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상윤은 '귓속말'에서 이동준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배우 이상윤(36)에게 ‘귓속말’ 초반부는 답답할 정도로 숨을 쉴 수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응징과 복수가 모두 마무리된 뒤에야 웃을 수 있었던 그에게 숨통을 틀 수 있는 공간은 원미경과 함께할 때뿐이었다.

이상윤은 지난 23일 종영한 SBS 드라마 ‘귓속말’(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에서 이동준 역을 맡아 17부작 드라마를 이끌었다. 이동준은 한때 ‘신념의 판사’라고 불릴 정도로 공정하기로 정평이 난 판사였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신영주(이보영 분)와 그의 아버지를 산산조각냈다. 이후에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신영주의 편에 서서 권력자들과 싸웠다.

이상윤은 스포티비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이동준은 신영주를 비롯해 강정일(권율 분), 최수연(박세영 분), 최일환(김갑수 분) 등 모든 인물을 만났다”며 “모든 사람을 만날 때 너무 힘들었다. 신영주에게는 동영상으로 협박을 받고 있었다. 태백은 살기 위해서 들어간 곳인데, 강정일과 최수연, 최일환은 이동준의 약점을 쥐고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들은 이동준을 쥐락펴락하는데, 가까스로 버텨내려고 연기를 하니까 감정 소모가 심했다. 활로를 뚫어보려고 하지만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무거운 힘이 나를 짓누르더라. 그런 상황을 계속 반복하다 보니까 힘들고 외로웠다”면서 “어머니(원미경 분)와의 장면을 찍을 때만 숨을 쉴 수 있었다. 모든 인물과 기 싸움을 하고 신경전을 하다 보니까, 마음을 놓고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귓속말’ 이동준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휘둘릴수록 ‘답답하다’고 토로하는 시청자들이 늘었다. 이상윤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연기를 하면서도 느껴졌다”고 했다. 이상윤은 “이동준이 태백에 들어간 뒤로 한동안 사무실 안에 갇혀 있었다. 이동준은 자신의 사무실 안에 있었고, 다른 인물들이 이동준에게 찾아와서 시비를 걸거나 이죽대거나, 명령하거나 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준의 방 바로 옆에는 비서실이 있었다. 창문 또한 투명해서 나를 지켜볼 수 있더라”며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답답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장면들이 방송되고 많은 분들이 답답하다고 생각한 것 같더라. 친한 친구도 ‘네가 너무 불쌍해서 드라마를 못 보겠다’고 연락이 왔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 이상윤. 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이동준, 그리고 신영주를 옥죄는 악의 세력은 그가 ‘답답하다’고 토로할 정도로 막강했다. 이들을 응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드라마 종영까지 엎치락뒤치락,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인물들의 반전은 계속됐다. ‘악’을 통쾌하게 응징할 수도 없었다. 이상윤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그들의 힘을 역이용해서 응징하는 방법밖에 없더라. 이동준이 불구덩이로 뛰어들어서 물리치는 상황이었다. 이동준이 노력해서, 제힘으로 무언가를 쌓아서 응징을 한 게 아니다 보니까 통쾌하고 시원한 느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짓눌리고, 부딪히고, 치이고 그리고 버텨낸 이상윤은 “충분히 잘 해냈다고 생각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박경수 작가님 작품, 그리고 이를 이끌어가는 남자 인물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거기에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인물이 갖고 있는 족쇄가 있었고, 힘을 갖고 뻗어 나가기에는 약점이 잡힌 부분이 많았다. 감정적인 진행도 빨랐던 것 같다. 이러한 부분들을 제가 잘 쫓아가지 못했던 것도 있었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이상윤이 ‘귓속말’로 한 가지 얻은 게 있다면 이전과는 또 다른 인물을 표현했다는 것. 기존에 보여줬던 인물들과 닮은 듯하지만 또 다르다. 어딘가 결이 다른 인물을 만들어내면서 이상윤이라는 배우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물론 그가 가진 반듯한 이미지, 그리고 비슷비슷한 캐릭터가 연속된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이상윤은 “기존에 보였던 이미지 때문에 다정하고 따뜻한 인물을 연기하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마음이 따뜻하지 않은 경우는 얼마나 있었을까” 반문했다. 그는 “거의 없는 것 같다”며 “겉보기에 얼마나 드러내느냐, 드러내지 않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것을 조금 더 드러내놓고 하는 인물들을 그간 많이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 기회가 많았기도 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상윤은 이를 벗어버리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그는 “계속 같은 느낌의 연기만 하면 ‘이 사람은 그런 역할만 하고, 또 그런 역할만 잘하는 사람’이라고 갇힐 수 있다”며 “다른 역할에도 도전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러다 보면 또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상윤은 “꼭 털어버리겠다는 건 아니다”면서도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자신 있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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