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원(왼쪽), 오연서. 제공|SBS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엽기적인 그녀’에게 부족했던 게 있다면 다소 느릿했던 전개 속도와 조연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32부작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엽기적인 그녀’는 완벽하지 않은 오점을 남겼다.

17일 종영한 SBS 월화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극본 윤효제, 연출 오진석)는 혜명공주(오연서 분)와 견우(주원 분)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엽기적인 그녀’ 혜명공주와 원자의 스승이 된 견우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냈지만 곳곳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시청률 한 자릿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느릿한 전개 속도다.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혜명공주와 견우의 사랑 이야기 외에도 궁궐 내 권력 암투를 다뤘다. 휘종(손창민 분)과 정기준(정웅인 분)의 치열한 싸움은 물론 혜명공주의 어머니이자 폐비  씨를 둘러싼 비밀 등이 ‘엽기적인 그녀’를 이끄는 주요 사건이었다. 

이는 복잡하게 얽히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빠르게 풀려나가지도 못했다. 곳곳에서 혜명공주와 견우의 알콩달콩한 모습이 드러났고, 이들이 서로의 연적에 휘둘리는 모습에 꽤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시청자들은 혜명공주와 견우가 합심해 정기준 등 대립하는 세력을 처단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는 극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빠르게 진행됐다. 특히 폐비 한씨를 둘러싼 비밀이자 견우의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것 또한 막바지에 공개되는 등 어디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엽기적인 그녀’에는 극을 이끄는 견우, 혜명공주 이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본격적인 견우, 혜명공주와 함께 본격적인 사각관계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됐던 정다연(김윤혜 분)과 강준영(이정신 분)은 별다른 활약도 하지 못한 채 자취를 감췄다. 두 사람 가운데 정다연 만이 혜명공주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아버지 정기준을 이용하는 당찬 모습을 보였다.

‘귀면탈’의 정체였던 춘풍 또한 마찬가지다.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음에도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못했고, 펼쳐낸 이야기도 적다. 그저 이따금 등장해 견우와 혜명공주에게 중요한 정보를 흘렸고, 막바지 그럴싸한 마무리를 위해 투입돼 권력 암투를 그렸다는 명분을 살려줬다. 이외에도 수많은 캐릭터가 견우, 혜명공주의 사랑을 위해 소모됐다.

그 가운데서도 나름의 힘을 발휘한 조연은 견우의 가족 그리고 친구들이다. 견우의 누이동생 견희(정다빈 분)와 어머니(장영남 분), 그리고 견우의 친구인 방세호(이시언 분), 맹광수(설정환 분) 등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웃음을 안겼다. 조연의 활약이 많이 죽은 가운데서도 고군분투한 이들이 있었기에 주인공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든든히 뒷받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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