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의원이 '냄비받침'에 출연했다.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스포티비스타=문지훈 기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센 언니' 이미지와 대조되는 반전 매력을 발산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냄비받침'에서는 '대선 낙선자 인터뷰'를 기획한 이경규가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만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대선 당시 보여줬던 카리스마 넘치는 면모는 물론이고 사람 냄새 나는 인간 심상정을 보여줬다.

심상정 의원은 첫 등장부터 웃음을 줬다. 심상정 의원은 "대선이 끝난 후 전국 투어인 '약속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투어를 해보니 (대선 활동을) 3개월만 더 했더라면 승산이 있었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해 이경규를 웃게 만들었다. 

흥 넘치는 춤사위로 이경규와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경규는 "지난 방송에서 마크맨(대선 기간 후보를 전담하는 기자)을 만났다. 심상정 후보의 흥이 남다르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탱고 음악이 흘러나오자, 심상정 의원은 망설이다가도 자리에서 일어나 흥겹게 춤을 췄다. 개그맨인 이경규에 못지 않은 춤사위였다.

외모 자신감을 재치있게 표현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심상정 의원은 "생애 첫 별명은 사과였다. 보시다시피 피부가 좋다. 얼굴이 하얗고 매끈하니 친구들이 부러워했다. 비결을 묻길래 사과를 많이 먹었다고 했다. 그 때부터 별명이 됐다"며 웃었다. 

"대선 후보 외모 순위를 알려 달라"는 이경규의 요청에는 "정하기 어렵다. 선진국에서는 배우자 조건이 키스 잘 하는 사람이다. 내가 그 사람들과 키스를 해보지 않아 모르겠다"고 엉뚱한 대답을 해 이경규를 당황하게 했다.


대학에 입학해 운동권에 입성하고, 이어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 과정도 진솔하게 털어놨다. 심상정 의원은 "대학은 재수해서 겨우 들어갔다. 당시 고교 야구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리포터도 했다. 직관을 하기 위해 1년 재수를 하기로 했다. 가수 조용필도 정말 좋아해서 쫓아다녔다. 이왕 대학 진학을 미루고 놀 거면 제대로 놀고 싶었다"고 했다.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에 들어간 심상정 의원은 운동권의 선봉장이 됐다. 심상정 의원은 "당시 대학생들 사이 학생운동이 거셌다. 나는 연애, 여행 등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이 다 운동권이었다. 남자 친구를 사귀려고 운동권에 입성했다가 내가 주도하는 입장이 돼 버렸다. 가장 센 언니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 운동을 적극적으로 시작한 계기는 공장 일 체험이었다. 그는 "14~15세 아이들이 공장에서 하루종일 일하는 모습을 봤다. 아이론, 프레스 등을 다루다가 손을 잃는 경우를 많이 봤다. 성실하게 일하는데 엉망인 대접을  받는 게 안타까웠다. 정당한 대가를 받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 원래 꿈이었던 역사 교사를 버리고 노동자들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후 현상수배범이 된 그는 오랜 시간 도피 생활을 해야 했다. 심상정 의원은 "장기 수배의 후유증이 있었다. 식당, 커피숍 등 어디를 가든 문을 등지고 앉는 습관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이어 "정치인이 되고 나서는 항상 출구를 보고 앉아야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돼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적응이 안 돼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피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비하인드 스토리를 허심탄회하게 공개했다. "사실 나는 잃을 게 없는 선거를 했다"고 운을 띄운 심상정 의원은 "득표율은 저조했지만 정의당의 존재를 알렸고 심상정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정의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도 높아졌다. 얻은 것만 많았던 선거"라고 뜻깊은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솔직히 아쉽지 않았나"라는 이경규의 질문에 "솔직히 아쉽다. 두 자릿수만 됐어도..."라고 말끝을 흐렸다. 낙선 후 충격을 극복했냐는 물음에는 "극복 못 했다. 다음에 대통령이 돼야 극복할 수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놔 큰 웃음을 줬다.

그러면서도 심상정 의원은 "우리 사회는 실패할 권리가 없는 상황이다. 한 번 실패하면 낭떠러지다. 우리(정의당)는 이번에 실패할 권리를 누렸다. 이번에 당선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정치인 심상정, 정의당의 한계를 배웠다. 값진 실패였다고 생각한다. 실패가 두려워 청년들이 과감한 도전을 하지 못 하는 것이 안타깝다. 앞으로 정치를 하면서 실패가 성공의 과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당선에는 실패했지만 심상정 의원이 대선에 출마 당시 세운 목표는 분명했다. 그는 "득표는 유권자들의 몫이었다. 정의당은 무엇인지, 우리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 심상정이 하고자 하는 정치가 우리 국민들에게 얼마나 공감될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정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은 물론이고 재치 있는 입담과 유머 감각까지 지녔다. 심상정 의원은 사람 냄새 나는 '심블리' 면모를 보여주며 이날 방송의 신 스틸러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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