 했다. 나미가 괜찮은 아이였기에 재복도 정나미의 사망을 아쉬워했다."

▲ 배우 임세미는 '완벽한 아내' 정나미를 '밉지 않은 캐릭터'라고 했다. 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정나미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고 방영 내내 호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연기를 자평해 달라는 요청에 임세미는 난색을 표했다.

"내 연기에 점수 주기는 어렵다. 배우는 자신을 평가할 수 없는 직업이다. 답이 없기 때문에 잘 했다고 이야기하기 애매하고 항상 후회도 남는다. 연기자의 숙명이다. 잘 하고 못 하고를 따지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캐릭터의 특성에 맞게 연기할지 고민할 생각이다."

임세미는 그동안 연기를 어렵기만 한 작업으로 여겼지만 정나미 캐릭터로 한뼘 성장했다. 임세미는 "연기에는 승진이 없다. 가끔은 실력이 계속 도돌이표가 된다. 성장했다고 느꼈다가도 아무것도 모르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완벽한 아내' 정나미를 연기하면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고생했던 만큼 뿌듯하고, 실력도 늘었다"고 이야기 했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싶냐는 질문에 임세미는 "고를 수 없다"면서도 "다양한 장르를 겪어보고 싶다. 현대물에 출연해봤으니 사극 등 다른 세상도 만나보고 싶다. 악역을 하기 전에는 악역을 정말 하고 싶어했다. '쇼핑왕 루이' '완벽한 아내'로 악역을 만났으니 이제는 더 특이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고 열정을 내비쳤다.

임세미는 연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배우다. 연기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만큼 일에 푹 빠져 있다.

"배우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임세미는 상상도 안 된다. 어릴 적부터 꿈이 많았다.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그 꿈을 다 이루고 있다. 한 번 사는 인생에 여러가지 직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하하. 다른 일을 하면 나이가 들수록 만나는 사람도 줄어든다. 하지만 배우들은 작업을 할 때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내게 큰 즐거움이고 배우라는 직업의 장점이다. 10년, 20년 후에도 연기를 하면서 이 행복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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