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파주, 글 정형근, 영상 임창만 기자] '막말과 기행’을 일삼던 케이로스가 친한파로 변했다. “한국을 리스펙트 한다”는 말을 최소 10번 이상 반복한 그는 기자회견 내내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한국 취재진의 질문이 쉴 틈 없이 쏟아지자 그는 장내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한국 취재진이 너무 긴장하고 취재를 한다. 좀 더 여유를 갖고 기자회견을 했으면 좋겠다. 단지 축구 경기일 뿐이다”라며 과열된 분위기를 경계했다. 

케이로스는 한국에 대해 온갖 ‘달콤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한국은 훌륭한 팀이다. 한국처럼 좋은 팀과 경기를 펼쳐야 발전할 수 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다. 수많은 취재진이 이란을 환영해 줘서 고맙다. 존중한다. 한국이 왜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노릴 수 있는지 알 것 같다”며 칭찬을 늘어놨다.   

케이로스가 한국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일단 ‘주먹 감자’를 날린 2013년과 두 팀의 처지가 전혀 다르다. 당시 한국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진출을 90% 이상 확정한 상태에서 경기를 펼쳤다. 반면 이란은 한국에 지면 3위까지 추락할 수 있었다. 케이로스는 심리전을 걸며 한국을 자극하고 이란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  
▲ 활짝 웃는 이란 케이로스 감독 ⓒ곽혜미 기자

당시 한국 지휘봉을 잡은 최강희 감독은 케이로스와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최 감독은 “이란이 밉다. 우즈벡과 월드컵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고 이에 케이로스는 “이란에 모욕을 줬다. 우즈벡 유니폼을 선물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최 감독은 “집에 돌아가서 TV로 월드컵을 시청하길 바란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케이로스의 도 넘은 행동은 끝나지 않았다. 경기 하루 전날 케이로스는 최강희 감독이 우즈벡 유니폼을 입은 합성 사진을 옷에 붙이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이란이 한국에 1-0으로 이기자 보란 듯이 주먹 감자를 날리며 한국 팬들에게 '악마 이미지'를 심었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한국을 찾은 케이로스는 180도 달라졌다. 과거 포르투갈과 레알 마드리드 감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석 코치 등을 지낸 케이로스는 ‘명장의 향기’를 풍기려 했다. 상대를 존중하고 매너를 갖춘, 비방을 경계하며 자신의 축구에 집중하는 감독으로 스스로를 포장했다. 승패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는 그는 갑자기 '신사'가 됐다. 

“지금도 나를 알지 못한다면 이제부터 나를 알게 될 것이다.”

케이로스는 기자회견 끝에 느닷없이 이 말을 꺼냈다. ‘두 얼굴’을 가진 케이로스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한국-이란전의 90분 종료 휘슬이 울린 시점에서 케이로스의 표정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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