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단장을 한 서포터즈석부터 해병대 장병을 찾은 무랄랴까지. 포항과 강원의 13라운드 이모저모를 담았다. ⓒ포항 스틸러스

[스포티비뉴스=포항, 조형애 기자] 한 경기는 90분+α. 축구 스토리는 1년 365일 24시간 이어진다. '없다, 없다' 하지만 K리그에도 이야기는 있다.

2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포항 스틸러스와 강원 FC의 13라운드에도 이야기는 풍성했다. 2-1로 강원이 이기며 4위에 오른 건 이제 다 아는 지난 스토리. 때아닌 그라운드 위 친목 모임부터, 홍보 팀을 위협하는 포항 최순호 감독의 열성까지. 스틸야드에서 듣고 본 생생한 '새 이야기'를 전한다.


1. "아니 내가 원정 라커룸에…" 스틸야드 친목회

▲ 황진성이 친정 팀을 찾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틸야드에 들어섰을 때 그라운드 위에서는 '친목회'가 한창이었다. 몇몇 선수들이 무리지어 이야기 꽃을 피웠다. 보통 경기전 있는 양 팀 선수들 이야기보다 길었고, 그 무리도 많았다.

포항과 강원은 서로의 팀을 '친정 팀'으로 두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황진성 오범석 오승범 박선주 문창진 등은 포항을 거쳐 강원에 몸 담고 있고, 서보민 조민우 김동기 등은 강원에서 선수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원정 팀' 자격으로 스틸야드를 찾은 강원 선수들이 훨씬 낯선 게 당연했다. 약 11년을 몸담았던 팀에 원정 오는 황진성은 유독 그 마음이 싱숭생숭한 듯 했다. 과거 살았던 포항 집을 지나치기도 했다는 그는 '내가 원정 팀 라커룸에 있다니, 이상하다'고 되뇌었단다. 반면 '포항의 아들' 문창진은 해맑았다. 전광판 속 2016시즌 포항 골 모음에 자신이 등장하자 문창진은 말했다. "어, 저기 나 나온다!"


2. "의자 꼭" 혹시 몰라 ACL…포항의 설레발(?)

▲ 포항이 리모델링 한 서포터즈존을 27일 오픈했다. ⓒ스포티비뉴스

몇 주 만에 찾은 스틸야드는 변한 게 있었다. 서포터즈존이다. 포항은 서포터즈존을 새롭게 리모델링해 27일 오픈했다. 당초 응원석에서 한 바탕 응원을 하고나면 의자 몇 개 무서지는 일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새로운 서포터즈존은 그럴 일이 없어 보였다. 서서 마음껏 뛸 수 있는 공간에 널찍한 의자까지 들여놨다.

의자는 '필수'라고 했다. 혹시 몰라서다. 포항 관계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규정에 따르면, 의자가 없는 구장은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를 수 없다"고 했다.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누누이 '상위스플릿 진출'이라는 시즌 전 잡은 목표를 수정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을 때 손사래 친 포항이었지만, '혹시 몰라' 대비는 다 해놓은 상태였다.


3. "해병대 다녀오겠습니다"…'결장' 무랄랴의 바쁜 행보

▲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무랄랴. 해병대가 자리 잡은 관중석을 찾았다. ⓒ포항 스틸러스

언젠가부터 우스갯소리로 '무랄랴 해병대 간부설'이 돌고 있다. 무랄랴가 공만 잡으면 스틸야드를 찾은 해병대 장병들이 응원을 보내주기 때문이다. 정확한 이유는 파악되지 않았다. 무랄랴가 해병대 응원에 화답을 해준 게 계기가 돼 해병대 장병들이 더 응원을 보내준다는 설부터 샤페코엔시 참사로 희생된 친구를 위해 등 번호를 변경한 것이 감동을 줬다는 설까지 온갖 설들이 퍼져있다.

이유가 어찌됐건 무랄랴와 해병대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평소에도 해병대 응원에 내심 고마워하던 무랄랴는 경고 누적으로 결장을 하게 된 김에 관중석을 찾았다. 그리고 각잡힌 응원을 함께 했다. 경기엔 나서지 않았지만 무랄랴에게도 바쁜 하루였다.


4. 홍보 팀 위협하는 '열성파' 최순호 감독

▲ 최순호 감독이 제작한 다용도 포켓. 뒷면에 스티커가 있어 원하는 곳에 붙일 수 있다. 앞쪽은 수납 공간이다. ⓒ스포티비뉴스

최순호 감독은 경기 만큼이나 경기 외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 프로 구단이 지역 사회를 위해 해야 할 봉사 활동부터 구단의 유소년 지도 체계까지 두루두루 살핀다. 여기에 포항 홍보까지 그 임무를 더했다.

최근 최 감독은 사비를 들여 다용도 포켓을 만들었다. 처음 최 감독이 건냈을 땐 당연히 구단 제작으로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최순호 감독 자체 제작 상품. 포항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직접 만드셨다. 구단 직원들도 감독님이 나눠주셔서 알게 됐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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