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크 램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박민규 칼럼니스트]지난해 애리조나는 호기롭게 시즌을 시작했다. FA 최대어였던 잭 그레인키와 6년 2억 650만 달러에 계약한데 이어 트레이드를 통해 셸비 밀러를 영입했다. 기존 타선의 활약이 좋았던 만큼 에이스급 투수를 영입함으로써 선발투수진을 보강한 애리조나의 행보는 그들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후보로 지목한 ESPN 전문가 7명을 포함한 많은 이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정규시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주전 중견수 A.J 폴락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었고 그레인키와 밀러는 크게 부진했다. 그해 애리조나의 정규시즌 성적은 69승 93패.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였다.

소득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25세에 불과했지만 29개의 홈런을 친 젊은 3루수의 성장은 폴 골드슈미트를 받쳐줄 좌타자가 없던 애리조나에게 대단히 반가운 일이었다. 1년 사이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낸 젊은 3루수 제이크 램은 지난해 팀 내에서 야스마니 토마스(31홈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반기 동안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높은 .322의 순장타율을 기록했던 램은 아쉽게도 후반기에 부진하긴 했지만 애리조나의 주전 3루수로서의 첫 풀타임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지난해 램이 과거에 비해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타격폼 조정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7월, 필자는 체이스필드에서 제이크 램을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10도-30도 사이의 타구 각도의 타구 속도가 90.8마일에서 98.7마일로 빨라졌는데 타격폼을 어떻게 조정했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램은 ‘오프시즌 동안 스윙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배트를 쥔 손의 위치를 내리고 레그킥을 추가했다. 그리고 지금은 내 스윙과 어프로치를 일관성 있게 가져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라고 답했다.

타격 준비 자세에서 배트를 쥔 손의 위치를 내린 것은 더 정확한 타격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배트를 쥔 손의 위치를 내린 램은 백스윙이 짧아지며 더 정확하게 공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전반기까지 0.291의 타율을 기록한 램은 자신이 더 정확한 타격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 손의 위치를 내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백스윙이 짧아지면 힘을 낼 수 있는 구간이 작아져 장타를 칠 수 있는 파워가 감소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램은 레그킥을 추가했다. 백스윙이 짧아짐으로써 감소하는 파워를 레그킥을 통해 보완한 것이다. 지난해 램이 기록한 강한 타구의 비율은 2015년보다 3.1%p 더 높은 39.4%였으며 특히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손꼽히는 활약을 펼쳤던 전반기에는 41.9%로 상당히 뛰어났다. 타격의 정확도를 높여준 것이 낮아진 손의 위치였다면 더 많은 장타를 생산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레그킥이었다.

● 램의 성적 변화

2014 : 0.246/0.263/0.373 wRC+ 71

2015 : 0.263/0.331/0.386 wRC+ 91

2016 : 0.249/0.332/0.509 wRC+ 114

2017 : 0.288/0.385/0.558 wRC+ 137

올 시즌 램은 지난해 전반기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램은 전반기에 20홈런을 친 지난해보다 더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첫 40경기에서 6홈런을 기록한 램은 40경기를 치른 현재 11홈런으로 더 많은 홈런을 날리고 있다.

램은 올 시즌 내셔널리그에서 많은 장타를 생산하고 있는 타자 가운데 한 명이다. 올 시즌 램의 순장타율 0.269는 찰리 블랙먼과 함께 내셔널리그 공동 11위이며 플라이볼 중 홈런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28.9%로 내셔널리그 8위를 달리고 있다. 램이 지금의 활약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지난해 아쉽게 달성하지 못했던 커리어 첫 30홈런을 넘어 40홈런까지 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 램은 지난해와 비교해 어떤 점이 바뀐 것일까.

지난해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오고 ‘당겨치기’에 집중한 램이 후반기에 부진했던 이유는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반기 램은 50.5%의 타구를 잡아 당겼다. 특히 수비 시프트를 뚫기에 충분한 강한 타구의 비율이 잡아 당겼을 때 49.1%로 BABIP는 .337에 달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그 비율이 30.9%로 리그 평균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결국 수비 시프트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 램은 BABIP 또한 0.218로 떨어졌고 0.197의 타율과 9홈런으로 매우 부진했다.

그럼에도 올 시즌 램은 당겨 치는 타격에 집중하고 있다(41.5). 그리고 이에 대한 결과는 지난해(타율 0.354/순장타율 0.435)보다도 더 뛰어난 타율 0.432, 순장타율 0.455라는 우수한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시즌 램이 지난해와 다른 점은 밀어친 타구에 대한 성적이 확연하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타자들은 밀어친 타구보다 당겨친 타구의 장타율이 더 높기 마련이다. 그러나 올 시즌 램은 밀어친 타구, 특히 경기장 중앙으로 향하는 타구의 순장타율은 지난해보다 0.183이 더 높은 0.471에 달한다. 당겨치기 일변도에서 벗어나 경기장 전체를 활용하는 타격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램은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갔음에도 되려 볼넷 비율이 증가했다.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두는 타자들은 비교적 공을 더 오래 지켜볼 수 있다. 때문에 많은 볼넷을 얻어내는 대부분의 타자들은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두고 타격을 한다. 하지만 램은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었음에도 볼넷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9.2%→10.8%→13.2%). 이러한 발전들은 올해 26세가 된 램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램의 어린 시절, 그의 여동생인 메간은 백혈병을 앓았다고 한다. 때문에 병원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램은 그러나 아픈 아이들을 위해 수시로 병원에 방문한다고 한다. 병원을 좋아하진 않지만 어린 시절,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탓에 아픈 아이들을 공감할 수 있게 되었고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한 램은 그들에게 자신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이들을 위해 경기에서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 시즌 26승 19패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애리조나는 다저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램의 뛰어난 활약이 있다. 이미 골드슈미트와 함께 애리조나의 중심으로 떠오른 램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올 시즌, 램은 이에 대한 첫걸음을 이미 내딛었다.


▲ 제이크 램 ⓒ 박민규 칼럼니스트


※ 참조 : baseball-reference, fangraphs, baseball savant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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