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는 14일(한국 시간) 홈페이지에 "워커를 영입했다. 계약 기간은 5년이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맨시티는 워커의 이적료를 공개하진 않았다. 현지 다수 언론은 맨시티가 5300만 파운드(약 781억 원) 이상의 이적료를 지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비수로서 역대 최고 이적료를 기록했다.
워커는 맨시티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 '핵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 풀백은 영입은 필수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번 시즌 종료 뒤 풀백들을 모두 '정리'했다. 파블로 사발레타와 바카리 사냐가 모두 팀을 떠났다. 사냐가 1983년생, 사발레타가 1985년생으로 이미 전성기를 훌쩍 지난 데다 기술이나 공격 전개 등 여러 면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워커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오른쪽 수비수다. 공격과 수비 모두를 갖췄다. 함께 맨시티의 레이더에 포착됐던 다니 알베스처럼 뛰어난 개인 기술을 갖춘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훨씬 젊고 힘이 넘친다.
지난 시즌 맨시티는 '밀집 수비'와 '역습'에 고전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여러 차례 수비 불안보다 세밀하지 않은 공격을 문제로 꼽았다. '공격이 잘되면 역습 빌미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공격적인 축구를 고수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에서 측면 수비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수비 전술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핵심은 '간격'이다. 골대 앞까지 수비 라인을 내리고 미드필더 라인으로 1차 저지선을 구축한다. '간격' 덕분에 빠른 커버 플레이와 협력 수비가 가능하다. 리오넬 메시나 네이마르 같은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들도 '두 줄 수비'를 돌파하는 데는 애를 먹는다. 결국 공격하는 쪽에선 전술적으로 수비 간격을 벌려서 무너뜨리는 것이 중요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FC바르셀로나 시절부터 밀집 수비를 펼치는 팀을 상대로 측면 수비수를 마치 공격수처럼 높은 곳까지 전진시켰다. 측면 수비수는 공격수보다 더 사이드라인에 가깝게 움직이면서 수비의 '좌우 간격'을 벌리는 임무를 맡았다. 스루패스나 직접 돌파를 하도록 공간을 확보하는 전술적 포석이 바로 '측면 수비수'다. 물론 직접 크로스나 돌파, 슛으로 '눈에 띄는 플레이'로 공격에 기여할 수도 있다.
워커는 토트넘에서도 비슷한 임무를 맡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시즌 중반 중앙 집중적인 3-4-2-1 포메이션 썼다. 해리 케인,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중앙에 배치되고, 측면 공격은 오른쪽의 워커와 왼쪽의 대니 로즈가 전담했다. 워커는 스리백에서 직선적인 공격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며 토트넘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현재 맨시티에는 뛰어난 2선 공격수들이 많다. 다비드 실바, 케빈 데 브라이너, 라힘 스털링, 르로이 사네, 베르나르두 실바 등 모든 공격수가 오른쪽 측면에 배치될 수 있다. 워커가 직선적인 돌파로 측면 수비수를 끌고 움직인다면, 드리블, 패스, 마무리 능력까지 모두 갖춘 2선 공격수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수 있다. 날카로운 크로스와 돌파 능력으로 직접 공격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워커는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할 필요가 없는 선수다. 프리미어리그는 빠르고 거칠다. 기술과 패스를 강조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비롯한 다른 리그와 확연히 구분된다. 프리미어리그에 어울리는 공격 축구에 워커 이상의 선수는 찾기 어렵다.
워커는 수비에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빠른 발을 갖췄고 몸싸움도 강하다. 1990년생으로 이제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최소한 2,3시즌 정도는 체력적으로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역습에 맞춰 빠른 수비 복귀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다. 역습에 제대로 대처하긴 어떤 수비수도 쉽지 않지만, 기동력을 갖춘 워커는 지난 시즌 수비수들에 비해 더 믿을 만한 선수다.
워커가 역대 수비수 최고 이적료에 걸맞는 선수인지에 대해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워커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충분히 검증을 끝냈고, 최근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과시한 측면 수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