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잉글랜드 선수들, 경기를 치를수록 강해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전주, 유현태 기자] "선수들을 성장시켜 A 대표 팀에 데뷔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목적이다." 잉글랜드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다.

잉글랜드는 3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2017 16강전 코스타리카와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잉글랜드는 조별 리그부터 3승 1무를 달리며 20년간 부진을 딛고 8강까지 올랐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 폴 심슨 잉글랜드 감독은 "가능한 높은 데까지 올라가겠다. 과거 20년 동안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8강에 오른 팀은 전부 강해서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감과 믿음을 갖고 경기를 치를 것"이라며 힘줘 말했다. 8강에 오른 감독으로서 평범한 포부였다.

그러나 심슨 감독의 목표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선수 명단에 변화가 잦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선수들을 성장시켜 A 대표 팀에 데뷔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팀에 변화를 주는 것은 팀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년 만의 성과에 들뜰 만도 했지만 심슨 감독의 반응은 평온했다.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자리했던 영국의 축구 해설가 토니 록우드(Tony Lockwood)에게 질문을 던졌다. 잉글랜드에선 이번 대표 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잉글랜드는 U-20 월드컵을 '결과를 내는 장'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 출전의 목적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었다.

그는 잉글랜드에선 이번 대회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승을 바라고 목표로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이번 대회 우승을 비롯해 특정한 목표를 요구하진 않는다"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록우드는 "20년 동안 20세 이하 팀의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압박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슨 감독은 이전 대회와 달리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을 선발해, 원하는 대로 훈련을 진행했다"며 잉글랜드의 약진의 이유를 들었다.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U-20 월드컵 준비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한다.

잉글랜드는 우승을 바라고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오랜 부진으로 기대감도 적었다. 대체 왜 프리미어리그 클럽을 비롯한 잉글랜드 축구계는 기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내줬을까.

록우드는 "에버튼의 예를 들자. 코스타리카전엔 에버튼 출신의 선수가 4명이나 선발로 출전했다"며 "클럽들은 국제 대회에서 선수들이 맘껏 경기력을 보여주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멀티 골을 터뜨린 아데몰라 루크먼을 비롯해 존조 케니, 도미닉 칼버트-르윈, 키어런 도월이 에버튼에서 활약한다. 4경기 가운데 2경기를 주전으로 나섰던 케일럼 코널리도 에버튼에서 뛴다. 록우드는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면서 "이번 대회를 성장을 위한 기회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포르투갈에 막혀 탈락한 대한민국, 그러나 중요한 것은 패배로부터도 배울 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축구협회

잉글랜드가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이 작지 않다. 한국 축구에 이번 대회는 어떤 대회였나. 포르투갈을 상대로 맞불을 놨다가 패했다는 결과에만 집중해 '실패'로 이번 대회를 정의할 것인가.

이번 대회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평가해야 할 대회다. 20살의 선수들이 세계적인 수준에서 활약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마커스 래쉬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킬리안 음바페(AS모나코)는 예외다. 신체적, 기술적 능력, 노련한 경기 운영, 실전 감각 등 개인 기량에서 세계적 수준과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대회였다. 무엇보다 성장이 중요한 20세 선수들이 '우물 밖'을 볼 수 있었다.

경기 외적으로 구조적 문제도 발견하는 기회였다. 대회가 6개월 남은 상황에서 감독을 교체해야 했다. 선수 파악부터 전술적 색을 입히는 데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팀을 꾸려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20세 이하 선수들이 프로 경기를 경험할 기회도 적다는 것도 한계로 나타났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는 결과를 두고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다. 때론 성공이 아니라 실패에서 배운다. 3번째 치르는 FIFA 주관 대회에서 한국 축구는 '실패'를 거둘 것인가, 혹은 실패를 경험으로 삼아 발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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