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제골을 넣는 이승우.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전주, 유현태 기자] 힘겨운 승리였지만 약이 될 중요한 승리였다.

한국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2017 조별 리그 A조 리그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천당처럼 행복한 전반전이었고, 지옥처럼 힘들었던 후반전이었다. 완벽한 승리가 아니었다.

역설적으로 완벽하지 않았던 승리였기에 신태용호엔 보약이 될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아르헨티나를 꺾어 선수단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본다. 오늘(23일)을 계기로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며 이날 승리의 의미를 평가했다.

# '천국'의 전반전

한국은 점유율에선 경기 내내 아르헨티나에 뒤졌다. 1패를 안은 아르헨티나가 워낙 강하게 나왔고 개인 기술에서 앞서면서 점유율과 함께 주도권을 쥐었다. 한국은 현실적으로 수비에 집중하면서 기회를 엿봤다.

축구는 골로 말한다. 점유율이 곧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신태용호는 점유율은 낮아도 날카로운 공격으로 아르헨티나 수비 뒤 공간을 노리며 공격을 노렸다.

전반전 한국은 골로 말했다. "한국은 강하다." 한국은 전반 18분 이승우가 아르헨티나 미드필드를 단독으로 돌파한 뒤 왼발 칩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조영욱이 침투하는 이승우에게 절묘한 리턴패스를 내줬다. 조영욱을 막는 데만 힘을 썼던 아르헨티나 수비수는 이미 최고 속도에 이른 이승우를 잡을 수 없었다.

전반 40분 조영욱이 수비 뒤로 절묘하게 빠져들어 머리로 공을 컨트롤해 나가려다가 프랑코 페트롤리 골키퍼와 충돌했다.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백승호가 깔끔하게 성공했다.

▲ 신태용 감독

# '지옥'의 후반전

두 골의 리드를 안고 여유 있게 시작한 후반전은 '무난한 승리'와 거리가 멀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아르헨티나는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마르셀로 토레스와 브리안 만시야가 동시에 투입됐고, 토레스는 폰세와 함께 최전방에 위치했다. 4-4-2 형태로 전환했다. 한국은 수세에 몰렸다.

아르헨티나의 공세는 무서웠다. 2패를 한다면 사실상 탈락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아르헨티나는 모든 힘을 쏟았다. 한국은 일단 견뎌야 했다.

한국은 맹공에 견뎠다. 아니 견디고 또 견뎠다. 아르헨티나가 90분 동안 기록한 슈팅은 19개, 그 가운데 유효 슈팅은 8개였다. 골키퍼 송범근까지 포함해 한국은 '견디기'에 총력을 쏟았다. 힘겹게 1골차 리드를 지켰다.

# 높은 곳에 가려면 견딜 줄 알아야

중요한 승리였다. 때론 '과정'에서 배울 때도 있지만 '결과'를 내면서 배우는 때도 있다. 아르헨티나전 승리는 후자였다. 

기세가 중요한 U-20 월드컵이다. 한국은 지난 평가전부터 줄곧 좋은 흐름을 이어왔다. 전북 현대와 평가전에서 0-3으로 패하긴 했지만, 다른 참가국과 평가전, 친선 대회 등에선 항상 강자였다. 신태용호는 기니전 승리로 기세를 탔다. 기세가 결승전까지 마냥 이어졌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강한 팀을 만나게 된다. 더 심한 압박감 속에서 더 강한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 때론 1골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할 때도 있다. 한국은 생각보다 강했던 아르헨티나로부터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한국은 흔들렸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맹렬한 공격에 견뎠고 끝내 넘어지지 않았다.

이승우는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가 버티는 힘이 있었다. 그런 경기를 하면서 많이 힘들어했지만 모든 선수들이 95분까지 잘 버텨서 좋은 승리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표현했다.

녹아웃 스테이지는 경기력은 물론 정신력이 중요하다. 아르헨티나전에서 리드를 지키며 버텨 낸 기억은 위기의 순간에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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