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영(왼쪽)을 김우석이 막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대구의 수비 조직력은 '진짜'였다.

대구FC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5라운드 FC서울과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대구는 원정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서울을 상대로 만만찮은 경기력을 보였다. 현재 10위 대구는 서울전에서 앞으로도 '잔류 싸움'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원래도 수비 조직력이 강했는데, 안드레 감독대행과 함께 조금 더 발전한 경기력을 보였다. 

대구는 K리그 챌린지에서 승격을 이룬 멤버와 K리그 클래식 무대에 도전했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클래식 팀들에 비해 열세에 선 것이 현실이다. 대구가 선택한 전술은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이었다. 대구의 수비 조직력은 시즌 초반부터 단단했다. 실점 자체가 적진 않았으나 후반 체력 저하에 따라 실점이 늘었다. 노력은 쏟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손현준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지휘봉까지 내려놓는 곡절도 있었다.

안드레 감독대행이 팀을 맡은 뒤에도 수비 조직력은 그대로였다. 대구는 전반전을 슈팅 1개로 틀어막았다. 후반 20분까지 서울의 공격은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했다. 

한희훈을 중심으로 한 스리백은 서울의 공격수들 뒤를 그림자처럼 쫓았다. 좌우에 배치된 정우재와 홍승현은 수비에까지 내려와 파이브백 형태로 수비에 집중했다. 김선민-류재문 중원 조합은 간격 유지에 힘을 쏟으며 1차 저지선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전방의 스리톱도 수비에 가담했다.

여기에 새로운 전술적 장치가 등장했다. 대구가 수비에서 공을 빼앗은 뒤 이후 대응에 변화가 생겼다. 기존엔 단순하게 전방으로 연결해 외국인 선수들의 발끝에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서울전에선 달랐다. 일단 소유권을 지키면서 공을 돌리기 시작했다. 무리한 공격 대신 차근차근 공을 돌리면서 공격 기회를 엿봤다. 점유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땐 좌우 윙백이 공격수처럼 올라갔다. 공격을 강화하는 의미였다. 공격을 강화하면 위험 부담도 안지만 동시에 수비에 치중할 때보단 위기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대구는 수비할 땐 수비에 집중하고, 공격할 땐 또 공격에 무게를 싣는, 보다 확실한 팀 컬러를 보였다.

핵심은 미드필더 김선민이었다. 체구는 작지만 영리한 김선민은 대구의 후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패스를 돌렸다. 기회가 날 땐 공격적인 패스를 전방의 외국인 선수, 또는 측면의 윙백들에게 패스를 연결해 공격을 이끌었다. 지난 4월 서울과 시즌 첫 맞대결에선 점유율에서 37-63으로 크게 밀렸다. 반면 이번 경기에선 46-54를 기록했다. 점유율에서 뒤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경기에 비해 훨씬 점유율이 높아졌다.

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공격 기회의 증가인 동시에, 수비할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대구는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수비에 전념할 시간을 줄여, 서울의 공격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후반 20분이 지나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서울이 선수 교체로 공격을 강화하자 흔들렸다. 여기에 후반 37분 한희훈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명령까지 받아 어려움은 가중됐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버틴 대구는 소중한 무승부를 거뒀다.

혹자는 서울의 공격력이 부족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대구의 수비력 그리고 의지가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대구는 서울전에서 승격 첫 시즌 '생존'이란 목표가 달성 가능한 것이란 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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