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넥센과 경기에서 5회 한화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강승현이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건일 기자] 한화 오른손 투수 강승현은 6-5로 이긴 20일 넥센과 홈 경기 에서 승리 수훈 투수로 뽑혔고, 곧바로 대전 지역 방송과 인터뷰까지 했다.

헐레벌떡 더그아웃에 돌아와 취재진 앞에 선 강승현은 홍조 띤 얼굴로 쭈뼛쭈뼛 입을 열었다.

"이런 인터뷰가 처음입니다. 프로 데뷔하고 처음이요."

강승현은 이날 선발투수 윤규진이 5-5로 동점을 허용한 5회 1사 1, 2루 계속된 위기에서 두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고종욱을 11구 승부 끝에 2루수 병살타로 유도해 역전을 막았다. 6회엔 선두 타자 김태완을 시작으로 박동원 허정협을 모조리 삼진으로 잡아 1이닝을 스스로 정리했다.

이날 네 타자와 대결했을 때 모두 초구에 147km가 넘는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박동원을 뺀 세 타자와 대결에서 초구와 2구에 묵직한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결정구로 낙차 큰 포크볼과 슬라이더로 방망이를 이끌었다. 거침없는 투구로 마운드를 장악했다.

이상군 감독 대행은 "강승현이 중요한 상황에 등판해 잘 막아 줘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고 칭찬했다.

강승현은 "요즘에 계속 (경기에) 나가다 보니까 자신감이 생긴다. 점수 차이를 생각하지 않고 어떤 상황이든 내보내 주시는 것에 감사할 뿐"이라며 "겨우내 감독님 코치님과 상의해 위닝샷을 포크볼로 만든 점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1군에서 공을 던질 수 있는 지금, 감사한 분이 한 두 명이 아니다. 특히 롯데에서 함께 뛰었던 조성환 선배, 장성호(이상 현 KBSN 해설위원) 선배는 계속 전화로 축하하고 격려해 주신다"고 고마워했다.

▲ 20일 넥센과 경기에서 구단 수훈 투수 상을 받은 강승현, 프로 데뷔하고 10년 만에 인터뷰를 했다. ⓒ김건일 기자

강승현은 서울고와 단국대학교를 졸업하고 2008년 2차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롯데에 지명을 받았던 기대주였다. 186cm 큰 키에서 최고 시속 150km에 가까운 패스트볼을 꽂아 장래에 롯데 선발진 한 축을 맡을 수 있다고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는 등 긴 공백 에 2013년에야 1군에 데뷔했고 3시즌 동안 16이닝 평균자책점 15.19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긴 끝에 지난 시즌이 끝나고 방출됐다.

이후 서산에 있는 한화 퓨처스리그 구장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고 잠재력을 인정 받아 육성 선수로 선수 생활을 이어 갔다. 이 때 나이 32세, 등번호 112번이었다.

강승현은 "방출됐을 때 안 겪어 본 사람은 모른다. 나나 부모님 모두 힘들었다. 야구를 못하게 됐을 때 기분은 당한 사람만 안다"며 "사실 112번 등번호를 달았을 때 창피했다. 적지 않은 나이 아닌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이 등번호가 더 악착같이 덤빈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퓨처스리그에서 빠른 공을 던져 김성근 전임 감독의 눈에 들었던 강승현은 지난 5일 직접 서산 구장에 내려간 이 대행에게 합격점을 받았고, 지난 8일 이재우가 웨이버 공시된 자리에 정식 선수로 등록됐다.

등록 당일 등번호 112번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라 한화 선수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20일 경기 전까지 6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은 능력을 뽐내 이 대행의 신임을 받았다.

지난 14일엔 이재우(현 한화 퓨처스 투수 코치)의 등번호였던 11번을 유니폼에 새겼다.

강승현은 "왔다갔다 하는 선수가 아니라 안정되게 1군에서 계속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 보직은 생각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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