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원(왼쪽)이 신진호와 공을 다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부천, 유현태 기자] "부천, 내 것이라면 저 하늘 빛나는 별도 따다 줄 거야. 스물 두 번 못 이겨도 3부 리그에서도 백 번 천 번 넘어져도 저 빛나는 별처럼."

부천FC1995는 17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시즌 KEB 하나은행 FA컵 16강전 상주 상무와 경기에서 0-2로 졌다.

팬의 손으로 만들어진 부천은 창단 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단, 관심이 적은 K리그 챌린지에서 힘겨운 승격 싸움을 해야 했다. 지난해엔 플레이오프까지 올랐지만 끝내 좌절을 맛봤다. 이번엔 상주에 막혀 FA컵 우승을 향한 도전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응원가처럼 부천은 항상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보고 있다. 22번 연속 패배에서도 K3리그에서도 한결 같이 팀을 응원했던 팬들과 함께 이번 패배를 딛고 일어나 다시 도전을 이어 갈 것이다. 이번 목표는 K리그 클래식 승격이다.

● 로테이션을 가동한 부천, FA컵보다 중요한 승격 전쟁

상주는 신진호, 김성준, 김태환 등 주전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상주는 입대하는 선수들로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한다. 더구나 김태완 감독은 이번 시즌 내내 선발 명단에 큰 명단 변화를 주면서도 리그 8위에 올라 있다.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반대로 부천은 대폭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골키퍼 류원우, 임동혁, 김영남, 진창수 등 주전 선수들 대부분이 피치가 아니라 관중석에 나타났다. 챌린지에서 치열한 순위 다툼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병주, 김진현 등 지난 시즌 주축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을 비롯해 신현준, 유지민, 이정찬, 이정원 등 평소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수들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 감독은 "창단 10주년을 맞아 승격에 대한 생각이 더 커서 무게를 리그에 더 실었다. 꼭 이기고 싶었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결과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밖엔 없다"며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새로운 선수들을 대거 기용한 부천은 패배했지만 성과는 적지 않았다.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하는 기회였다. 정 감독은 "전북전에서도 1.5군을 냈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고명석이 대표적이다. 승패의 세계에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은 갖고 있다. 오늘 이정찬이 데뷔전을 치렀는데 상주 선수들 못지 않게 잘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6월 말부터 일정이 타이트하고 날씨가 덥다. 전북전에서 기용했던 고명석을 비롯해 이정찬 등 22세 이하 선수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을 발굴했다. 로테이션에 대한 모색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 '개인 기량'보다 '팀'으로, 끈끈했던 부천…그러나 흔들리지 않은 상주

부천은 스리백을 중심으로 간격을 좁혀 경기를 운영했다. 그러나 소극적이진 않았다. 박민을 중심으로 이정원, 지병주로 스리백을 이룬 부천은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을 좁혀 상주를 막으려고 했다. 상주의 공격 속도를 늦춘 뒤엔 전방 압박도 펼쳤다. 

부천은 팀으로서 상주를 잡으려고 했다. 미드필더가 마크를 놓치면 공격수가 대신 뛰어내려와 수비를 도왔다. 지난 시즌 짠물 수비와 역습을 펼쳤던 장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K리그 클래식에서도 강력한 공격력을 갖춘 상주와 정면 대결이 가능했다. 개인 기량보다 중요한 것은 '한 팀'이 된 부천의 조직력이었다.

그러나 상주는 강했다. A 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상주는 한 수 위의 기량으로 부천의 수비를 흔들었다. 부천이 부단히 수비를 흔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주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부천종합운동장을 찾은 팬들에겐 '악당'으로 보일 정도였다.

▲ 공중볼을 다투는 바그닝요. ⓒ대한축구협회

● 집중력 차이가 가른 대결

상주가 공격을 주도했고 부천도 잘 버텼다. 그러나 빈틈이 있었다. 상주는 빈틈을 놓치지 않고 확실하게 공격했다. 그리고 2골을 터뜨리면서 부천에 패배의 쓴맛을 안겼다.

개인 기량의 차이가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전반 17분 김성준은 부천의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혼자서 완전히 허물었다. 김성준의 크로스를 조영철이 쉽게 마무리했다. 뛰어난 개인 기량이 빛을 발했다. 정갑석 감독이 "김성준의 기술에 한 번 무너져 실점해 경기 운영이 무너졌다"고 평가할 정도로 중요한 승부처였다.

후반 22분 이정찬의 패스를 받은 바그닝요가 득점 기회를 놓쳤다. 기회 뒤엔 위기가 왔다. 후반 24분 혼전 중에 수비 손에 맞았다는 판정이 내려져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박수창이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 포기하지 않았던 부천, FA컵 아닌 승격을 향해

부천은 FA컵에서 유난히 강했다. 객관적 전력 차를 뛰어 넘는 강한 정신력이 있었다. 지난해 32강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제압했다. 8강전에선 당시 무패 행진을 달리던 전북 현대를 3-2로 이기는 이변을 만들었다. 4강전에서 FC서울에 0-1로 패하며 도전을 마감했지만 부천의 도전은 뜨거웠다. 2017년에도 FA컵 4라운드(32강전)에서 다시 한번 전북과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승리해 16강전까지 올랐다.

부천은 0-2로 뒤진 가운데도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30분엔 파다예프가 슛을 날렸지만 골포스트를 빗나갔다. 후반 36분 한 번의 긴 패스가 바그닝요에 연결돼 날카로운 크로스가 연결됐지만 쇄도하던 파다예프의 발에 닿지 않았다. 후반 39분 이윤환이 롱패스를 침착하게 잡아놓고 슛을 날렸지만 제종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만회 골은 없었다.

어쩔 수 없던 패배에 정 감독은 씁쓸한 심경을 나타냈다. 그는 "많이 아쉽다. 전북전에서 120분을 뛰고 나서 리그에서 문제에 발생했다. 상주전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대거 로테이션을 가동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시즌부터 줄곧 좋은 분위기를 이어온 FA컵이었지만 더 큰 목표가 있었다. FA컵을 준비하면서도 K리그를 생각해야 했다. 

부천의 도전은 아름다웠다. 부천은 지난 시즌 3위로 시즌을 마쳐 승격 기회를 잡았으나 강원FC와 플레이오프에서 후반 추가 시간 통한의 골을 얻어맞고 1-2로 패했다. 그러나 부천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도 K리그 챌린지에서 3위를 달리며 이번 시즌 역시 승격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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