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대구, 배정호·정찬 기자] 7월 15일. 이승엽이 현역 생활 마지막 올스타전을 위해 홈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도착했다. 두 아들 은혁과 은준의 손을 꼭 붙잡고 도착한 이승엽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더그아웃과 라커룸 사이를 지나는 복도에는 삼성의 영광이 담겨 있다. 이승엽의 사진이 많이 걸려 있다. 막내 은준이가 “어? 아빠 사진이다”며 웃는다. 

오후 3시쯤. 추첨을 거쳐 뽑힌 팬들을 대상으로 사인회가 열렸다. 그라운드에는 비가 내렸지만, 사인회는 진행됐다. 이승엽의 사인회는 가장 마지막에 열렸다. 이승엽이 올스타 유니폼을 입고 팬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이승엽이 그라운드에서 나타나자 곳곳에서 이승엽 응원 소리가 나왔다. “이승엽! 이승엽! 이승엽.” 

이승엽이 목례로 팬들의 인사에 화답했다. 이승엽의 사인회는 약 20분 동안 진행됐다. 많은 팬이 몰려들었다. 이승엽이 가장 관심을 보인 팬은 역시 후배들이었다. 경북고 후배들에게는 “얼른 프로에 와서 야구 열심히 해서 나중에 꼭 이 자리에 앉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넸다. 

아침부터 세차게 내리던 비가 올스타전이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멈췄다. 행사는 차질 없이 시작됐다. 선수 소개가 시작됐다. 이승엽은 역시 마지막으로 호명됐다. 

“그 이름, 전설이 될 타자. 이승엽.” 

사회자의 호명과 함께 이승엽이 그라운드에 섰다. 이어 그는 두 아들과 시구 행사를 했다. 첫째 아들 은혁이가 마운드에 올라섰다. 이승엽은 포수 위치에 섰고 둘째 아들 은준이는 타석에 자리했다. 은혁이 던진 공은 바깥쪽으로 잘 들어갔다. 관중석에 있는 아내 이송정 씨가 감동을 자아내는 장면을 뭉클하게 지켜봤다. 

시구를 마치고 은혁은 “조금 더 잘 던질 수 있었는데, 아쉽다. 아빠가 마지막 올스타전 그리고 남은 시즌도 건강하게 마쳤으면 좋겠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폭발한 타선과 달리 이승엽의 방망이는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이승엽은 멋쩍은듯 미소만 지었다. 하지만 4회 두 아들이 보는 앞에서 보란듯이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막내 은준이가 엄지를 들며 '아버지 멋있어요' 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승엽은 은준이를 번쩍 들어 올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9회초 이승엽이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 아쉽게 유격수 뜬공으로 자신의 현역 시절 올스타전 타석을 마무리했다. 

이대호가 가장 아쉬워했다.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아 형님, 세리머니 해야죠. 정말 실망이네요.” 

이승엽이 웃으며 받아쳤다. “그러게 하나 쳐야 되는데..."

경기는 드림 올스타가 나눔 올스타를 13-8로 이기며 마무리됐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불이 모두 꺼졌다.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이승엽이 두 아들을 불렀다. 화려한 불꽃 속에 이승엽은 사진을 찍으며 두 아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겼다. 

외국인 선수들도 이승엽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전설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다음은 이승엽의 마지막 올스타전 인터뷰 내용이다. 

“정말 감사 드린다. 야구를 한 것은 행운이었다. 좋은 분위기에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정말로 행복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은 야구를 잘해서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야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팬들에게 박수 받을 수 있어 행복하다. 잘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 

이승엽은 두 아들의 손을 꼭 붙잡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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