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철 감독 ⓒ FIVB

[스포티비뉴스=장충체육관, 조영준 기자] 위기에 몰린 한국 남자 배구에 한 줄기 빛이 스며들었다. 국내 V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고 선수들이 호흡을 맞출 시간은 부족했다.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 리그 서울시리즈에서 만난 팀들도 만만치 않았다. 2그룹이지만 유럽의 강호인 체코, 슬로베니아, 핀란드는 모두 이기기 힘겨운 상대다. 여러모로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를 이겨 냈다. 망망대해를 떠돌던 한국 남자 배구의 나침판으로 나선 김호철 감독의 의지가 빛을 발했다.

한국은 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7년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 리그 남자 배구 2그룹 서울 시리즈 체코와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25-17 23-25 24-26 25-20 15-12)로 이겼다.

정지석(대한항공, 19점) 이강원(KB손해보험, 17점) 최홍석(우리카드, 10점) 등이 고른 활약을 펼치며 한국에 1승을 안겼다.

대회를 시작하기 전 김 감독은 한국 남자 배구의 현실을 우려했다. 그는 "앞으로 대표 팀을 위한 개선책이 나오지 않으면 한국 남자 배구는 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국 남자 배구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출전 이후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프로화가 이뤄지면서 국가 대표 팀의 비중은 예전과 비교해 떨어졌다. "국가 대표 팀에 새로운 동기 부여를 줘야 한다"고 강조한 김 감독은 어려움에 처한 한국 남자 배구의 구원 투수로 나섰다.

체코 전은 여러모로 부담이 많은 경기였다. 1일 열린 월드리그 감독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세 팀 모두 이기기 어렵지만 그나마 체코가 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슬로베니아는 2015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한 강팀이다. 핀란드는 빠른 배구가 위협적이고 조직력이 탄탄하다.

이런 상황에서 체코는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였다. 대형 공격수가 빠진 한국은 2, 3세트 막판 해결사 부재를 느껴야만 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점수를 올릴 공격수가 없는 한국은 2, 3세트를 접전 끝에 내줬다.

이강원이 4세트에서 맹활약했다. 여기에 경기 내내 선전한 정지석이 힘을 보태며 체코를 무너뜨렸다.

▲ 2017년 월드리그 체코 전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김호철 감독 ⓒ FIVB

경기를 마친 김 감독은 "연습할 때는 이 정도로 잘할 수 있을지 몰랐다"며 "이번 경기에서 선수들은 120%를 발휘했다"며 칭찬했다.

한국은 호흡을 맞춰 볼 시간이 짧았다. 그러나 선수들은 끈끈한 조직력을 보였고 국가 대표 팀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펼쳤다. 리베로 부용찬(삼성화재)은 경기 내내 코트에 몸을 던졌고 살림꾼인 정지석과 송희채(OK저축은행)는 몸을 사리지 않는 선전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 여자 배구는 2012년 런던 올림픽과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했다. 세계적인 선수인 김연경(29, 중국 상하이)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대표 팀은 국제 무대에서 선전하며 몰락하는 한국 구기 종목의 자존심을 지켰다.

반면 남자 배구는 국제 무대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주전 공격수 대부분이 빠진 한국의 전력은 떨어진다. 여기에 이들을 지원하는 협회 사정도 좋지 않다. 그러나 김호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한국 남자 배구는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여자 배구만큼 남자 배구도 가능성이 있고 희망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갖춘 기본 전력에 부상인 전광인, 서재덕(이상 한국전력)이 가세하면 한국은 한층 강한 팀이 된다. 이들이 가세하고 현재 갖춘 전력이 발전하면 앞으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있다.

김 감독은 "이번 월드리그에서 4승 정도는 해야 2그룹에 잔류할 수 있다"며 "사실 1승도 할 수 있나 싶었다. 슬로베니아는 힘든 상대다. 코치진과 슬로베니아와 핀란드 가운데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경기할지 얘기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3일 슬로베니아와 2차전을 치르고 4일 핀란드와 서울 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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