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외발산동, 글 정형근, 영상 정찬 기자] 오후 7시 30분. 약속한 시간이 됐지만 이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12분이 지나 호텔 로비에 등장한 케이로스 감독은 카메라를 지나쳤다. 한국 취재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이란 관계자는 “케이로스 감독이 숙소에 올라갔다 온다”고 알렸다. 20분이 지난 시점에서 나타난 케이로스는 사과의 말조차 없었다. 

인터뷰 내용은 귀를 의심케 했다. ‘과한’ 립 서비스와 자신을 포장하는 기술이 눈에 띄었다. 그는 “한국은 선수뿐 아니라 감독도 훌륭하다. 배움의 자세로 임하겠다. 두 팀의 감독과 선수는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울산에서 열린 한국과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 감자’를 날린 그는 없었다. 

이란은 오후 6시 파주스타디움에서 훈련을 진행하며 초반 15분을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오후 4시 10분경 갑작스럽게 '훈련 취소'를 알렸다. 현장으로 향하거나 미리 도착한 한국 취재진은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숙소에서 인터뷰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20분 지각한 이란 케이로스 감독. 그의 입에서 사과의 말은 들을 수 없었다.

파주에서 ‘허탕’을 친 한국 취재진은 급하게 인터뷰 장소로 이동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20분 지각’이었다. 한국 취재진 사이에서는 “인터뷰 보이콧하고 가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케이로스는 사과의 말도 없이 "Hello"라고 첫마디를 건넸다. 두 팀의 신경전에 대해 질문을 하자 케이로스는 “한국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진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존중’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었다.    

한국과 이란은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9차전을 펼친다. 이란전 입장권 판매는 이미 5만 장을 돌파했다. 4년 만에 6만 관중 이상이 한국을 응원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에서 경기를 펼치면 10만 명 이상의 관중이 응원한다. 6만 관중은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

한국을 ‘존중’하는 이란 감독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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