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벵거 아웃, 무너진 '사스널' 그리고 스리백. 2016-2017 시즌 아스널을 정리할 키워드다.

이번 시즌은 5위 아스널에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해이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그 어느 시즌보다 퇴임 압박을 많이 받았다. '벵거 아웃'을 적은 피켓든 아스널 팬들을 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 팬은 벵거 아웃의 메시지를 담은 천을 경비행기에 묶어 경기장 위에 띄우기도 했다.

결국 '고집쟁이' 벵거 감독은 변화를 택했다. 시즌 후반부에서 과감하게 스리백 전술을 꺼냈다. 스리백 이후 반등을 거둔 아스널은 리그 최종전까지 리버풀(4위)와 치열하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두고 싸웠다. 그러나 결국 지난 20년간 이어온 '사스널의 과학'이 깨졌다.

▲ 벵거 감독과 재계약을 반대하는 아스널 팬들.

#고집_꺾은_벵거_20년_만에_스리백

벵거 감독이 자신을 내려놨다. 4월 18일(이하 한국 시간) 펼처진 미들즈브러와 EPL 33라운드 선발 명단이 나왔을 때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벵거 감독이 지난 1998년 토니 아담스-스티브-보우드-마틴 키언으로 스리백 구성한 이후 20년 만에 스리백을 도입했다.

그러나 어색했다. 전형에 선수들을 끼워 맞추는 데 급급했다. 선수들 역시 익숙하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부진했다. 그러나 경기는 2-1로 이겼다. 벵거 감독은 이 기점을 시작으로 리그 최종전까지 치른 9경기에서 줄곧 스리백으로 나섰다.

▲ 20년 만에 스리백으로 나선 벵거의 아스널. ⓒ아스널 SNS.

시간이 흐를수록 스리백이 힘을 냈다. 윙백으로 나선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의 활약이 좋았고 2선에 함께한 알렉시스 산체스와 메수트 외질의 호흡도 좋았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준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꺾는 저력도 보였다.

승점 1점 차이로 아쉽게 리그 4위에 오르진 못했지만 미들즈브러전에서 이긴 이후 리그 최종전까지 8승 1패(1패는 리그에서 토트넘에 당한 패배)을 거두며 스리백의 가능성을 봤다. 2017-2018 시즌에도 스리백은 아스널의 핵심 전술이 될 수 있다.

#22년_만에_깨진_사스널의_과학

아스널엔 과학이 있다. 벵거 감독이 부임한 1996년 이래로 리그에서 4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아스널은 그간 정규리그 우승은 쉽지 않아도 EPL 4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머물면서 '아스널의 과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아스널은 1996년 아르센 벵거 감독 부임 이후 20년 동안 EPL에서 4위 이내의 성과를 거둬왔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001-2001 시즌부터 17년간 16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과학도 흔들렸다.

아스널은 후반 막판 스리백 전술로 수정한 이후 8승 1패를 기록해 반등을 노렸고 리그 최종전에서 에버튼에 3-1로 이겼지만 4위 리버풀도 나란히 미들즈브러를 3-0으로 이기면서 승점 차를 좁히지 못했다.

아스널이 4위 수성에 실패하면서 받은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간 아스널에 챔피언스리그는 '당연히' 참가했던 대회다. 하지만 다음 시즌 아스널은 '별의 무대'에 설 수 없다.

아스널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불가능해지면서 주축 선수들의 이적이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메수트 외질과 알렉시스 산체스 등의 주축 선수들의 이탈이 예상되고 있다. 외질과 산체스 모두 2018년 여름이면 계약이 종료된다.

▲ 아스널의 벵거 감독(왼쪽)과 산체스.

시즌 종료 후 재계약 혹은 이적이 필수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를 뛰지 못하는 구단에 스타 선수가 남을 동기는 없다. 아스널은 4위에서 떨어지면서 잃은 건 챔피언스리그가 전부는 아니다.

재정적으로도 문제다.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면 출전 수당, 각 경기 결과에 따른 수당과 TV 중계권료 등 다양한 수익원이 발생한다. 아스널이 그간 재정부담 없이 시즌을 보낼 수 있었던 건 지난 20년간 출전했던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한몫했다. 그러나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불가능해지면서 재정적으로 부담이 생겼다.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어려워지면 줄어든 수익→ 투자 감소(선수 영입)→성적 악화→줄어든 수익의 굴레에 빠질 수 있다. 아스널은 다음 시즌 최우선 목표를 '챔피언스리그 복귀'로 잡아야 할 이유다.

▲ 아스널의 벵거 감독.

#22년_만에_토트넘보다_낮은_순위

지난 1일에 있었던 '북런던 더비'에서 라이벌 토트넘에 0-2로 완패하면서 22년 만에 토트넘보다 낮은 순위로 리그를 마무리하는 게 확정됐다. 토트넘은 리그 2위로 아스널은 리그 5위로 2016-2017 시즌 EPL을 마감했다. 벵거 감독이 아스널에 부임한 1996년 이후 처음 있던 일이다.

EPL 출범 이후 토트넘이 아스널에 앞섰던 적은 단 두 번뿐이다. 1992-1993 시즌(토트넘 8위, 아스널 10위)과 1994-1995 시즌(토트넘 7위, 아스널 12위)이다. 그간 아스널 팬들은 토트넘보다 높은 순위로 리그 순위가 확정되는 날을 '성 토터링엄 데이(St Totteringham’s day)'로 삼았고 축하했다. 그러나 21년 동안 이어온 '기념일'은 2016-2017 시즌 깨졌다.

[영상][스포츠타임] EPL - '완패' 아스날, 멀어지는 6위 ⓒ스포티비뉴스 영상팀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